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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저는 북제주군 조천읍 신촌리에 살고 있습니다. 제주시에 있는 공인중개사학원에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그제(23일)였습니다. 전날 하루 종일 강의를 한 탓에 몸이 많이 피곤해서 오전에는 집에서 쉬고 오후에 스트레스도 풀고 몸도 움직여 줄 겸해서 신촌의 바닷가로 나갔습니다. 썰물 때인지 물이 많이 빠져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 몇이서 보말(고동의 제주말)을 잡고 있더군요. 저도 보말을 무척 좋아하는지라 물이 빠진 돌 틈을 이리 저리 살피기 시작했습니다. 바위에는 봄에 베어낸 톳이 조금씩 자라고 있었습니다. 보말을 찾아 바위틈 여기저기를 살피던 중 뜻밖에도 성게를 발견하였습니다.

아무 준비 없이 나간 터라 맨손으로 돌 틈에 있는 성게를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성게도 나름대로 살아남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었죠. 얼마간의 사투 끝에 마침내 저는 성게를 잡아 올리는데 성공하였습니다. 막 잡아 올린 성게를 돌로 깨서 알을 빨아먹었는데 그 맛이 기가 막히게 좋았습니다.

거기서 그쳤으면 좋으련만, 한 번 성게 맛을 본 저는 또 없나 하고 돌 틈을 이리저리 살피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불행히도 성게의 집단 서식처를 발견하고 말았습니다. 바위틈 밑에 성게가 줄줄이 붙어 있었습니다. 이게 웬 떡이냐 싶었죠. 팔을 걷어 부치고 본격적으로 성게 잡이에 들어갔습니다. 성게 가시에 찔리고, 바위에 손등이 찢겨가면서 한 마리, 두 마리 성게를 잡아 올리기 시작하였습니다.

한 참 성게 잡이에 열중하고 있는데, 눈앞에서 뭔가 물속으로 빠지는 것이 보였습니다. '뭐지'하고 봤더니 윗옷 호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제 핸드폰이었습니다. 그 때는 성게 잡는데 너무 열중해 있었던 터라 핸드폰이 바닷물에 빠지면 어떻게 되는지, 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어, 핸드폰이 물에 빠졌네...' 핸드폰을 주워서 바위위에 올려놓았습니다. 그 와중에서도 젖은 핸드폰을 말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던지 핸드폰을 펴서 올려놓았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성게 잡이에 몰입하였습니다. 전부해서 10마리도 넘게 잡았습니다. 그놈들을 한 마리씩 돌로 깨서 알맹이를 꺼내 먹었습니다. 역시 맛이 기가 막혔습니다.

성게를 다 먹고 나니 이제서 본격적으로 핸드폰이 걱정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괜찮은가?' 작동을 시켜보았습니다. ‘삐지직’ 소리가 한 번 나더니 전원이 나가버렸습니다. 이런, 뭔가 잘못된 것 같았습니다. 일단 집으로 왔습니다.

집에 와서 배터리를 열어보니 파란 액이 흘러나와서 굳어 있더군요. 그래서 일단 그걸 닦아냈습니다. 그리고 속에 있는 물기를 말려야겠다는 생각에 전기매트를 켜서 온도를 ‘5’로 맞추고 한 30분 정도를 말렸습니다. 그리고 다시 작동을 시켜봤습니다. 이번에도 작동이 안 되더군요.

그래서 생각 끝에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해서 핸드폰이 바닷물에 빠졌는데 어떻게 하면 되느냐고 물었습니다. 담당자분이 민물로 가볍게 씻은 다음, 절대로 드라이기로 말리지 말고 그대로 가지고 오라고 하더군요. 드라이로 말리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저는 지금까지 정 반대의 응급조치를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얼른 매트를 끄고 핸드폰을 꺼냈습니다. 핸드폰이 열을 받아서 따뜻하더군요. 따뜻해진 핸드폰을 양푼에 하나 가득 찬물을 받고 그 안에 담갔습니다. 그리고나서 지금 내 핸드폰이 어떤 상황일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핸드폰 안에는 바닷물이 굳어서 소금이 되어 여러 부속들에 붙어있을 테고, 그것들이 다 녹아서 밖으로 나오게 하려면 찬물에 오래 담가 두어야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한 시간 쯤 담가 두었습니다. 가끔 핸드폰에서 '꼬로록' 소리가 났습니다(나중에 생각해 보니 핸드폰에 물들어 가는 소리였습니다).

시간쯤 후에 핸드폰을 꺼내보니 핸드폰 안으로 물이 들어가서 액정에 물이 출렁거리고 있었습니다. 무식한 제가 보기에도 핸드폰은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로 망가져 있었습니다. 허탈했습니다. 성게 몇 마리 잡아먹자고 저 비싼 핸드폰을 망가뜨리다니... 게다가 살려보려고 나름대로 그렇게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아쉽고도 허탈했습니다. 한편 생각해보니 지금쯤이면 소금기는 다 빠졌을 것 같다 싶어서 그대로 들어다가 베란다에 있는 빨래 건조대위에 걸어놨습니다. 오늘로 사흘째 되었습니다. 조금 전에 자세히 보니 액정의 물이 조금 줄어든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다시 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일단 접고 어제부터 집사람과 어떻게 하면 핸드폰을 싸게 구입할까 여기저기 알아보고 있습니다.

이 사건으로 소중한 핸드폰을 잃었지만 얻은 것도 있습니다. 욕심을 부리면 많은 것을 잃게 되고, 모르는 일은 그 분야의 전문가에게 물어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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