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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겨운 장마당
ⓒ 김철호
오늘, 당신 삶의 중심 화두는 무엇입니까? '무한 욕망', '무한경쟁', '무한 독점' - '신자유주의 시장경제'에서 어떻게든지 이기고 살아남는 것이 아닐까요?

현대인 몸과 마음은 온갖 '달콤한 이미지'에 기만당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욕망에는 끝이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고도의 소비사회에서 욕망이 사회발전의 동력이라고 믿습니다. 이러한 인식 속에서 경제문제는 모든 사람들에게 가장 긴박한 문제일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들은 '무한 욕망', '무한경쟁', '무한 독점'의 신자유주의사회에서 마술 같은 성공신화를 열망합니다. 이 마술 같은 성공신화야말로 모든 사람들에게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천진난만한 어린 시절, 정열에 넘치는 청년시절, 사려 깊어야할 노년기에 이르기까지 현대인들은 끊임없이 영악스럽고 치밀한 계획들을 세우고 실천해야 합니다. 그것만이 '무한욕망'을 거래하는 '무한경쟁 시장'에서 살아남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더라도 현대인들은 '신자유주의 시장경제'의 허울 좋은 통계 수치에 곧잘 속아 넘어갑니다. 복잡하게 세분화된 '전문지식사회'의 교묘한 전문지식사기를 구별하지 못합니다. 사람들은 넘쳐나는 지식과 정보들로 인해 주체적 생각과 판단능력을 잃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무한욕망'과 '무한경쟁 시장'을 거부하는 '아이들의 벼룩시장'이 열렸습니다. 대전지역 사회단체들이 주최하는 '학생·시민 나눔의 장터'가 대전시 갑천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것입니다.

이 장마당은 학생과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한 따뜻한 나눔의 마당입니다. 생활 속에서 재활용을 실천하는 소박한 장터입니다. "아껴 쓰고, 다시 쓰는" 녹색 소비문화를 새기기 위한 장마당입니다.

▲ 가지런히 진열한 아이들의 상품들
ⓒ 김철호
공책 300원, 지우개 100원, CD 1000원, 머리핀 2개 500원, 동생 옷가지 800~1000원 등등 아이들은 저마다 안 쓰는 물건, 쓰다 남은 물건들을 모아 가지고 나와서 좌판을 벌였습니다.

▲ 붐비는 서영이네 가게
ⓒ 김철호
한참 장마당이 무르익었는데, 서영이네(갑천초 4년) 좌판은 벌써 물건이 바닥났습니다.

"어, 벌써 다 팔았어. 무엇 무엇을 팔았니?"
"수첩, 큰 크레파스하고, 지갑, 그런 것들을 팔았어요."

"모두 얼마 치나 팔았는데?"
"1만5600원어치요. 아주 싸게 팔았지요 뭐."

서영이가 신이 나서 웃는데, 장사가 신통치 않은 지수(갑천초 4년)는 이제 대놓고 호객행위를 합니다.

"예진아, 예리야! 이리와 봐!"

지수네 좌판에서 작은 장남감차 하나를 집어 들고 물었습니다.

"이 차, 3000원이나 해?"
"아 그거요. 300원인데 값을 잘못 썼네요."

꼬맹이 한 녀석이 지수네 좌판에서 장난감차를 만지작거리며 떠나지를 못합니다. 조금 큰 차를 맘에 들어 했는데 값이 2000원. 지수는 다시 값을 고칠 생각이 없는 모양입니다.

▲ 온 가족이 함께
ⓒ 김철호
시원한 나무그늘 아래, 건희네 가족이 좌판을 벌리고 앉았습니다.

"건희야, 이 물총은 얼마니?"
"만 원"

"너무 비싼 거 아냐?"
"그럼 9000원"

물놀이가 그리운 여름입니다. 개구쟁이 건희는 자기 물총을 팔아치울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습니다.

건희네와 이웃해서 좌판을 차린 예진이(갑천초)는 친구에게 머리핀 2개를 500원에 사왔습니다.

예진이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예진이는 벌써 세 번째 벼룩시장에 나섰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선물 받은 물건, 안 쓰는 물건들을 가지고 나가서 팔아온 돈이 마냥 아까워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답니다.

하지만 지금 예진이는 자신이 돈 쓸 곳을 생각하고 계획합니다. 쓸 곳에 쓰고 저축도 합니다. 돈의 효용과 쓰임새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 것입니다. 물건에 대한 소중함도 알게 되었답니다. 연필 하나라도, 몽당연필이 될 때까지 사용하는 것은 기본이랍니다.

▲ '땡처리'
ⓒ 김철호
어느새 파장입니다.

"제발 사주세요" - 아직 물건을 다 팔지 못한 녀석이 애절한 '땡처리' 문구를 남겨놓고는 온데간데없습니다. 어디선가에서 동무들과 어울려 노느라 정신없겠지요.

어른들에게는, 오늘 벼룩시장이 자주 있어온 식상한 행사일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에게도 그저, 한바탕 놀이일 수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이러한 행사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에게 이러한 놀이가 일상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오늘, 아이들은 '벼룩시장놀이'를 통해서 나눔의 정신을 배우고 실천할 수 있었습니다. 나눔의 정신을 통하여 따뜻하고 소박한 소비문화를 학습했습니다.

이 아이들의 학습은, '무한 욕망', '무한경쟁', '무한 독점'의 신자유주의 시장경제에 대한 저항입니다. 이 작은 저항이 아껴 쓰고, 다시 쓰는 '녹색 소비문화'의 초석이 될 것입니다.

이 아이들의 미래가 우리 사회를 신자유주의의 마술 같은 성공신화에서 깨어나도록 할 것입니다. 새롭게, 미래의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를 써나갈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행사에 참여한 대전지역 시민사회 단체: (사)아름다운가게, 대전충남녹색연합 녹색가게, 월평복지관 녹색가게, 대전YWCA 민들레가게, 대전여민회 보물창고, 대전기독교사회복지관 나눔가게, 대전의제21추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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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우리사회의 화두는 양극화와 불평등이다. 양극화와 불평등 내용도 다양하고 복잡하며 중층적이다. 필자는 희년빚탕감 상담활동가로서 '생명,공동체,섬김,나눔의 이야기들'을 찾아서 소개하는 글쓰기를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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