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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1일 아침 부산 영도 동삼동 투표소 앞. 투표를 마치신 어르신들이 건물 입구 차가운 대리석 계단에 앉아 계셨다.

"투표는 잘하셨어요?"
"이럴 줄 알았으면 안 올걸 그랬데이..."
"왜요?"
"왜 돌아갈 차가 안 오노"

동삼동에 거주하시는 김순화 할머니(72)는 불만을 이렇게 터뜨리셨다.

"엉덩이는 차가운데 이래 앉을데가 여기 계단 밖에 없지 않노. 저만치 벤치까지 걸어가기도 힘들어 그냥 앉아있는 기다"

▲ 투표를 마치고 모여있는 장애인 분들. 동삼동에 사는 장애인들과 노인분들은 가파른 고개를 오고 가며 투표를 해야 했다. 복지의 손길이 미치지 않아 안타깝다.
ⓒ 박경애
투표하고 나오는 어르신들이 선거장소까지 데려다 준 차를 다시 기다리며 계단 여기 저기 앉아 있는 것이었다.

선거도우미 김종희(53)씨는 "노인분들도 힘드시지만 휠체어는 아예 올라오기가 어렵다"며 "투표하러 왔다가 그냥 가려는 장애인 분의 휠체어를 겨우 들어 투표소까지 모시기도 했다"고 말했다.

노인, 장애자를 위한 배려가 없는 것이다. 자영업을 하는 안준석(38)씨는 "투표 환경이 좋아졌다고 해도 여기처럼 영세한 곳은 변화가 없다"면서 "영세하고 노약자가 많은 곳인데 특별한 배려가 따르지 않으니 투표하지 말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동삼동 아파트 근처에서 투표하고 귀가하는 장애인 분들을 만났다. 교통사고로 하반신과 한쪽 팔을 쓰지 못하는 하모(54)씨는 "투표하러 가는데 1시간, 오는데 1시간 걸렸고 투표장에서도 7명이 나를 들고 다니며 겨우 투표했다. 왜 그런 곳에 투표소를 잡았는지 모르겠다"며 "몸이 성한 사람들은 잘 다닐 수 있을지 몰라도 우리 같은 사람은 힘들다"고 말했다.

▲ 동삼동 투표소까지 가려면 가파른 이 고개를 오고가야 한다.
ⓒ 박경애
한 아파트 경비 아저씨는 "투표장소까지 실어다 주는 셔틀이 운행되고 있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많고 알아도 못 탄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뇌졸중으로 거동이 불편한 김모(59)씨는 장애인을 위한 차량운행에 대해 "열 동 아파트에 차 한 대가 뭐냐"면서 "운행한다는 것도 아는 사람만 안다"고 말했다. 김씨는 "비포장도로를 목발 짚고 오르내리는 거 해보지 않으면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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