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2006년 5월
나는
살림의 땅 대추리가
죽임의 땅 미군기지로
바뀌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국민을 지켜야 할 군대가
국민을 위협하는 용병으로
바뀌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농민이 있어야 할 땅에
군인들이 들어차고
생명의 씨앗으로 농사 지어야 할 땅이
쇠말뚝이 박히고 철조망을 두른 전쟁터로
바뀌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나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왜 우리네 삶터인 논과 들이
미군기지라는 죽임터가 되어야 하는지…
왜 국가는 자기 땅에서 농사 짓겠다는 사람들을
강제로 내쫓아야 하는지…
왜 자주 국방을 외치며 독도를 지켜내려는 국가가
외교 마찰과 이전 비용을 운운하며 대추리엔 용역 깡패들을 보내는지…
나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하여 나는 반대합니다.
주민들에게조차 동의받지 못한 미군기지 확장을 반대합니다.
바르지 않은 가치를 명분으로
국민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군대를 반대합니다.
지켜야 할 것과 막아야 할 것조차 구별하지 못하면서
공권력의 행사를 명하는 이 나라의 모든 우두머리들을 반대합니다.
그리고 지지합니다.
자기 땅을 지키내려는 대추리 사람들을 지지합니다.
삶터가 죽임터가 되는 것을 막고자 하는 사람들을 지지합니다.
이 사람들의 뜻이 꺾이지 않도록 힘을 보태는 모든 이들을 지지합니다.
국민은 국가를 존재케하는 근거입니다.
국가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내야 할 것은
바로 이곳이고, 바로 이들입니다.
독도가 우리 땅이라면
대추리는 대추리 사람들의 땅입니다.
그 어떤 경우에도
국가가 국민의 이름을 사칭하여
이들의 권리를 강제로 빼앗을 순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