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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5월 27일 피기춘 선생님과 함께
2006년 5월 27일 피기춘 선생님과 함께 ⓒ 김환희
27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아내는 느닷없이 시 한 구절을 읊어대기 시작하였다. 시를 읊조리는 아내의 목소리는 마치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듯한 목소리였다. 그러고 보니 아내가 내 목소리를 흉내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늘은 날더러…"
"당신도 그 시를 좋아해요?"
"좋아해서 그러는 게 아니라 당신이 밤마다 잠꼬대하는 시구라서 저절로 외워지던걸요."
"설마 내가 잠꼬대를?"

사실 며칠 전부터 평생교육원 '시 낭송반' 수료식 때 낭송해야 할 시 한 편을 암송하고 있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혼자 중얼거리곤 했는데 이제는 아내가 내 잠꼬대에 잠을 못 이룰 정도로 되었다는 사실이 왠지 믿어지지가 않았다.

지난 3월, 시를 낭송하기에 좋은 목소리라는 이유로 시 전문낭송가인 피기춘 선생님(강릉경찰서 근무)의 추천을 받아 한 대학의 평생교육원 '시 낭송반' 수강을 신청하였다. 처음에는 그냥 시를 보며 읽으면 된다는 생각에 자신만만했다. 그런데 시 낭송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문득 수강생들 앞에서 처음으로 시를 낭송하던 날이 생각난다. 짧은 시 하나를 낭송하는 내내, 이마 위로 식은땀이 흘러 혼났다. 막연히 목소리 하나만 믿고 의기양양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지기까지 했다. 시를 쓰는 것도 어렵지만 낭송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어렵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느낀 순간이었다. 무엇보다 시 낭송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고저, 강약, 완급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대부분의 수강생들은 평소 시를 사랑하고 시 낭송을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었다. 나이와 직장은 모두 달랐지만 시 낭송을 배우고자 하는 열정만은 하나였다. 특히 수강생 이영자씨는 60세가 넘었음에도 소녀 같은 목소리로 시를 암송해 수강생들을 놀라게 하였다. 시 낭송이 좋아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수강생(최돈애씨)도 있었다.

1시간 30분 가량 진행된 수료식에서 수강생들은 평소에 즐겨 암송하던 애송시를 배경음악에 맞춰 발표하였다. 완숙미는 조금 떨어졌지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다.

간호사인 수강생 방현희씨는 가끔 환자들에게 시를 낭송해 준다며 시 낭송을 배운 것에 대해 보람을 느낀다고 하였다. 매 기마다 빠짐없이 수강해 온 조미영씨는 이제 어느덧 완숙미가 흘러 관객에게서 큰 박수를 받았다.

시 낭송반 강사이자 시인인 피기춘 선생님의 지도 아래 수강생들은 혼탁한 세상 '아름다운 세상은 우리가 만든다'라는 슬로건을 가슴에 새기면서 13주의 교육을 마쳤다. 이제 각자의 삶의 현장으로 돌아가 행복을 삶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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