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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먼타임스
[채혜원 기자] “괜찮아. 나는 생각했다. 한 끼쯤 걸렀다고 죽지는 않아. 분별 있고 차분한 동료들이 다들 한마디씩 하잖아. 다이어트를 하면 더 튼튼해질 거라고. 게다가 게걸스럽게 먹어대는 여자들은 2천 달러짜리 바지를 입어 봤자 멋지지도 않아.”(‘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중에서)

2003년 발표되자마자 6개월 동안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오는 6월 30일 미국에서 영화<사진>개봉을 앞두고 있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The Devil Wears Prada 로렌 와이스버거 지음/ 문학동네 펴냄)가 한국의 젊은 직장여성들로부터 공감과 지지를 얻고 있다.

이 책은 미국에서 영화 개봉을 앞두고 한국에 상륙한 지 2주만에 각 서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평균 5∼6위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강남 교보문고 문학과 관계자는 “저자가 유명인이고 20대 여성들을 상대로 한 마케팅이 활발해서인지 젊은 여성들이 압도적으로 많이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요커들의 삶과 사랑을 솔직하고 감각적으로 그려낸 드라마 ‘섹스앤더시티(sex&the city)’ 연출자인 데이비드 프랭클이 감독을 맡고 메릴 스트립과 앤 헤더웨이가 주연을 맡은 영화는 미국 여성들에게도 벌써부터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악마는…’은 대학을 갓 졸업한 시골 출신 앤드리아가 백만 명의 여성들이 너무나도 하고 싶어하는 일인 세계 최고 패션지의 편집장인 미란다 프리스틀리의 개인 어시스턴트로 일하면서 겪는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힐러리 클린턴, 조르지오 아르마니, 베르사체 등 전 세계 유명인사로부터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려 256개나 받을 정도로 패션계의 살아있는 전설인 미란다.

그의 추천서를 받아 원하는 잡지사에 들어가겠다는 일념 하나로 앤드리아는 아침 7시부터 밤 12시까지, 심지어는 새벽에도 울려대는 전화를 받아가며 개인비서나 다름없는 잡일들을 모두 해낸다.

매일매일 고군분투하며 사는 직장 여성들의 삶을 세련되고 경쾌하게 풀어내고 있는 것에 이 책이 여성들로부터 공감을 얻는 첫 번째 이유가 있다. 사망(직계가족에 한함), 사지 절단(본인의 몸), 핵전쟁 발발(맨해튼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고 미국 정부가 확인한 경우에 한함) 시를 제외하고는 반드시 사무실에 나와 있어야만 하는 전쟁터 같은 직장에서 앤드리아가 겪는 힘겨운 일상에 많은 여성들은 공감한다.

겉으로는 화려하고 우아해 보이는 패션잡지사지만 결국 한국이든 미국이든 사회생활은 결코 녹록치 않다는 것, 그러나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최선을 다하는 앤드리아의 모습에 많은 여성들이 오버랩되는 경험을 한다.

E 패션지에서 2년째 어시스턴트로 일하고 있는 이모(25)씨는 “뉴욕과 한국 어시스턴트 일이 많이 다르긴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또 다른 패션계를 경험할 수 있어 짜릿했다”고 말했다.

세계 패션의 중심지 뉴욕에서 벌어지는 생생한 이야기를 통해 패션과 트랜드를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묘미다. 이 책이 소설이지만 사실감을 더해주는 이유는 작가의 이력 때문이다. 파리, 밀라노, 런던, 뉴욕 세계 4대 컬렉션의 스케줄을 바꾸는 여자, 그녀가 도착해야만 패션쇼가 시작되고 표정 하나만으로 유명 디자이너들을 가슴 졸이게 하는 여자. 바로 패션계의 막강한 권력자인 미국 ‘보그’지 편집장인 안나 윈투어의 어시스턴트였던 로렌 와이스버거가 이 소설의 작가다.

지금도 세계 곳곳의 여성들은 힘겨운 하루하루를 보내며 자신의 꿈을 향해 내달리고 있지만 그들에게 결코 포기란 없다. 잡일만 수행하는 어시스턴트였던 앤드리아가 유망한 작가로 거듭나는 것으로 끝맺음을 하는 이 책의 엔딩처럼 많은 여성들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안주하지 않는다. 이것이 여성들의 공감과 지지를 받는 또 다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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