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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집에 가는 길입니다.
고향집에 가는 길입니다. ⓒ 권용숙
내 고향 어머니 아버지가 계신 집에 가는 길입니다. 이 길 따라 걷다가 소나무 뒤에 있는 우리 집 뒷산에 올라가면 그야말로 만발한 엉겅퀴꽃밭입니다.

ⓒ 권용숙
이른 아침 어릴 적 뛰어놀던 뒷산 무덤가를 찾았습니다. 풀인지 잔디인지 무성히 자란 풀잎의 이슬이 채 마르지 않아 바짓단이 젖어들었습니다. 그 높이가 무릎까지 이르러 잘못 디디면 뱀이라도 밟아 물리지 않을까 공포감마저 들었습니다. 엄마가 내주신 장화를 신고 올 걸 후회하며 성큼 성큼 올라간 언덕배기에 어김없이 두 팔 벌려 피어난 보랏빛 엉겅퀴 꽃. 내 언제부터 이리 엉겅퀴 꽃을 좋아했었다고….

ⓒ 권용숙
작년 이맘때보다 훨씬 많이 피어있었습니다. 엉겅퀴 잎사귀 가시가 바지속살을 찌르기도 합니다. 그 아픔에 더 짜릿함을 느낍니다. 보라색 엉겅퀴 꽃에 이미 반해버렸기 때문입니다. 이유가 없습니다. 내놀던 고향뒷산 늘 그 자리에서 피고지고 날 기다려주는 고향 같은 꽃이기 때문입니다.

엉겅퀴꽃위에 앉은 곤충 좌로부터 하늘소,벌,나비,풍뎅이 입니다
엉겅퀴꽃위에 앉은 곤충 좌로부터 하늘소,벌,나비,풍뎅이 입니다 ⓒ 권용숙
엉겅퀴 줄기와 잎에는 가시가 많은데 이는 동물이나 곤충으로부터 줄기와 잎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그런데 예상외로 엉겅퀴를 찾은 곤충과 나비가 많습니다. 게다가 거미는 줄까지 쳐놓고 상주하고 있었고 하늘소, 벌, 풍뎅이, 나비 등이 가시 같은 보랏빛 꽃잎위에 하얀 꽃가루를 바르며 떠날 줄 모릅니다. 왜 그런지 꽃만 홀로 피어있는 것보다 벌과 나비가 있는 게 훨씬 아름다워 어쩔 줄 모르고 바라봅니다.

ⓒ 권용숙
그냥 보기만 해도 좋은 엉겅퀴는 가시 나물이라고도 불립니다. 여기엔 그럴듯하게 전해지는 이야기가 있네요.

"13세기 덴마크와 스코틀랜드가 전쟁을 했답니다. 덴마크는 스코틀랜드를 몰아붙여 성을 포위했고 성벽을 넘어 공격해 들어가려고 했습니다. 덴마크 병사들은 물을 건너기 위해 신발을 벗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물웅덩이는 바싹 말라 있고 주위는 온통 엉겅퀴 밭이었습니다.

맨발로 들어선 덴마크 병사들이 엉겅퀴를 밟고는 아픔을 견디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고, 스코틀랜드 군사들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총공격하여 승리를 거두었답니다.

그래서 스코틀랜드에서는 엉겅퀴가 '나라를 구한 꽃'으로서 국가의 상징이 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피를 멈추고 엉기게 한다고 해서 엉겅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 권용숙
오월이면 고향에 가고 싶은 또 하나의 이유가 되어버린 보라색 엉겅퀴 꽃. 훌쩍 큰 키에 가시가 있어 따끔따끔한 아픔을 주지만, 그래도 숲을 헤집고 다닐 만큼 아름답습니다. 늘 그 자리에서 언제까지나 보랏빛 엉겅퀴 꽃 보기를 소망합니다.

엉겅퀴 꽃이 보이는 밭에 아침 일찍 고추모종을 했습니다. 바람이 얼마나 불던지….

덧붙이는 글 | 고향집(충남 홍성) 바로 뒷산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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