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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와 법원일반직 등 법원구성원들 의사소통 공간인 '코트넷(법원내부게시판) 게시판'이 기능제한 조치 6일만인 2일 오후 개방됐다.

하지만 법원행정처는 코트넷의 모든 '새 글쓰기' 기능을 원상 복구해 놓았지만, '댓글 달기' 기능은 회복시키지 않았고, 나아가 '조회수' 기록은 아예 없애버려 법원직원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법원행정처 "코트넷 게시판이 저속하게 변질돼 제한조치"

법원행정처 게시판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경춘 기획조정심의관(부장판사)은 2일 코트넷에 올린 '코트넷 게시판에 관하여 드리는 말씀'이라는 글에서 "법원행정처 게시판운영위원회는 4월 20일 코트넷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서울남부지법 게시물에 대해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대로 두는 것은 명예훼손의 소지가 있다고 보아 삭제했다"며 "이후 일부 직원들이 법관에 대해 인신공격성 비난을 하고, 법원조직을 분열시키는 게시물과 댓글을 무차별 게시하는 상황으로 진전됐다"고 밝혔다.

그는 "그 후 서울남부지법 일에 대한 법원행정처장의 처리방침을 밝힌 글이 게시되자, 법원가족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비속어와 심지어 욕설로밖에 볼 수 없는 표현을 담은 글이 계속 게시됨으로써, 법원가족의 품위 있는 의사소통의 장이 돼야 할 코트넷 게시판이 저속하게 변질되고 말았다"고 코트넷 차단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이어 "뿐만 아니라 4월 27일 법원노조 40여명이 대법원의 조치에 항의한다는 명목으로 대법원청사 로비에 진입해 피켓을 들고 마이크를 사용해 구호를 외치면서 대법원장 면담을 요구하는 연좌농성을 하는 상황을 촬영한 동영상을 코트넷 게시판에 속보형태로 연이어 게시하는 행위를 감행하기까지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이경춘 심의관은 "이런 상황에서 게시판운영위원회는 코트넷 게시판의 정상적 운용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고, 이에 27일 15시부터 코트넷 게시판의 '새 글쓰기'를 비롯한 기능을 임시로 제한하는 조치를 부득이 단행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코트넷 파행의 원인이 법원노조에게 있음을 지적했다.

이 심의관은 그러면서도 "코트넷을 비롯한 법원전산망은 사법부의 원활한 업무수행과 구성원간의 의사소통을 위해 구축된 법원의 공용자산의 공간으로, 토론과정에서 서로의 이견이 표출되는 경우가 있고 그 내용이 사법부 구성원 대다수의 의견과 다르더라도 불필요한 제약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당연하다"며 "경위야 어떠하든 코트넷 게시판 사용제한 조치로 인해 불편을 겪은 법원가족들의 너그러운 이해를 부탁드린다"고 양해를 구했다.

아울러 그는 "글쓰기에서 요구되는 최소한의 품위와 예절을 갖추지 못한 글이나 코트넷 게시판의 공공성을 망각한 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통제가 불가피하다는 것 또한 모두가 공감할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이 심의관은 "게시판운영위원회는 앞으로도 '법원 전자우편 및 전자게시판의 운용지침'에 따라 근거가 밝혀지지 않았거나 허위 내용의 글, 명예훼손이나 모욕의 소지가 있는 글, 법원가족의 품위를 저해하는 저속한 글 등에 대해서는 게시를 허용하지 않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해 나갈 것"이라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또한 "나아가 코트넷 게시판의 설치목적을 실현하고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해 코트넷을 각자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사이버 시위 공간으로 이용하는 형태의 게시물, 타인의 의견을 전적으로 배제하는 일방적인 선전과 선동의 장으로 만드는 게시물 등에 대해서도 게시를 허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알려 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심의관은 특히 "게시판운영위원회는 적절치 못한 게시물에 대해 작성자 개인이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다고 판단되면 응분의 책임을 묻도록 하는 절차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는 말로 우회적으로 경고하기도 했다.

그는 끝으로 "법원 전자우편 및 전자게시판이 법원가족 모두에게 유익한 용도로 바람직하게 운용될 수 있도록 법원가족 여러분의 협조를 다시 한번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사과해도 마땅찮은 판에 협박이나 하니 통탄할 노릇"

이영춘 기획조정심의관이 법원행정처의 이 같은 입장 글을 올리자, 법원직원들은 "협박하느니 차라리 코트넷을 영구 폐쇄하라"며 반발하고 있다.

창원지법 박희우 참여관은 3일 법원노조 홈페이지(bubwon.org)에 올린 '차라리 코트넷을 영구 폐쇄하라'는 글에서 "코트넷이 열렸는데 법원행정처에서 올린 글은 코트넷 폐쇄에 대한 해명성 글이라기보다는 직원들에 대한 협박성 글이 되고 말았다"며 "도대체 직원들을 무시하는 그런 배짱과 오만은 어디에서 나오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사법부 구성원은 차라리 동굴 속에서 살았다는 표현이 정확할 정도로 며칠 동안 어둠 속에서 살았고, 한마디로 눈뜬장님이 됐는데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며 "누구든 글 쓸 자유와 말할 자유는 있고, 명예훼손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글쓴이의 몫인데 그것까지 대법원에서 관여할 필요는 없다. 그건 권한남용"이라고 지적했다.

박 참여관은 "직원들에게 사과를 해도 마땅찮은 판에 이런 글 쓰지 말라고 협박이나 하고 있으니 참으로 통탄할 노릇"이라며 "노조위원장과 사무총장은 삭발하고, 광주지부장은 단식을 하고 있는데도 대법원은 꼼짝도 않는다. 도대체 대법원은 직원들의 어떤 모습을 보고 싶어하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법원노조 이성철 사무총장도 3일 '제2의 코트넷은 살아 있습니다'라는 글에서 "남부지법 사건에 대해 직원들의 분노가 코트넷을 통해 드러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코트넷을 폐쇄해 버린 것"이라며 "법원가족으로서 상상하기 어려운 언로탄압을 자행한 법원행정처 때문에 법원의 품위가 손상되고 저속하게 변질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번 남부지법 사건과 코트넷 폐쇄문제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난 것은 '밀실·폐쇄행정'"이라며 "몇몇의 의견으로 대법원을 운영하다 보니 문제의 본질에서 비켜 가는 일일 발생한 것인 만큼 코트넷 운영위원회에 법원직원 대표를 반드시 참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반직원이 관계된 감사를 진행할 때는 반드시 1만여 직원과 7천여 조합원을 대표하는 법원노조를 참가시켜야 한다"며 "그래야 강압적인 감사가 없어지고, 이번 남부사건처럼 폐쇄적인 운영에서 오는 어이없는 결과도 줄어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사무총장은 그러면서 "몇몇의 생각으로 조직을 운영하던 시대는 지나갔고, 법원도 국민에게 다가가기 위한 여러 가지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왜 유독 행정은 구시대적인 관행을 답습하고 있는지 법원 수뇌부들은 스스로에게 진지하게 물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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