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르트르와 플라톤, 그리고 다윈 등으로 명명된 배우들이 나와 선문답(禪問答)과 같은 대화를 주고받는다. 객석 한켠에 자리한 관객들이 중간중간 웃음을 터트릴 뿐 대부분의 관객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들이다. 그나마 웃는 이들은 일본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버라이어티 쇼를 표방한 뮤지컬 <더 콘보이 쇼>에는 7명의 주연배우들이 나온다.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이들 중에서 꽃미남은 발견할 수 없고, 이들이 보여주는 노래나 춤 또한 그리 대단해 보이지는 않는다. 치열한 오디션을 거쳐 선발한 배우들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법도 하다.
적어도 공연 초반에는 그런 생각이 들만하다. 기자 옆에 앉았던 동행자는 '이대로라면 중간에 공연장을 박차고 나가야 하나?'라는 생각을 혼자 했었다고 나중에 전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 묘한 공연에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그 매력을 듬뿍 느끼며 공연장을 나서게 된다.
공연 전반부가 관객들을 복잡한 생각 속에서 허우적거리게 만든다면, 후반부는 말 그대로 '몸으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준다. 7명의 배우들이 말이다.
그들은 난타공연을 연상케 하는 타악 퍼포먼스와 탭댄스는 물론 아크로바틱에 이르기까지, 자신들이 연습해 온 모든 것들을 관객과 나누며 거칠게 호흡한다.
한동안 공연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 자신을 질책하며 유리된 느낌을 받던 기자는, 어리둥절하는 기분에서 벗어나 이내 이들과 동화돼 무대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공연의 백미는 단연 '시인의 모임'에서 낭독되는 일곱 작품의 시구를 배우들의 몸을 통해 형상화하는 대목이다. 첫번째 <목련의 꿈>부터 마지막 일곱번째 윌리암 워즈워드의 <무지개>까지 이어지는 동안 관객들 모두는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미친 듯 북을 치다 반짝이 옷을 입고 콘서트를 하는 듯하더니, 돌연 발군의 탭댄스 실력을 보여준다. 유재하의 노래 <사랑하기 때문에>를 합창하는 대목에서는 지그시 눈을 감고 잠시 그를 추억하기도 한다. 특히 마룻바닥을 두드리는 경쾌한 탭댄스의 리듬은 압권이 아닐 수 없다.
이름을 대면 누구나 알 법한 스타배우가 없어서인지 아니면 생소한 공연형식 탓인지 아직은 공연장이 북적거리지 않는다.
하지만 원작자 겸 연출가인 이마무라 네즈미가 오디션부터 교육, 연습까지 철저하게 참여한데다 수많은 스타급 배우들의 대모인 한양대 최형인 교수의 연출로 만들어진 이 작품이 수많은 공연 사이에서 그 찬란한 빛을 발할 때는 분명 오리라고 믿는다.
무엇보다 1년 전부터 따로 무용을 배웠을 정도로 혹독하게 훈련된 배우들이 점점 더 농익은 그들의 솜씨를 보여줄 그 날을 기대하며 비오는 날 눅눅하기만 했던 기분을 경쾌하게 만들어 준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덧붙이는 글 | <더 콘보이 쇼>는 5월 20일까지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공연됩니다. 공연문의는 02)3444-9969로 하시면 됩니다.
맛있는 음식과 멋스런 풍경사진을 테마로 하는 제 홈피 '멀리서 바라보다 뜨겁게 사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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