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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먼타임스
[대담:함영이 편집국장 직무대리/정리:최희영 기자/사진:노민규 기자] 가정법률상담소가 영산법률문화재단(이사장 윤관 전 대법원장)이 시상하는 제2회 영산법률문화상 단체 부문을 수상한다.

시상식은 6월 20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열릴 예정이다. 법치주의 정착에 이바지한 개인과 단체에게 수여하는 영산법률문화상은 법조계뿐만 아니라 언론계, 학계 등을 망라한 위원회가 선정하는 권위 있는 상.

올해로 50주년을 맞는 가정법률상담소의 곽배희 소장은 "양성 평등을 통해 건강하고 민주적인 가정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해온 가정법률상담소는 이번 수상을 계기로 교육과 상담 등의 사전예방사업, 법률구조 등의 사후대책사업, 가족정책 수립을 위한 조사연구와 지역상담 지부사업을 삼위일체로 하는 대표적인 법률단체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 영산법률문화상 수상을 축하한다. 수상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가정법률상담소가 대외적인 상을 받은 적이 거의 없다. 법조계 안팎으로 공신력이 높은 상이기 때문에 더욱 기쁘다. 2000년 소장으로 취임해서 힘든 점도 많았다. 힘들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무료 법률상담을 해왔고 가정과 여성의 민주화를 이끄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고 자부한다. 보람 있는 일은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때 더욱 가치가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더 많은 일을 하라'는 독려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법률단체로서 자가발전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도 됐다."

- 올해는 상담소가 창립 50주년을 맞는 뜻 깊은 해다. 50주년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으며 앞으로의 비전은 무엇인가.
"50주년 관련 행사는 내년 상담소 준공 이후에 진행할 예정이다. 25주년 때 설립자 이태영 선생이 한 말이 생각난다. ‘가정법률상담소는 여성단체로 출발했지만 25년이 지나서야 여성과 남성 모두의 권익, 평등, 민주를 위해 일하는 사회단체가 됐다'고 말씀하셨다. 50주년이 된 지금은 현장에서 듣는 가정의 문제를 기반으로 건강한 21세기 가족정책이 입안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법률단체로 발전시켜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교육과 상담 등 사전예방사업, 법률구조 등 사후대책사업, 가족정책 수립을 위한 조사연구와 지역상담 지부사업을 삼위일체로 만들어야 가능한 일이다."

- 새 둥지를 트는 준비 작업은 잘되고 있는가.
"‘무슨 그렇게 큰 건물이 필요한가, 세 얻어서 쓰면 되지'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새 상담소 준공은 우리의 숙원 사업이다. 지상 10층, 지하 3층짜리 건물을 짓고 있다. 사무실의 반은 우리가 쓰고 나머지는 세를 주어서 자금을 충당할 계획이다. 그렇게 해서 남는 돈으로 직원들을 더 많이 쓸 생각이다. 상담소 직원들은 상담을 기본으로 하면서 그 외 서너 가지 일을 더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교통비 정도만 받고 있다. 아무리 좋은 일을 하더라도 대접을 못 받으면 잠재된 능력이 나오지 않는다. 사명감만 요구할 수 없는 시대가 아닌가. 직원들이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 또한 정신적으로 피해를 받은 사람들은 좋은 환경에서 상담을 받아야 한다.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일수록 더욱 쾌적한 곳에서 고민을 해소해야 한다. 새로운 상담소 준공은 50주년을 넘어 100주년으로 가기 위한 기반을 다지는 일이다."

- 가족을 바라보는 시선을 둘러싸고 다양한 논의들이 나오고 있다. 가족문제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
"가족의 형태가 변하고 있다. 하지만 한 울타리 안에서 뜻을 같이하면서 공동체 생활을 한다는 가족의 의미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이혼숙려제도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가능하면 가정을 지키자'는 게 아니다. 잘 알고 이혼해서 권리를 찾자는 것이다. 이혼 전에 위자료, 재산분할 문제 등에서 법률적 권리를 알아보고 챙기자는 것이다. 이혼숙려제도는 사회적 완충제도다. 그런데 일부 여성운동가들이 비판한다. 못 배우고 가난한 사람들을 끌어가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최일선에서 1천5백만 가정의 문제를 보고 있다. 책에서 보는 지식만으로 주장해선 안 된다. 근시안적이고 이기적인 측면이 있는 여성운동은 지양해야 한다."

- 33년 동안 상담을 하고, <결혼에 갇힌 여자들>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과거와 지금의 여성들을 비교한다면?
"의식이 변했다. 그런데 많이 변한 것 같지만 한 꺼풀 걷어내면 똑같다. 요즘 여성들은 예전 여성들보다 허위의식이 많다. 최근 이혼율이 감소하고 있다. 그것이 가정의 민주화와 양성평등 인식이 자리 잡았기 때문은 아닌 듯하다. 예전에는 이혼하면 어떻게든 해결책이 있을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하는 여성들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여성들이 이혼을 자제하는 듯하다. 막연한 이혼이 아니라, 확실히 준비된 이혼을 원하기 때문이다. 이혼율 등 수치에 너무 의미를 부여하지 말고, 그 이면의 의미를 자세히 살피는 것이 가정법률상담소의 역할이다."

- 통일에 대비하는 한국사회의 가족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한다고 보는가.
"가정이라는 사회 기초단위가 있다. 가정끼리 물꼬를 트면 통일도 빨리 온다고 생각한다. 가정법률상담소의 숙원 사업 중 하나가 통일이다. 통일이 되면 이중혼인, 상속문제, 호적문제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통일 이후에는 특별법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에서 꼼꼼하게 준비해야 한다."

-가정법률상담소에서 일을 하게 된 계기와 고충, 보람, 감회 등이 있다면?
"33년 동안 일했다. 이태영 선생이 사람 욕심이 많다. ‘와서 일해라'라는 말씀을 듣고 일하기 시작했다. 천직으로 생각하고 일하는 동안 인간적으로 성숙해졌다.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사람이 인간적으로 성숙되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미약한 나를 이 자리에 서게 해준 이태영선생과 남편이 고맙다.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다. 윗사람을 빛나게 만들어주는 직원들과 함께 일하기 때문이다. 가정법률상담소는 법무부 산하단체지만 민간단체다. 정부를 도와 가족정책, 복지정책 수립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경제적인 지원이 부족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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