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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파요, 살려주세요.
아파요, 살려주세요. ⓒ 김관숙
이파리들이 풍성한 뽕나무 가지 하나가 잔디밭에 머리를 박고 있습니다.

"아파요, 살려주세요!"

어쩌나. 나는 그냥 쩔쩔 맬 뿐입니다. 누가 그랬을까. 아, 누가 그랬을까. 하늘이 내린 보약나무 열매 때문에 그랬을까. 아니면 누군가가 장난을 치다 그렇게 된 것일까. 걷기 운동을 나온 사람들이 그 나무를 보고는 하나같이 어두운 얼굴이 되어 지나쳐 갑니다.

잘 붙여서 동여 매주고 싶었습니다
잘 붙여서 동여 매주고 싶었습니다 ⓒ 김관숙
남편은 사방을 둘러봅니다. 가지 한쪽이 기둥에 붙어 있어서 새끼줄 같은 거라도 있으면 그 가지를 세워서 찢어진 그 자리인 기둥에 잘 붙여 동여 매주고 싶은가 본데 요즘 같은 세상에 더구나 둔치에 새끼줄이 있을 리가 없습니다.

"그렇게 하면 살 수 있으려나?"
"그냥 해 보려구."

나도 혹시라도 비닐 끈 같은 것이 어디 있나 하고 남편과는 반대 방향인 넓은 잔디밭 끝까지 가 봅니다. 아무리 살펴보아도 없습니다. 빈손으로 다시 와서 보니까 그새 그 가지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또 들렸습니다.

"살려주세요!"

저 멀리 쓰레기 전용인 푸른 수레가 가고 있습니다. 거기 실려서 가고 있었습니다. 나는 어깨에 걸쳐 메고 있던 게이트볼스틱 가방을 남편에게 주고는 막 뛰어 갑니다. 뭐 어쩌자는 무엇도 없으면서 그냥 막 뛰어 갑니다. 남편이 뒤에서 말했습니다.

"늦었다구!"

그래도 나는 뛰어갑니다. 푸른 수레가 하치장으로 들어갔다가는 이내 나옵니다. 그들은 빈 수레를 끌고 나와 하치장 옆에 반듯이 길게 세워놓고는 사라졌습니다.

왜 그들은 풍성한 이파리들을 달고 있는 그 싱싱한 가지를 아주 떼어 냈을까. 그 가지를 세워 붙여 동여매도 살 수 없기 때문일까.

그래도 말을 걸어 왔습니다
그래도 말을 걸어 왔습니다 ⓒ 김관숙
"이제 나 어떻게 되는 거죠? 그냥 죽나요?"

돌아서려는데 말을 걸어옵니다. 나는 아무 말도 못합니다. 그냥 바라만 보다가 아, 그렇지 하고는 주머니에서 디카를 꺼냈습니다. 그런 뒤 겨우 눈으로 말했습니다.

"안 죽어, 이 속에 담았으니까 이 속에서 사는 거야."

나는 돌아 섭니다. 그리고 또 뭐라고 말을 걸어 올까봐 얼른 걸음을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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