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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주택가를 점령한 선거유세차량. 두대의 차량이 만들어 내는 소음공해는 심각한 상황이다.
동네 주택가를 점령한 선거유세차량. 두대의 차량이 만들어 내는 소음공해는 심각한 상황이다. ⓒ 이정석
밀려드는 과제와 다가오는 기말고사의 '압박'은 금요일 오후까지로 정리하고, 주말만큼은 좀 근심걱정 없이 편하게 보내자는 것이 나의 철칙이다.

일요일 만큼은 체력도 이미 고갈되었고 슬슬 다음주를 준비하며 심신을 가다듬으려 오랜만에 서점을 찾아 구입한 책을 집어 들었다.

'어제 비가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화창한 날씨에 왠 독서'라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창문을 활짝열고 '살살' 들어오는 간지러운 바람을 맞으며 햇빛을 스탠드 불빛 삼아하는 독서도 '낭만이다'는 판단에 이를 강행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그러나 독서를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강력한 방해 공작이 시작됐다. 집 앞을 점령한 유세차량에서 뿜어져 나오는 폭발적인 노래 소리가 바로 주인공이었다.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를 홍보하러 다니는 수많은 유세차량들이 만들어 내는 소음 공해는 이미 참을 수 있는 한계를 넘어 있었다.

집 앞에서는 두대의 파란색 유세차량이 개사한 로고송을 동시에 쉬지 않고 틀어대며 무려 30여분 동안 '비장의 리믹스'를 만들어 내더니 이번에는 또 다른 하얀색 유세차량이 합세, 최악의 하모니를 만들어 냈다.

지금까지는 다 이해해 왔다. 가로수 사이로 도로를 가로질러 버린 현수막도, '저 건물 빈거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건물의 창문이란 창문은 다 덮어버린 대형 광고물도 이해했다. 지하철 역에서는 마치 치한이라도 발견한듯 주위를 에워싸며 누군가의 이름을 애타게 외치며 고개를 굽신굽신 숙여주시는 선거운동원들의 열성도 조금은 귀가 따갑지만 모두 이해했다.

또 한 두번 지나가는 유세 차량에서 나오는 연설이나, 유치한 개사노래 정도도 참을만 했다. 하지만 두개의 차량이 동시에 지나가며 만들어내는 말도 안되는 '리믹스'는 정말이지 소음공해다. 주택가에서 시도때도 없이 틀어대는, 비트도 맞지 않고, 음악의 '조'도 맞지 않는 싸구려 'D급', 아니 'F급' 리믹스는 너무한 것 아닌가.

선거는 물론 중요하다. 당연히 국민의 권리를 행사해야한다. 하지만 유권자들이 조용히 주말을 보낼 권리마저 빼앗지는 말아달라. 오죽하면 책을 덮고 이렇게 기사를 쓰고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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