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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 ⓒ 오마이뉴스 권우성

22일 대법원이 성 전환자에 대해 호적상 성별을 바꿀 수 있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렇다면 신청인인 이아무개(55)씨의 주민등록번호는 곧바로 수정이 가능할까? 이씨와 같이 호적상 성별 수정을 원하는 이들은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할까?

대법원의 이번 결정이 네티즌들의 주목을 받음에 따라 성 전환자에 대한 궁금증을 정리해봤다.

Q1. 호적 정정 허가받은 이아무개(55)씨, 성별 정정은 어떻게 하나요?

22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로부터 성별 정정 허가를 받은 이씨의 호적상 성별이 곧바로 수정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이 이날 "원심 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청주지방법원으로 환송한다"고 밝힌 만큼 청주지법에서 다시 심리해 성별 정정을 허가해줘야 한다.

이씨가 청주지법으로부터 성별 수정 허가를 받으면 지방법원의 호적 담당부서에 호적 정정에 관한 신청서를 제출한다. 이는 이름을 바꾸고자 하는 이들의 개명 절차와 비슷하다.

지난 2002년 호적 정정 허가를 받은 가수 하리수씨의 경우 인천지법의 결정으로 호적의 성별을 여성으로 변경한 바 있다. 하씨는 당시 "호적상 성을 여성으로 정정하고, 이름을 '이경엽'에서 '이경은'으로 바꾸게 해달라"며 '호적 정정 및 개명 신청'을 제출해 허가 결정을 받은 바 있다.

Q2. 국회에서 만드는 법안은 어떤 내용을 담나요?

대법원은 "성 변경은 기존의 헌법과 법률이 고려하지 않은 새로운 문제기 때문에 일반 국민의 의견수렴, 신중한 토론과 심사숙고의 과정을 거쳐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입법적 결단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씨의 변호를 맡은 이태화 변호사도 "지금까지 담당 판사들마다 인생관이나 성에 대한 입장이 달라 성별 수정에 대한 결정이 달랐다"며 "성적 소수자들의 인권 등을 생각해서라도 이를 통일시킬 수 있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성명을 통해 "사법부의 결정은 성전환자와 동성애자 등 사회적 다양한 소수자에 대해 우리 사회가 보다 열린 사회,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첫 걸음으로 평가될 것"이라며 오는 9월 '성전환자 성별변경 및 개명에 관한 특례법'를 추진할 의지를 밝혔다.

지난 10월 시민단체 51개와 공동연대를 만든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최현숙 위원장)는 이번 정기국회에 노 의원 대표발의로 특례법을 제출할 예정이다.

최현숙 위원장은 "특례법에는 성전환자의 범위, 신청자 요건, 프라이버시를 위해 변경한 사항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을 예정"이라며 "가정법원에서 정신과 1인을 포함한 전문의 2인의 인정과 관련 서류 등을 토대로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2년 5월 김홍신 전 의원이 '성별의 변경에 관한 특례법'을 발의한 적이 있지만 회기 만료로 7월 폐기된 적이 있다.

Q3. 국내 성 전환자 규모는 얼마나 되나요?

현재 국내에 성전환증을 가진 이들에 대한 신뢰할 만한 통계를 없는 실정이다. 다만 미국정신과학회가 지난 94년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증자는 3만명당 1명,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전환증자는 10만명 당 1명이라고 보고한 내용을 한국 인구총조사에 대입해 1000명 정도로 추산할 뿐이다.

특례법을 추진하는 노회찬 의원실에 따르면, 국내 성전환자는 300여명이고 예정자는 1200여명으로 잡고 있다. 이는 국내에서 성전환수술을 직접 집도하거나 관리하는 김석근 동아대학교 의대학장이 내놓은 통계다.

담당 변호사 "전향적 결정에 고마울 따름"

"고맙습니다. 그동안 고통을 많이 받았는데…. 어려운 환경에서 해방돼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22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로부터 성별 정정 허가를 받은 이아무개(55)씨는 담당 변호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도감을 나타냈다.

변호를 맡은 이태화(법무법인 청풍)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대법원에서라도 전향적으로 결정해준 것에 대해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씨에 대해 "경제적으로도 최하위 생활을 하고 있어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대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이씨는 성장기부터 남성적 기질과 외관을 보이고 일상생활에서 여성에 대한 불일치감과 남성으로의 귀속감 사이에서 혼란을 겪다가 20대에 공사인부일을 시작했다.

이씨는 성전환수술을 받기를 원했지만, 경제사정이 여의치 않아 연기하다가 지난 92년 국내의 한 병원에서 성전환증 진단을 받아 수술했다.

재판부는 "신청인이 오랜 기간 남성으로 살다가 의사의 진단 아래 성전환수술을 받아 남성의 신체 외관을 갖고, 현재 남성으로서 성정체성이 확고해 사회생활에서 남성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호적 정정을 허가할 근거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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