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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을 만들고 있는 김 선생님
풍선을 만들고 있는 김 선생님 ⓒ 김현
김 선생님의 말에 여기저기서 감탄사와 함께 박수치는 소리가 들립니다. 오늘 아침 교장 선생님이 우리 학교 홈페이지에서 칭찬릴레이를 하자는 제안이 있었는데 그 첫 번째 주인공이 될 듯싶어 많은 선생님들이 좋아하십니다.

김 선생님은 언제 준비했는지 풍선과 바람을 넣은 도구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풍선에 바람 넣고 하트꽃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수업 시간을 제외하곤 빈 시간과 쉬는 시간이면 종일 책상 앞에 앉아 풍선을 불고 모양을 만들고 커다란 상자 안에 풍선을 놔두면 동료 교사들이 자유롭게 가져갑니다. 그러면서 한 마디씩 합니다.

"오늘 선생님 덕분에 좋은 아빠 되겠네요."
"좋은 아빠는 기본이고 좋은 남편 좋은 아내도 되는 거지 뭐. 암튼 고마워요. 고마워."
"뭘요. 제가 할 수 있는 걸로 하는데요. 근데 이걸로 좋은 선물이 될지 모르겠네요."

교무실 풍경
교무실 풍경 ⓒ 김현
그렇게 김 선생님은 퇴근 전까지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풍선을 만듭니다. 옆에 있던 동료 여선생님들이 함께 하자고 해도 한사코 뿌리칩니다.

"마음은 고맙지만 오늘은 저 혼자 하고 싶은 걸요. 호호. 그러니 선생님들은 그냥 가져가서 아이들에게 주시면 돼요."
"에이 그래도 혼자 하면 팔 아프고 그러잖아요. 내가 바람이라도 불어줄게."
"호호호 괜찮아요. 저도 기쁜 걸요. 제가 여러 사람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니."

그러면서 끝까지 혼자 풍선을 불고 만들고 합니다. 이따금 아이들이 와서 "선생님, 저도 하나 주시면 안돼요? 엄마 아빠 갖다 드리게요" 하면 "안 되긴. 가져가도 되지. 예쁜 걸로 골라 가거라" 하면서 활짝 웃습니다.

퇴근 무렵 선생님들 책상을 보니 여기저기 하트 모양의 꽃풍선이 활짝 웃고 있습니다. 그런 교무실 풍경을 보고 한 선생님이 "오늘은 교무실이 꽃 잔치를 열었네. 꽃향기가 진동하는구먼" 하고 말하며 웃습니다.

그런 아름다운 모습을 그냥 보내기가 뭐해 핸드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자 한사코 찍지 말라고 합니다.

"오른 손이 하는 일 왼 손이 모르게 하라고 했는데…."
"그래도 학교 게시판에 딱 붙여 놔야지요. 오늘 칭찬릴레이 하자고 했는데 선생님이 우리학교 칭찬 주인공 1호로 딱이잖아요. 안 그래요?"
"맞아. 김 선생님이 칭찬 주인공 1호야 1호."
"그럼 상자 안의 풍선이나 찍으세요. 저 찍으면 안 돼요. 알았죠?"
"에이 걱정 마세요. 얼굴은 안 나오게 할 테니."

상자 안의 풍선
상자 안의 풍선 ⓒ 김현
그렇게 김 선생님은 아침부터 퇴근 무렵까지 100여 개의 풍선을 정성껏 만들었습니다. 퇴근하면서 예쁘게 만든 하트 모양의 풍선이 선생님들 손에 두세 개씩 들려있습니다. 저도 아이들 것 두 개와 아내에게 줄 풍선을 하나를 가지고 와 가슴에 안겨 주었습니다.

아이들이나 아내 모두 풍선 하나에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새삼 김 선생님의 마음에 고마움을 느낍니다. 그러면서 '사랑 가져가면 사랑 받는다'는 김 선생님의 말이 귓가에 맴돕니다. 암튼 모든 동료 교사들이 김 선생님 때문에 사랑 많이 받았을 것입니다. 선생님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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