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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 마운틴 이야기> 책 겉그림
<사우스 마운틴 이야기> 책 겉그림 ⓒ 샨티
1975년부터 지난 30년 동안 100채가 넘는 건물을 짓고 수리한 건축회사가 있다. 지나온 세월에 비해 건축물을 그리 많이 짓고 수리한 편은 아니다. 그렇다고 자산이 많은 것도 아니다. 2004년 자본 계정의 누적 총액은 105만 달러에 달한다. 직원도 30명이 일할 뿐이다.

일반 건축회사와 다를 바 없지만 그렇다고 그 회사만이 갖고 있는 남다른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30명의 직원 중 16명이 오너라는 점이 남다르다. 그리고 직원을 뽑을 때에도 5년 뒤에 오너가 될 만한 사람을 뽑는다는 것이 특별하다. 그만큼 회사를 제 몸처럼 아끼고 사랑할 직원을 채용하는 것이다.

더욱이 그 회사는 종업원 주식 소유제를 두고서, 설계와 시공을 따로 하지 않고 하나가 되어 유기체적으로 경영한다. 예전 대기업 중심의 경제 체제와 임금 정책으로 인해, 근로자를 노예화하는 습성에서 탈피하여 모두가 경영자요, 모두가 책임자로 우뚝 선 회사이다.

당연히 지역사회에서도 그 회사를 필요한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 그것은 지역사회에서 벌어들인 수입을 다른 곳에 투자하지 않기 때문이고, 오히려 지역사회에 살고 있는 빈민들을 위한 서민주택을 짓는 데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토록 '직원과 회사와 지역' 모두가 신바람 나는 회사가 있으니, 바로 미국 북동부의 작은 섬 마서즈 비니어드에 세운 '사우스 마운틴' 사가 그곳이다. 그 회사의 창업자이기도 하고, 공동 경영자, 공동 책임자이기도 한 존 에이브램스가 쓴〈사우스 마운틴 이야기〉(샨티.2006)에는 그 회사의 모든 경영방식이 소개돼 있다.

"내 바람은, 우리 회사가 생각만큼 별난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내가 동료들과 함께 실수와 우연한 발견을 통해 배운 것들, 그 과정에서 갖게 된 목표에 대한 것이다. 이 이야기는 오늘날 많은 회사들이 고심하는 문제, 즉 어떻게 하면 적절한 이윤을 남기면서도 가치를 지킬 수 있는 지에 대한 것이다."(25쪽)

처음 그 회사를 비니어드 섬에 처음 세울 때만 해도 그 섬은 독특한 환경을 갖추고 있었다. 농업과 어업이 퇴락해 가고 있었고, 휴양지로 정해진 탓에 관광산업이 점차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버려진 차와 플라스틱 장난감 쓰레기는 줄어들어서 섬 전체는 깨끗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지녔다.

그러나 고급주택가는 넓은 부지를 소유하고 있고, 빈민가는 조밀한 공간 속에 허덕이고 있었다. 그 섬은 메사추세츠 주의 다른 18개 지역보다도 평균 수입이 낮은 곳이었다. 이를테면 일부 부유층과 유명 인사들이 섬의 전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서 서비스 집단을 구성하고 있는가 하면, 빈민층은 주택 문제로 심각한 골몰을 앓고 있었던 것이다.

'사우스 마운틴' 사는 그래서 건축 환경과 지역공동체 사이의 유대감을 향상시키기 위해 처음부터 무던히 애를 썼다. 또한 좋은 뜻을 위해 경제 주체와 지역 정부, 민간단체까지 협력할 수 있도록 그 잠재력을 일깨우기 시작했다. 더욱이 지리상으로 외부와 단절돼 있는 까닭에 더욱더 주민들과의 결합점을 찾는데 주력했고, 현실적인 해법과 아울러 지속 가능한 미래까지 염두에 두며 건축에 뛰어들었다.

물론 처음부터 뚜렷한 색채를 갖고 출발한 것은 아니었다. 주문과 인력에 따른 설계와 시공, 그 모든 부분에서 하나 둘 문제점들이 불거졌다. 오너들과 직원들은 그것을 놓고 머리를 맞대어 토론하며 그 합일점을 찾기 시작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회사가 어떠한 난관과 유혹에 빠져도 함께 대처할 수 있는 '공동 오너'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그래서 사우스 마운틴 사는 누구도 흔들 수 없는 나름대로의 8가지 기본 원칙을 정해 놓았다. 그 기본 원칙에 의해 회사가 운영되고, 오너와 직원들 사이의 공동체 정신도 증대되며, 회사의 수익과 분배에 있어서도 투명하게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그 8가지를 원리를 풀어 쓰면 다음과 같다. '민주적인 직장 만들기', '성장이라는 불문율에 도전하기', '다양한 가치를 실현하기', '마서즈 비니어드 섬에 전념하기', '장인 정신을 지키기', '지역 주민을 보호하기', '지역 기업가 정신을 실천하기', '성당을 짓는 사람처럼 생각하기' 등이다.

그것들을 뜯어보면, 사우스 마운틴 사는 그야말로 직원들이 회사 소유권을 공유하고 있고, 책임과 권한, 이윤까지 공정하게 나눠 갖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고 임금과 최저 임금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는 편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성장에만 눈독을 들이는 게 아니다. 회사를 유지하고 구성원들과 나누는데 적절한 이윤인지 먼저 따져 보고, '얼마나 적절하게 성장'하는 가에 초점을 맞출 뿐이다. 결코 ' 더 빨리, 더 많이 성장하기 위한 방편'으로 직원들을 혹사시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다양한 가치를 실현하기'도 회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직원들이 기쁜 마음으로 일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고객과 거래처의 기대치가 맞춰지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것이 바로 '마서즈 비니어드 섬에 전념하기'와 일관성을 갖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장인 정신을 지키기'라든지, '지역 주민을 보호하기', '지역기업가 정신을 실천하기', '성당을 짓는 사람처럼 생각하기' 등은 어떤 면에서 보면 모두 미래 세대를 염두에 둔 가치라 할 수 있다. 그야말로 한 세대만을 위해 집을 짓고 수리하는 회사가 아니라, 자자손손 뿌리를 내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원리들만 보면 어딘가 모르게 딱딱한 느낌이 없지 않다. 하지만 책 속에 흐르고 있는 인간미 넘치는 몇 몇 이야기들은 공동체를 세우는 단단한 버팀목이 무엇인지 실감하고도 남을 것이다.

이를테면 직원 하나가 음주 운전으로 교도소에 들어갔을 때, 회사 오너와 직원들은 그를 해고시키는 게 아니라,ㄱ 그가 금주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도왔다는 것이다. 또한 회사 직원 한 명이 아이를 입양했을 때에도, 그에 따른 의료보험 혜택을 친부모의 입장과 똑같은 수준에서 부양비를 세워줬다는 것이다.

이윤창출을 위해 모든 회사들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시대이다. 그런데도 사우스 마운틴 회사는 '얼마나 더 많이, 더 빨리' 성장하는가 보다는, '직원과 회사와 지역' 모두가 신바람나는 회사를 만드는 데에 온 힘을 모으고 있다. 분명 남다른 회사임에 틀림없다.

하여, 비록 달팽이처럼 느리게 가더라도 '얼마나 적절하게' 성장하는 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사우스 마운틴 회사의 경영방침을 오늘날의 다른 기업이나 회사들도 한 번쯤 눈여겨봐야 하지 않겠나 싶은 생각이다.

사우스 마운틴 이야기 - 세상을 행복하게 만든 작은 회사

존 에이브램스 지음, 황근하 옮김, 샨티(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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