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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오후 북측대표단 147명이 고려항공 전세기편으로 평양으로 귀환함으로써 통일대축전 일정이 마무리됐다. 이날 시민 300여명은 광주공항에서 떠나는 북측 대표단을 환송했다.
ⓒ 김보성
17일 오후 북측 대표단이 고려항공 전세기편으로 평양으로 귀환함으로써 '6·15공동선언 6돌 민족통일대축전(통일대축전)' 일정이 모두 마무리됐다.

이날 오전 북측 대표단은 남측 대표단과 함께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탑에서 참관 행사를 한 뒤 오후 4시경 광주공항을 떠났다. 행사위원회 관계자, 시민 등 300여명은 광주공항에서 북측 대표단을 환송했다.

시민들은 단일기를 흔들며 "우리는 하나"라고 외쳤고, "안녕히 가십시오"라고 인사를 건넸다. 일부 북측 인사들은 환송 나온 시민들에게 악수를 청하며 "감사했습니다, 또 만나십시다"라고 답례했다. 환송 나온 이명자(63)씨는 "얼마나 기다렸는데… 이렇게 다시 보내야 하니까 섭섭하다"며 아쉬워 했다.

3박 4일 동안 광주광역시 일원에서 진행된 통일대축전은 행사 외적인 이유에서 냉기류가 흐르기도 했지만, 남북 당국 대표단이 허심탄회하게 좌담회를 열어 통일의 기운을 저변화 했다는 평가다.

'전쟁 화염' 발언, 미사일 시험발사 잇단 악재... 6·15 의미 퇴색

▲ 6.15 민족통일대축전 참가차 광주를 방문한 김영대 당국 대표단장 등 북측 대표단이 14일 오후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통일대축전은 지난 14일 북측 대표단이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북측 민간대표단장을 맡은 안경호 조국통일평화위원회(조평통) 서기국장이 행사 전인 10일, "한나라당 집권시 전쟁 화염"이라고 한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는 등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포문을 열었다.

▲ 북측 민간대표단장인 안경호 조평통 서기국장의 '전쟁 화염'발언은 대회 기간 내내 논란거리 중 하나였다. "내정간섭"이라는 정치권 등의 비난에 북측 대표단은 출국 성명에서 "내정간섭이 아니"라며 "충고가 아프면 약으로 먹고 고치면 된다"고 일축해 논란의 불씨를 남기고 떠났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안 국장의 발언은 통일축전 내내 논란을 빚어 6·15공동선언의 의미를 퇴색시켰다. 이를 두고 한나라당은 물론 여야 정치권은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발언을 취소해야한다"고 나섰고, 당국 대표단장인 이종석 통일부 장관도 15일 안 국장에게 유감을 표명했다.

행사 첫날 14일 조평통 서기국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사실상 진실을 말했을 뿐이며 한나라당이 꼭 먹어야 할 약을 줬다"고 밝혀 파문이 확산됐다. 파장이 계속되자 정부는 물론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도 난처한 입장에 서게 됐다. 이종석 장관은 "인심을 많이 잃어 힘든 상황"이라며 "북측이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북한의 대포동 2호 미사일 발사 징후가 포착되면서 긴장감이 고조됐다. 물론 축하공연, 개막식 등에 참여한 시민들은 흥겨운 통일의 함성을 느낄 수 있었지만 두 사안은 통일대축전 내내 관심사로 떠올라 그 배경과 상관없이 역풍을 자초했다. 이같은 일련의 분위기가 "통일축전은 반미 친북 행사", "이런식 축전 계속해야 하나"라는 비난의 소리를 거침없이 나오게 했다는 분석이다.

17일 북측 대표단은 예정에 없던 출발성명을 발표하고 안 국장 발언과 관련 "내정간섭이 될 수 없다"며 "우리 충고가 아프면 약으로 먹고 고치면 될 것"이라고 말하고 떠나 여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민관 공동행사 당국간 좌담회 성과는 높이 평가

대내외적인 악재에도 불구하고 진전된 성과도 있었다. 과거 민간 주도로 치러쳤던 통일대축전이 당국과 민간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행사가 됐다는 것이다. 특히 당국 대표단이 처음으로 좌담회를 열어 남북간 현안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시도했다는 점은 이번 행사에서 눈에 띄는 대목이다.

