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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가족들에게 보내는 유쾌한 질타
현대 가족들에게 보내는 유쾌한 질타 ⓒ 양지혜
바쁘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사람들. 바쁘지 않는 것이 무능함과 게으름 탓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러나 정말 바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일까? 그리고 그 바쁨은 무엇을 위해 필요한 것일까? 가정과 가족의 행복은 무엇이고, 행복 찾기는 어디서 어떻게 시작 되어야 하는가. 행복을 향한 '느림'을 웃음 속에서 슬그머니 들려주는, 조금은 과장되지만 유쾌한 동화 <바빠가족>.

즐거운시 행복구 여유동 세 번째 골목 끝집에 사는, 언제나 "바쁘다 바뻐"를 외치는 '바빠가족'을 동네에서는 모르는 이는 없다. 가장인 유능한씨는 성공하기 위해 상사에게 아부 하느라 여념이 없어 아들의 얼굴도 잊은 채 살아가는 무심한 아버지고, 엄마인 깔끔여사는 완벽한 주부역할에 몰입해 끝없이 '깔끔'을 떠느라 신경질적이고 바쁘다.

그리고 누나 우아한 양은 멋 부리고 미모 가꾸기에만 온통 정신없이 바쁘고, 다잘난 군은 학교에서 자신이 제일 잘나게 보이기 위해 괜스레 나서서 바쁘다. 그렇게 새벽 6시부터 시작되는 바빠가족의 일상은 가정과 가족을 잊게 만들고 가족 모두를 외롭게 만든다.

아이의 눈으로 본 <바빠가족>은 유쾌한 동화 입니다.
아이의 눈으로 본 <바빠가족>은 유쾌한 동화 입니다. ⓒ 양지혜
이런 바빠가족에게 문제가 발생했고, 변화가 시작 되었다. 다름 아닌 바빠가족 그림자들의 '반란'이다. 바빠가족을 따라 다니느라 지친 그림자들은 서로 그림자를 바꿔치기 하면서, 가족들의 곁을 떠나겠다고 나서고 '조정시간' 동안 변화를 요구한다.

"우리는 지쳤습니다. 그림자의 운명이 자기와 엮인 사람을 묵묵히 따라 하는 거라지만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생략) 하지만 바빠가족 가운데 어느 누구도 여유 있는 삶을 사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이젠 당신들을 따라 하는 삶에 넌덜머리가 납니다."

당황한 가족들이 그림자와 담판을 지으려고 한다. 그림자들의 제시한 '조정기간'에 합의 하면서 '평범한 그림자'가 아닌 주체적 그림자와의 승강이를 벌이는 바빠가족. 온 가족이 합심해 그림자들과 대항하는 동안 가족과의 대화속에서 올바른 가정의 모습을 찾아간다. 변화는 그들에게 친구와 이웃을 만들어준다. 그들은 '바빠'를 버린 대신 '여유'와 '가족의 행복'을 얻은 것이다.

누나 우아한 양이 학교에서 읽은 시는 그런 '바빠가족'의 행복에 대한 의미를 대신 말해 준다.

행복한 느림을 배우는 이야기.
행복한 느림을 배우는 이야기. ⓒ 양지혜
'행복해진다는 것' - 헤르만 헤세.

인생에 주어진 의무는 다른 아무것도 없다네.
그저 행복하라는 한 가지 의무뿐.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세상에 왔지.
그런데도 그 온갖 도덕 온갖 계명을 갖고서도,
사람들은 그다지 행복하지 못하다네.
그것은 사람들 스스로 행복을 만들지 않는 까닭...'


그리고 책 속 마지막 글, 소풍편에서는 변화한 <바빠가족>의 모습이 우리를 웃음 짓게 한다. 그러나 어디 이렇게 가족과 가정의 중요함을 잊은 '바빠가족'이 이 가정뿐이겠는가? 이 책에 등장하는 바빠가족의 모습은 지금 우리의 현실일지도 모른다.

'김 부장님의 사랑을 덜받으면 좀 어떻고.
접시에 얼룩이 있으면 좀 어떻고.
머리가 약간 헝클어지면 좀 어떻고.
영어 말하기 대회에 못 나가면 어떠랴.'


책을 마무리를 하면서 작가는 말한다. 행복한 게으름을 피울 줄 아는 행복한 게으름뱅이가 되자고. 나는 이 동화를 저학년 아이에게 보다는 어른이 함께 읽고 생각해 보는 '행복한 책읽기'로 권하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지은이 / 강성연
그림 / 전상용
펴낸곳 / 바람의 아이들
총 137쪽
가격 / 7000원


바빠가족

강정연 지음, 한지아 그림, 바람의아이들(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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