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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를 먹으며 유치원 버스를 타고 온 어린이.
치즈를 먹으며 유치원 버스를 타고 온 어린이. ⓒ 허선행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어떤 할아버님이 심각한 표정으로 제게 상담을 하러 오셨습니다. 그 할아버지께서는 "우리 아이가 활달하고 똑똑한 줄만 알았더니, 아이들이 초콜릿을 가져오지 않으면 때린다며 다섯 개씩이나 사 달라고 합니다. 큰 아이들만 왕따가 있는 줄 알았더니, 요즈음 아이들은 유치원에서도 이런 일이 있네요" 하셨습니다.

알고 보니 그 상표의 초콜릿이 너무 먹고 싶어 할아버지께 그렇게 말을 했다고 합니다. 사실이 아니라서 안도는 했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 때문에 거짓말까지 해야 하니 보통 큰 일이 아니었습니다. 아이들과 과자는 떼놓기 어려운 친구 사이입니다. 정말 떼어 놓기 어려울까요?

현장 학습을 가는 날이면 어김없이 가방 가득 간식을 가져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 음료수나 과자는 엄마가 정성껏 싸 준 도시락이나 과일을 밀어냅니다. 아이들은 점심도 먹기 전에 "과자 먹어도 돼요?" 여러 번 묻곤 합니다. 심지어는 "점심을 다 먹은 친구만 후식을 먹을 수 있어요"라고 엄포를 놓는 담임 교사와의 실랑이도 목격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런 엄포쯤은 아랑곳하지 않고 사탕이나 과자에 빠져듭니다. 야외 활동이라도 나가는 날이면 쓰레기 봉투로 가득 채워진 과자 포장지나 껍데기를 볼 수 있습니다.

"너희들이 한 번 야외 나올 때면 과자 장사 돈 벌겠다"는 이야기는 단지 우스개소리가 아닙니다. 각양각색의 포장만큼이나 다양한 과자나 사탕에 현혹되지 않으면 어린 아이가 아니겠지요.

등원하는 어린이의 손에 들려 있는 캐러멜.
등원하는 어린이의 손에 들려 있는 캐러멜. ⓒ 허선행
우리 유치원에는 아토피가 심해 음식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아이가 있습니다. 가려서 먹어야 하는 음식도 많으니 유치원에서 준비한 간식과 별도로 준비를 해 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별도로 가져 온 엄마의 정성이 든 간식을 두고도 다른 아이들이 먹는 음식을 부러워합니다. 아토피가 심해 긁어야 하는 몸도 문제지만 얼굴까지 가려워하는 아이를 보면 안쓰럽습니다.

과자의 유해성 논란을 뒤로 하더라도 너무나 쉽게 우리 주변에서 주식보다 간식을 더 찾는 아이들을 봅니다. 유치원을 방문하시는 학부모님이나 손자가 친구들과 지내는 모습을 보러 오셨다는 할아버지, 할머니도 유치원 친구들 주라고 가져오시는 선물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나 아이스크림, 달콤한 빵입니다.

그 흔한 일상에서 저는 많은 고민을 해 봅니다. 제가 좋아하는 커피를 끊을 수 없듯 아이들도 과자를 먹지 않기가 어려울 겁니다. 오늘도 막대 사탕을 들고 좋아하며 가는 아이 뒤에다 대고 한마디 해 봅니다.

"이 썩으면 어떻게 하나?"
"치카치카하면 돼요."

천연덕스럽게 답하니 할 말이 없습니다. 칭찬이나 격려하려고 주는 사탕이 혹 아이들에게 해가 될까 염려됩니다. 이미 인스턴트 음식에 길들여진 신세대 부모의 견해가 유치원에서 먹지 말라고 지도하는 것에 어려움이 따르는 현실입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나 사탕, 인스턴트 음식에서 조금이라도 멀어지게 할 수 있을지 늘 숙제를 안고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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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부터 시작되는 일상생활의 소소한 이야기로부터, 현직 유치원 원장으로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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