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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1977년부터 1981년까지 동구의 유년을 보여준다. 이 소설은 동구가 주인공이면서 또한 동구의 가족, 동구에게 따뜻한 애정을 보여주는 박영은 선생님, 배경으로 등장하는 10ㆍ26과 12ㆍ12, 5ㆍ18 등 묵직한 사건들이 보여주듯 사회 현실까지 모두 주인공이다.

가족소설 같기도 하고 사회소설 같기도 한 느낌. 그러나 이걸로 이 소설에 대한 얘기가 다 될까. 이 소설을 어떻게 얘기해야 할까. 아, 날 미소 짓게 만드는 동구를 어떻게 얘기해야 좋을까.

동구, 초등학교 3학년이 되도록 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동구. 할머니에게 “덜 떨어진 놈!”이라는 욕설을 듣고 사는 동구. 가끔 문이 열려 있을 때면 황금빛 곤줄박이를 볼 수 있는 어느 3층 집의 정원, 마음 속에 그 아름다운 정원 하나 품고 사는 동구.

육두문자를 아무렇지 않게 내뱉으며 자신의 아들인 동구 아버지만을 감싸고도는 할머니, 동구에게는 다정하지만 할머니에게는 당하고만 살지 않으려는 엄마,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 무능력하게 아무런 갈등 해결도 하지 못하는 아빠. 동구의 난독증은 할머니의 욕설 속에서 아빠의 회초리 안에서 깊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 동구의 집에 희망의 불 하나가 켜진다. 바로 동생 영주의 탄생. 귀엽고 사랑스러운 영주는 세살 때 글을 깨우친 천재다, 영재다. 동네의 인기스타가 된다. 영주를 통해서 가족들은 웃고 얘기하며, 영주는 그렇게 가족의 중심이 된다. 동구의 마음은 어땠을까. 우리의 동구는, 착하디 착한 동구는 등에 땀띠가 나도록 영주를 업어준다.

영주 손을 잡고 동네를 다니며 영주를 칭찬하는 말에 으쓱해 한다. 얘가 내 동생이에요, 하는 마음. 한동구가 아니라 한영주의 오빠, 로 살아가면서 기분 좋고 즐거운 일이 많았겠지만 한편으로는 어찌 앙금이 하나도 없을 수 있었겠는가. 나중에 박영은 선생님의 앞에서 자신의 속마음을 울면서 말하는 동구를 보며 내 마음도 짠해졌다.

영주를 많이 사랑하지만, 영주로 인해 웃음꽃이 피게 된 집이 좋긴 하지만, 영주만 예뻐하는 할머니와 영주 얘기만 하는 부모님 사이에서 자신이 설 자리는 없다는 것을 아는 어린 소년의 마음은 혼자 얼마나 힘들었을까. 박 선생님과 함께 방과 후 활동 시간을 하면서 조금씩 변해가는 동구, 동구는 박 선생님을 통해서 자신을 이해받고 세상을 이해하고 있었다. 마음에 난 상처를 치료해주는 박 선생님의 모습은 내 가슴에 새겨지기 충분했다.

그러다 동구는 두 사람을 잃었다. 자신이 정말 소중하게 여겼던 두 사람, 박 선생님과 동생 영주를 말이다. ‘절망’을 알아버리는 동구. 아아, 자신도 상처투성이면서 어른들의 상처를 감싸 안으려는 동구. 이런 동구를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래, 영주는 짧은 생을 통해 가족들에게 사랑을 말해 주었고 함께 웃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동구는 영주를 통해 기쁨과 행복을, 슬픔과 절망을 배웠다. 인생이란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고통까지 가만히 끌어안고 가야 한다는 것을.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그 고통을 견디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리라는 것을 말이다. 1981년, 동구가 자신의 아름다운 정원을 떠나며 이 소설은 끝난다. 안녕, 자신의 아름다운 정원에 이별의 인사를 건네는 동구는 어떤 표정이었을까.

아, 몇 개의 문장으로 이 소설이 내게 준 감동을 표현하기에는 내 능력이 너무 부족한 것을 느낀다. 아무리 더 얘기하고 또 얘기해도 이 소설이 내게 준 감동을 표현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한 번 읽어보라고 부모님께 권하고 싶은 책, 마음이 따뜻해지는 소설이라고 힘들어하는 친구에게 권하고 싶은 책, 이 소설 속에 나오는 박영은 선생님같은 선생님은 어떠냐고 교사가 되고자 하는 누군가에게 권하고 싶은 책. 누구라도 읽으면 애틋한 마음이 될 것이다. 가슴이 아리다, 는 말이 무언지 느낌으로 먼저 알게 될 것이다.

읽으면서 눈물이 날 것 같아도 울어서는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은, 미소 지으면서도 눈물이 고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동구가, 이 소설이 참으로 따뜻하고 해맑았기 때문이었으리라. 이 소설에 가득 담겨 있었던 진심은 나를 감동시켰고 지금까지 내 마음 속에 남아 가끔 마음 속 책장을 넘겨보게 만드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심윤경의 <나의 아름다운 정원>/2002년 7월 10일 발행/한겨레신문사
2002년에 읽었지만 다시 또 읽었습니다. 
새로운 느낌이었지만 여전히 따뜻한 소설이었습니다.


나의 아름다운 정원 - 제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심윤경 지음, 한겨레출판(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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