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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포바위그림 가운데 대표적인 유적인 곤륜산 서쪽 산기슭 개울 옆 모래암석
칠포바위그림 가운데 대표적인 유적인 곤륜산 서쪽 산기슭 개울 옆 모래암석 ⓒ 추연만
청동기시대 문화유산인 암각화(바위그림)를 보노라면, 마치 타임머신 타고 과거로 시간여행을 온 것처럼 묘한 경험을 하게 된다. '살아있는 신화'에 대한 호기심에 빠진 탓일까? 아니면 수천 년 역사에 대한 경외감이 들어서일까? 어느새 꽉 짜진 현실세계를 벗어난 자유로움과 새로운 활력소를 얻은 듯 마음이 무척 맑아진다.

포항 흥해읍 칠포리 바위그림은 인근 7개 지역에 걸친 바닷가의 산기슭에 많은 수가 광범위하게 흩어져 있다. 그래서 청동기 시대의 큰 세력이 이곳을 중심으로 집단으로 거주한 사실을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또 그 숫자나 다양한 그림 그리고 넓게 분포된 특징으로 인해 국내외 학자들은 한국식 암각화의 발생지 뿐 아니라 국내 최대 암각화군으로 이곳을 주목한다. 칠포바위그림은 1989년 이하우 선생 등 지역 민간 연구자들이 우연한 계기로 발견 후 4년에 걸친 조사 결과, 경상북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될 만큼 역사적 중요성이 입증된 것이다.

실패(혹은 장구) 모양으로 쪼아새긴 그림.
실패(혹은 장구) 모양으로 쪼아새긴 그림. ⓒ 추연만
대표적인 유적은 곤륜산 서북쪽 기슭의 작은 개울을 사이에 둔 두 곳에 나눠 바위에 새긴 그림이다. 바위 앞면과 윗면 그리고 바닥면 등에 바위그림이 새겨져 있다. 길이 300cm 높이 200cm의 모래암석에 쪼아 파는 방법을 사용한 그림은 오랜 세월 탓에 많이 닳아 보였다.

장구 모양인 듯, 실패 모양과 닮은 듯 10여개 문양이 바위에 꽉 차게 새겨져 있다. 그림 사이마다 여성 생식기로 해석되는 '알구멍'(주로 고인돌에 홈처럼 파여진 구멍)이 파여진 것도 눈길은 끈다. 이 그림이 무엇을 뜻하는지 아직 분명히 밝혀진 것은 없다. 그러나 학자들은 대체적으로 선사인의 의식세계를 상징하는 것으로 내다본다. 청동기시대에 농사가 잘 되길 바라고 자식을 많이 낳길 기원하는 제단일 것으로 추정한다.


칠포에는 고인돌도 여럿 있다. 맨 처음 발견된 마을 입구 승강장 왼쪽 밭 위의 고인돌에는 바위그림이 새겨져 있다. 덮개돌 앞면에 방패 모양과 돌화살촉 모양을 한 그림이 좌우에 자리하고 있다. 또한 칠포리 바호 고인돌의 덮개돌 윗면에는 40여개의 알구멍(성혈)이 파여지고 길고 짧은 선으로 연결되어 기하학적 모양을 나타내고 있다. 이 그림은 여러 해석이 있으나 인근 고인돌에 북부칠성이 있는 점을 감안해 별자리설이라는 의견이 힘을 받고 있다고 한다.

청동기시대 사람들은 바위그림을 새기며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 한참을 바라보다가 바위 표면을 만져볼 충동이 일어난다. 손끝에 닿는 것이 차가운 바위 감촉뿐만이 아니다. 3천년이란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옛 사람들의 체온을 느끼는 착각에 빠진다. 아니면 3000년전 문화유산이 노천에 그대로 방치된 안타까운 현실에 대한 자괴감이 든 것인지도 모른다.

바닥돌에 새겨진 그림(왼쪽). 맨 처음 바위그림을 발견한 고인돌에 검파 모양과 화살촉 모양이 새겨져 있다.
바닥돌에 새겨진 그림(왼쪽). 맨 처음 바위그림을 발견한 고인돌에 검파 모양과 화살촉 모양이 새겨져 있다. ⓒ 추연만
칠포 바위그림은 발견 후 별다른 보호대책 없이 17년 동안 방치돼 왔으며 주변에 건물 난립으로 경관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 특히 대표적인 유적인 곤륜산 서북쪽 기슭의 바위그림 오르는 산기슭에 최근 조립식 건물 2동이 들어섰다. 바위그림과 불과 50여m 떨어진 곳에 건물이 들어섬으로써, 진입로는 자연스레 사라지고 주변경관은 문화재가 어울리지 않은 곳이 된 셈이다.

이에 한국선사미술연구소 등 단체들은 "더 이상 훼손을 보고 있을 수 없다"면서 "공사 중지와 원상 복원할 것"을 관계기관에 건의했다.

그러나 건축허가를 한 경상북도는 "종합적인 검토를 거친 결과 문화재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인근 기존건축물과의 형평성, 사유재산 보호, 농촌 지역으로서 농어민 생업권 보호를 검토한 적법한 조치"라고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 일부 언론과 문화단체는 "경상북도 문화재 행정이 거꾸로 가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포항시는 "올해 추경예산을 확보하여 체계적인 관리와 문화재로 추가 지정"을 위해 "칠포리 주변 암각화군 용역조사 계획 중에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관계당국은 주변경관이 훼손된 포항 칠포 바위그림의 보호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에 어떤 대책을 세울까?

칠포 암각화의 대표적인 유적이 있는 곳에 불과 50여m 거리에 세워진 건물(위). 암각화 진입로에 콘크리트로 배수로 등을 만들어 옛길은 없어지고 그나마 통행에도 어려움이 있다.
칠포 암각화의 대표적인 유적이 있는 곳에 불과 50여m 거리에 세워진 건물(위). 암각화 진입로에 콘크리트로 배수로 등을 만들어 옛길은 없어지고 그나마 통행에도 어려움이 있다. ⓒ 추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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