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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비소리
요즘 젊은이들에게 꿈이 뭐냐고 물으면, "아, 직업 말씀이세요?"라고 되묻습니다. 일견 현실적인 판단을 염두에 둔 꿈 찾기가 곧 직업 찾기임을 부인하지는 않습니다. 괜히 허황된 꿈만 쫓다가 청년실업 대열의 꽁무니에 안착하게 될 공산도 큰 시절이니까요.

하지만 인생을 통해 이루고 싶은 그 무엇도 없이 월급을 많이 주고, 남들이 알아주는 직장에 취직하는 것 이외에 별다른 목표가 없다는 것은 조금 서글픈 생각마저 듭니다.

먹고사는 것은 물론 중요합니다만, 소식하고 소탐하면 먹고사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하루의 대부분을 억지로 버텨야 하는 직장생활로 채우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좀더 적극적으로 말하자면, 자신의 꿈을 쫓아 어떤 분야에 매진하다보면 자연스레 생계를 해결할 방법도 마련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갓 서른을 넘긴 제가 감히 '요즘 젊은이'라고 표현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저보다 10년쯤 어린 후배들에게 선물해 주고 싶은 책이 새로 나왔습니다.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서 진행된 '매스컴특강'에 초청된 외부강사 여덟 명의 강의 내용을 한 권의 책으로 묶은 것인데, 이미 발간된 <네 안의 가능성을 찾아라>(2000)와 <아름다운 인생의 승부사들>(2004)에 이어 세 번째로 나온 책입니다.

<젊은 그대 잠깨어 오라>는 오늘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요청되는 다양한 덕목들 가운데 '창의력과 자기계발'을 중심 주제로 명사 여덟 사람이 강의를 하고,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의 질문에 응답을 해주는 형식으로 돼 있습니다. 편안한 말투와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전개되고 있어 책을 읽는다기보다 수업 시간에 청강하는 기분이 듭니다.

전혀 다른 분야에서 활약하는 명사들이 초대된 책이기 때문에 여덟 개의 장 가운데 아무 데나 펼쳐서 읽어도 상관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일 끝에서부터 읽기 시작했습니다.

진중권의 '네 상상력으로 세상을 프로그래밍하라'는 미디어의 변화에 따라 수세기에 걸쳐 도착한 오늘날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근대적인 인간관이 무너지고 앞으로는 꿈을 실현시켜나가는 인간, 즉 '기획으로서의 인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인기 PD에서 교수로 명함이 바뀐 주철환의 'God Creates, We Recreate'는 강의를 통해 말 그대로 상상력의 힘에 대해 말합니다.

"나는 설교나 설명은 힘이 없다고 생각해요. 설교력이라는 말 들어봤어요? 설명력이라는 말도, 쓰긴 하지만 탁 와닿지 않잖아요. 설득력. 설득력만이 파워가 있는 거예요. 상상도 마찬가지죠. 환상, 몽상, 공상 이런 것들은 다 힘이 없어요. 환상력, 공상력, 몽상력, 이런 건 없잖아요. 하지만 상상력. 힘이 있잖아. 왜? 이건 구현된다는 대전제가 있어요. 현실화, realization된다 이거예요.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상상력, 창의력은 삼라만상에 따뜻한 시선을 주는 것,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 꽃이 나에게 말을 걸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밑줄을 많이 쳤던 강의는 개그맨 전유성과 만화가 강도영의 이야기였습니다. 젊은 만화가 강도영이 인기 작가가 되기까지 얼마나 노력해왔는지 알게 되면서 아이디어만 있다고 해서 뭐가 되는 게 아니라, 결국 그 아이디어를 믿고 실천에 옮겨보려는 부단한 노력이 있어야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평범하다 못해 뻔한 진리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됩니다.

또, 전유성은 "개성이 너희를 승리케 하리라"며 하다못해 배낭 메고 유럽 여행을 가더라도 남들이 다 가는 곳에 똑같이 다녀오지 말라고 충고합니다.

이십대 중반이 되면서부터 튀지 않고 무난하게 사는 게,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가는 게 편하다고 생각해 온 저로서는 이 글을 읽고 지난 몇 년간의 제 생활을 반성하게 됐습니다. 저는 나쁜 평가를 받고, 욕을 좀 먹더라도 남과 다른 나만의 것을 찾아보려는 노력 없이 남들이 세워둔 기준에 대충 맞춰가며 살아왔으니까요.

여덟 명의 개성 있는 강사들이 전해주는 창의력 이야기는 책의 제목처럼 젊은이들이 잠을 깨는 데, 꿈을 현실화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들이 어떠한 노력과정을 거쳐 꿈을 실현했고, 또 실현해 나가고 있는지, 우리 시대가 왜 창의력을 가진 인재를 원하는지 알아 가는 사이에 잠자고 있는 자기만의 꿈을 깨우게 될 것입니다.

젊은 그대 잠 깨어 오라

강도형 외 지음, 페퍼민트(숨비소리)(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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