행사위원회 한 관계자는 "이같은 당국 대표단 좌담회가 이후 남북 대화 창구에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큰 성과"라고 했다. 15일 열린 좌담회에서는 북의 미사일 시험발사 징후에 대한 우려가 표명됐고 북측은 "걱정하지 말라"는 느긋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 이번 통일축전에서는 남북 당국 대표단이 좌담회를 열고 여러 현안에 대해 대화를 나눠 냉기류가 흐르는 남북관계를 푸는 계기가 될 지 관심이다. 사진은 지난 14일 저녁 광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개막식에서 남북 당국 대표인 이종석 통일부장관과 김영대 민족화해협의회장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 오마이뉴스 남소연
또 좌담회에서는 남북경협과 관련된 의견도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좌담회는 열차시험 운행 무산 이후 경색된 남북대화 창구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그러나 북측 당국 대표단의 격이 이전에 비해 크게 낮아져 당국간 대화에 무게감이 덜 했다는 아쉬움도 남겼다.

이와 함께 오는 27일 김대중 전 대통령 방북과 관련 남북간 논의가 있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통령의 방북 실무접촉 수석대표를 맡고 있는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16일 전화통화에서 "논의를 하고 있다"며 "아직 전체적으로 정리가 되지 않았다"고만 했다.

이번 행사는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서 열린 첫 사례이지만 안정적인 운영을 했다는 평가다. 이재규 행사위 부대변인은 "지방에서 통일축전을 진행해서 저변 확대라는 성과를 남겼다"고 말했다.

한편 행사위원회 등은 민간상봉모임에 일정 성과가 있다는 평이다. 그동안 남쪽에서 열린 통일대축전 부문 상봉행사는 실외에서 진행된 적이 없지만, 이번 일부 상봉행사는 그렇지 않았다. 민화협 조성우 상임대표는 "이번 부문 상봉행사는 처음으로 야외에서 진행했다"며 "이렇게 대중들 속에서 상봉행사를 진행할 만큼 북의 보폭이 넓어졌다"고 밝혔다.

악재로 다소 의미가 퇴색된 가운데 진행된 통일대축전의 성과가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남북관계를 해결해 가는데 어떤 성과로 나타날지 관심이다.

한편 애초 부대행사로 15일 오후 옛 전남도청 앞 금남로 일대에서 북측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열릴 예정이었던 주먹밥 체험행사가 취소되고, 무안군 남악신도심에 위치한 전남도청 앞 광장에서의 축하공연이 실내체육관 행사로 변경돼 시민들의 참여를 제한했다는 아쉬움도 있었다.

DJ방북은 어떻게 되나?
정세현 전 장관, 방북절차 요구안 전달... 북측 "돌아가서 답할 것"

ⓒ오마이뉴스 남소연
6·15통일대축전 기간 중 협의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방북 실무접촉이 성과 없이 끝났다.

DJ방북 실무접촉단장을 맡고 있는 정세현(사진) 전 통일부 장관에 따르면, 북측 실무단 관계자와 비공식 접촉을 두 차례 열었지만 북측으로 부터 구체적인 답변을 얻지 못했다.

정세현 전 장관은 17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방북절차, 규모 등에 대한 우리측 요구안을 북측에 전달했으나, 북측으로부터 답변을 듣지는 못했다"고 말하면서도 "북측이 평양에 돌아간 이후 연락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우리 측 요구안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다만, 북측과의 협의 과정에서 우리 측은 구체적인 방북 경로와 규모 등에 대한 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 전 대통령의 방북 시기는 오는 27일로 예정돼 있지만 아직 방북단 규모와 세부 일정, 방북 경로 등이 합의되지 않은 상태여서 북의 답변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지난 15일 광주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민족통일대회 참석한 자리에서 최승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은 "김 전 대통령이 27일 북에 갈 수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논의하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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