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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단측에 송부한 제의서 및 민단·조총련의 화해를 지지, 환영한다는 성명서.
민단측에 송부한 제의서 및 민단·조총련의 화해를 지지, 환영한다는 성명서. ⓒ 박철현
지난 17일 민단과 조총련의 역사적인 화해가 있었지만, 그 이후 '개혁민단'의 전격적인 결정에 대해 일부 민단 지역본부가 반발을 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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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니이가타현, 시마네현, 나가노현 민단 지역본부는 19일 "민단의 이번 화해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앞으로 중앙본부의 지령에 대해서도 사안별로 대처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익명을 요구한 민단 중앙본부의 관계자는 "도쿄 중앙본부 내부에서도 여전히 보수파와 개혁파간의 힘겨루기가 진행되고 있다"며 "이번 결정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민단 원로들도 꽤 있다"고 말했다.

이런 '힘겨루기'는 이번 화해를 누구보다도 반긴 해외 민주화 통일 운동의 대표적 단체인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의장 김정부, 이하 한통련)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한통련은 김대중 전 대통령 구출운동, 군사독재정권 타도운동 등 지난 30여 년간 해외 민주화 운동을 벌여온 대표적인 단체로 분류돼 오고 있으며, 현재 민단에 의해 '적성단체'로 분류돼 있다.

지난 1973년 민단의 민주화, 자주화를 요구하며 이탈했던 민단의 6개 산하단체가 모여 결성된 한민통(한통련의 전신)은 이후 34년간 끊임없이 민주화 운동을 해옴과 동시에 '적성단체'로 지목된 자신들의 명예회복을 요구해 왔다.

그러다가 올해 2월에 있었던 이른바 '개혁민단'이 출범했다. 민단 중앙본부는 4월 5일에 있었던 입국기자회견에서 공식적으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 민단의 출범이며, 무엇보다 급선무인 재일동포 내부의 대립과 냉전을 종결하기 위해 민단이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한통련은 이 기자회견문이 발표되자 4월 24일 민단에 제의서를 전달했다. 제의서에는 "개혁민단 지도부 출범을 환영하며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 행해졌던 과거의 한청 산하단체 규정 취소, 곽동의 선생 제명, 한민통의 적성단체 규정 등을 철회하고 명예 회복시킬 것, 그리고 재일동포 사회의 화해와 협력에 힘써줄 것" 등의 요구가 명시돼 있다.

그리고 한통련이 제의서를 전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민단과 조총련의 역사적 화해가 발표됐다. 이는 한통련 인사들에게 있어 이번 화해가 각별하게 다가올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시종일관 미소를 띠며 인터뷰에 응해 준 한통련의 박남인 조직국장.
시종일관 미소를 띠며 인터뷰에 응해 준 한통련의 박남인 조직국장. ⓒ 박철현
지난 22일 한통련 사무실에서 만난 박남인 조직국장도 그 중 한사람이다. 박남인 국장은 교토출신의 재일동포 3세로 한통련의 회원단체인 재일한국청년동맹(이하 한청)에서 활동하다가 한통련 기관지 <민족시보>의 편집국장 등을 거쳐 현재 조직국장을 맡고 있다.

박 국장은 이번 화해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너무 기쁘고 열렬히 지지, 환영한다"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큰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 국장은 "4월 24일 우리가 제의서를 전달했을 때, 민단 측의 반응이 이전과는 달랐다"면서 "긍정적으로 검토해서 답신을 드리겠다는 정중한 대답이 돌아왔다"고 밝혔다. 이전 같은 방식의 제의서를 뜯어보지도 않고 재반송을 해온 사례에 비한다면 엄청난 변화인 것이다.

한통련은 민단과 조총련의 만남이 있었던 5월 17일 그 화해를 지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는 다음과 같은 기대와 요구가 명시되어 있다.

"우리는 이를 재일동포사회의 화해와 화합을 촉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하며 열렬히 지지 환영한다.

우리는 이번 합의로 재일동포들의 화해와 화합이 촉진될 것으로 기대하며, 동시에 앞으로 재일동포들의 총의를 모아 민족적 권익을 옹호하며 재일동포들의 생활과 인권을 지키기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갈 것을 천명한다.

우리는 민단과 총련을 비롯한 모든 단체들과 연계하며, 협력관계를 더욱 진전시켜 재일동포들과 함께 조국통일 실현과 재일동포들의 권익옹호를 위해 매진할 것이다."


박 국장은 "민단이 기자회견장에서 밝혔듯이 대립을 청산하고 화해와 협력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을 믿고 있다"고 운을 뗀 뒤, 그렇기 때문에 "한통련의 명예회복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재일동포 단체간의 협력 및 긴밀한 연대의 출발점으로 지난 30여년 간 벽을 쌓아왔던 한통련과 민단이 정상적인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한편, 민단과 조총련의 역사적인 화해에 따라 민단은 우선 6월 14일부터 17일까지 광주에서 개최될 예정인 '통일대축전'에 참가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한통련 기관지 <민족시보>는 "개혁민단이 6·15 공동선언실천 민족공동위원회 일본지역위원회에 참가하여 정식으로 참가할 가능성이 크며, 이를 환영한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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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부터 도쿄거주. 소설 <화이트리스트-파국의 날>, 에세이 <이렇게 살아도 돼>, <어른은 어떻게 돼?>, <일본여친에게 프러포즈 받다>를 썼고, <일본제국은 왜 실패하였는가>를 번역했다. 최신작은 <쓴다는 것>. 현재 도쿄 테츠야공무점 대표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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