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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증을 받던날, 까맣게 그을린 얼굴이 오히려 자랑스러웠습니다. 같이 고생한 집사람에게 당선의 영광을 돌립니다.
당선증을 받던날, 까맣게 그을린 얼굴이 오히려 자랑스러웠습니다. 같이 고생한 집사람에게 당선의 영광을 돌립니다. ⓒ 배상용
기쁜 날입니다. 지난 3월 19일 예비후보자로 등록하고 두 달을 넘게 새벽 6시부터 밤 10시가 넘도록 죽을 힘을 다해 뛰어 다녔습니다.

현 정부의 선거방법론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물음표를 던지며 말입니다. 공개연설도 없고 그렇다고 지역유선방송을 통한 공개토론도 사라진, 유권자가 도대체 무엇을 보고 후보자를 선택해야 하는지의 기준조차 가늠할 수 없는 선관위의 선거방법론에 대해 고개를 저어가며 무작정 돌아다녔습니다.

유권자의 가정을 방문해서도 안 된다. 공개연설도 없다. TV토론회도 없다. 고작해야 8면으로 한정된 홍보책자에만 의존해야 하는, 그리고 인터넷 시대에 군청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에조차 후보자를 홍보하는 글을 게시할 수 없고 개인 홈페이지도 링크할 수 없는 무지막지한 선거법에 오로지 가능한 것은 발로 뛰는 방법밖에 없었습니다.

더욱 기도 안 차는 것은 후보자등록 후 13일간의 선거전에는 군수와 도의원은 마이크를 쓸 수 있지만 군의원의 경우는 확성기가 있는 마이크조차 사용을 못하고 흔히 얘기하는 메가폰(휴대용 확성기)만 사용가능하다는 선거법에 아연실색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무작정 골목 골목을 누비고 다녔고 산 속과 나물밭을 헤매고 다녔습니다. 한두 명의 나물 농사를 하는 주민이 눈에 띄면 가파른 나물밭을 100미터 이상 걸어 올라가 인사를 하고 명함을 건네는 것이 하루 일과였습니다.

선거 막바지 3일 동안은 메가폰을 들고 꼭 기호7번 배상용을 뽑아 달라며 목이 쉬어라 하루종일 외치고 다녔습니다. 선거 당일, 새벽에 일어나 집사람에게 힘들게 한마디 건넵니다.

"은경엄마, 이만큼 죽어라 했는데도 낙방하면 별수 없다. 그쟈?"
"만에 하나 낙방해서 혹시 내가 안 보이면 산이나 바다에서는 찾지 마래이."
"이런 일로 나쁜 생각 할만큼 그렇게 약한 놈 아이니깐."
"다음 기회도 또 있잖아."
"한 며칠 아무 생각 없이 혼자 푹 쉬고 싶어 하는 소리다."

필자의 이런 말에 집사람은 아무 대꾸가 없습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흐른 후 개표가 시작됩니다. 이미 다른 후보 3명은 당선이 확정되었고 필자와 다른 후보 한 명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전화가 옵니다.

지역 유선방송에서의 TV화면에서는 개표 관계자 수십 명이 한곳에 모여 개표상황을 지켜보는 모습이 보입니다. 태어나서 이만큼 애간장이 타고 조마조마한 마음은 처음이었습니다. 마지막 순간을 지켜보며 20여 분 동안 쉴새없이 소주를 들이켰습니다.

그리고 휴대폰 소리가 울립니다.
"형님요. 이겼니더. 50표 차이시더."

그리고 이내 눈물이 흘러내립니다. 힘들었던 이런 저런 생각에 도와주었던 주위 분들과 기쁨의 포옹을 나누며 한참 동안을 울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 당선의 기쁨보다 조금은 허탈한 마음이 더하고 긴장이 풀린 탓인지 그저 피곤하기만 합니다. 낙선의 고배를 마신 후보자들께는 미안한 마음도 들고 낙선하신 최모 후보자는 그 힘든 와중에도 축하의 꽃다발을 보내주신 데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한동안 선거운동을 하느라 기사도 제대로 쓰지 못했고 앞으로 진정 울릉도의 발전을 위해 그리고 관광입도를 꿈꾸는 울릉도의 홍보를 위해 더욱 열심히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기사를 게재할 각오입니다.

또한 재미있는 사실은 이번 선거전의 사진촬영과 선거공보의 기획, 인쇄까지 도맡아 열정적으로 도와주신 분들이 모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하며 알게 된 포항의 안성용, 서울의 조선희 시민기자라는 점입니다. 이래 저래 <오마이뉴스>는 저에게 있어 단순한 인터넷일간지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고향 울릉도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진정으로 일깨워 주고 그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눈을 갖게 해준 울릉도닷컴 주운영자이자 고향친구인 박수관님과 묵묵히 선거사무장으로 끝까지 도와준 고향 후배인 백광태군과 군의원 당선의 기쁨을 같이 나누고 싶습니다.

끝으로, 많이 부족한 저를 선택해 주신 울릉 주민 여러분에게 가슴 속 깊이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초심을 잃지 않고 더욱 열심히 매진하여 주민 여러분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서민의 대변인으로 불의와 결코 타협하지 않고 깨끗함으로 당당하게 설 수 있는 군의원으로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덧붙이는 글 | 배상용기자는 울릉도관광정보사이트 울릉도닷컴현지운영자이자 <울릉군발전연구소> 소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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