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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5월 28일에는 새로운 토익시험이 실시된다. 단지 시험을 위한 시험이 아니라 실제 영어능력을 평가하겠다는 의지를 담아낸 새로운 토익시험의 실시는 이전 대한민국의 영어교육이 가지는 한계와 더불어 앞으로의 지향을 일정정도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뉴토익 시험의 실시가 발음상의 변화나 지문 길이의 변화 등 표면적이고, 형식적인 변화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한계와 요구의 변화라는 큰 틀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 시종일관 재밌는 진행으로 청중의 호기심을 즐겁게 해결해준 조오제씨.
ⓒ 이철호
그리고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입사전형이 발표되고 있는데, 그 내용들이 하나같이 기존 영어시험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얘기하기 있다. 결국 이번 토익시험의 개편이 이런 사회적 요구를 반영하는 것이라 말할 수도 있는데, 과연 이런 변화가 새로운 영어교육의 구축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이다. 그리고 일방적으로 진행된 이런 제도의 시행과 정착이 입사와 진학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또한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 부산대 학생회관 대강당을 꽉 채운 청중들.
ⓒ 이철호
정보부재에 팽개쳐진 수험생

지난 5월 20일 부산대 학생회관 대강당에서는 한국교육방송공사 주최로 TOEIC 공개 특강이 개최되었다. 토마토의 저자인 조오제씨의 뉴토익 리스닝 고득점 전략 비법과 이제 토익과 동격이 되어버린 듯한 김대균씨의 뉴토익 학습방법에 대한 강의로 진행된 이번 특강에는 약 400여명의 학생과 일반인이 참여해 새롭게 실시되는 토익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사실 토익이라는 게 영어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기는 하지만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점수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보여줘야 하는 자격증 이상이 아닐 수도 있다. 그래서 시험의 변화는 “왜 또 나만…!”이라는 억울함이 취업준비생과 진학준비생에게서 나올 법 하기도 하다. 그렇지만, 금년에 실시가 예정되었다가 차일피일 미뤄지는 IBT토플시험과는 다르게 5월에 실시되는 토익시험은 하반기 취업예정자들에게 피할 수도 없는 관문이기도 하다. 결국 기존의 방식에 익숙해져 있는 수험생들은 이런 불만과 아쉬움을 토로하기에 앞서, 가능한 많은 정보를 확보해 할 수 있는 높은 점수를 빠른 시간 내에 확보하기 위한 단거리 경주에 돌입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시험에 대한 유형과 방식은 실시될 때까지 알 수 없고, 단지 시중에는 그에 대한 추측과 문제집 한 권만이 유통되고 있을 뿐이다. 국제화시대에 어울리지 않게 너무 멀기만 한 정보이고, 시험이라 하지만 너무 막연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래도 이번 EBS 토익특강처럼 토익에 대한 전문화된 역량을 갖춘 강사들에게서 나름의 정보를 얻게 된다면 그나마 다행인 경우이다.

그래서 3시부터 시작인 특강인데도 12시경부터 찾아오는 학생들도 있었고, 부산지역뿐만 아니라 안동, 전북 등에서 온 학생들도 간간히 눈에 띄었다. 그만큼 수험생들의 불안감은 높다는 것이고, 또 그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과 통로 역시 한정되어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게다가 각 기업들이 발표하는 영어능력에 대한 평가의 변화 역시, 다른 뚜렷한 평가의 수단이 개발하지 않는 한 토익점수 자체를 없애지는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 와중에 가능하면 높은 점수를, 그도 아니면 서류의 합격을 위한 최소한의 토익점수를 받아놓는 게 유리하다는 것은 재삼 말할 필요도 없는 현실인 것이다.

▲ 영국식 발음의 차이를 말해주는 네모씨. 네모씨는 영국과 호주의 발음도 자신이 듣기에는 완전히 틀리다고...
ⓒ 이철호
문화충격에 대한 대비

이날 특강의 연사로 많은 호응을 받은 조오제씨의 말에 의하면 한국의 토익고득점자는 문법 보다는 리스닝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었다고 한다. 조금만 훈련을 하면 익숙해질 수 있는 분야가 리스닝이라는 말인데, 이제 뉴토익에서는 그게 쉽지 않을 것이라 한다. 일상적으로 영어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없는 한국의 상황에서 미국영어뿐만 아니라 영국, 호주 등의 발음까지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은 부담을 넘어 막막함으로 다가설 수 있기 때문이다.

EBS 토익특강 역시 이런 상황을 반영해 영국인 네모씨의 소개로 특강을 시작하였다. 갑작스럽게 웬 외국인 여자가 나와 익숙지 않은 영어로 계속 말을 하면서 웃자, 몇몇은 따라 웃고, 많은 이들은 순간적으로 긴장하고 어색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실상 첫 강사였던 조오제씨는 영국이나 미국이나 영어를 잘 하면 의사소통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전제하면서, 다만 우리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고 문자를 통해 언어를 익히기 때문에 발음상의 차이가 상당히 어려울 수도 있음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네모씨와 자신이 직접 미국식, 영국식 발음을 비교해주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학생들의 감탄사가 절로 새어져 나왔다. 따로 떨어져 있으면 결코 인식할 수 없는 차이가 동시에 들음으로써 확연히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영어의 발음상 차이를 느낄 수 있는 환경 자체가 없었다는 말이고, 그런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험의 갑작스러운 변화는 또 다른 혼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게 하는 대목이다.

▲ 특유의 분석과 그 재미를 하나하나 설명해준 김대균씨.
ⓒ 이철호
두 번째 강사이자 마지막을 장식한 김대균씨 역시 뉴토익이 상당히 어려워질 것이라며, 그것에 대해 적응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말해주었다. 사실상 반복되던 패턴을 통해 시험 준비를 하던 대한민국 토익수험생들에게 방식의 변화와 난이도의 변화는 하나의 문화충격일 수밖에 없음을 대한민국 대표강사가 인정한 것이다.

그렇지만 김대균씨는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고 마음을 편하게 가져야 시험에서 제대로 실력발휘가 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더불어 김대균씨는 특유의 토익을 분석하는 재미와 방법을 하나하나의 문제를 풀면서 해설해주었고, 결국 뉴토익 역시 이런 방법을 통해 빠른 시간 내에 익숙해져야 함을 거듭 강조하였다.

▲ 즐거워하는 청중들. 토익이라는 무거운 주제임에도 강사들이 재치있는 진행으로 강당은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 이철호
결국 토익은 시험이다. 시험은 시험으로서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렇게 편하게 접근하기에는 그 시험이 차지하는 위치가 적지 않다. 그리고 영어는 국제화된 사회에서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 되고 있다. 이런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토익공부와 시험이 되기를 수험생 모두는 바랄 것이다. 현재의 변화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가 없다. 다만 두 가지를 충족시키지 못했을 때 우리의 선택과 제도가 어떻게 가야할 지는 고민이 되어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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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관심을 접고, 이제는 몇가지에 집착을 해보려고 함. 항상 사회에 가지고 있는 미안함 마음을 지울 수 있는 길 역시 찾아보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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