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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먼타임스
[함영이 기자] (사)여성건축가협회 5대, 6대 회장을 지낸 건축가 김화련씨가 <스웨덴 독일 어린이집 둘러보기(청운디자인 刊)>를 출간, 두 나라의 어린이집 시설을 건축가의 눈으로 조명했다.

"보육시설의 수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어린이집을 만드는 일이 더욱 시급합니다. 좋은 어린이집을 만들려면 좋은 어린이집을 많이 보는 것이 필요하지요."

책 속에 등장하는 스웨덴의 어린이집은 김씨가 1997년 현지를 방문해 카메라에 담아온 것이며 독일은 2002년 찍은 사진들이다. 모두 여러 해 전 모습이지만 2006년 현재 우리나라 보육시설보다 앞서 있음은 시인할 수밖에 없다.

"2004년 발표한 우리나라 보육시설 공급률은 25%에 불과합니다. 75%가 부족하다는 얘기지요. 그나마 국공립 보육시설은 5.3%뿐입니다. 민간 보육시설도 법인시설은 6.5%이고 직장 보육시설은 0.9%에 그쳐 90%에 가까운 보육시설을 개인이 운영하는 실정입니다."

개인이 운영하는 보육시설은 임대료를 아끼기 위해 건물 1층보다는 2, 3층을 선호하게 마련이고 시설투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어린이집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기초시설이고 아이들의 인성을 가르치는 곳이라고 강조하면서도 한국은 여전히 보육 후진국이라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그가 소개하는 스웨덴과 독일의 보육시설은 우리나라 보육시설의 가이드라인이 되는 동시에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두 나라 모두 보육시설에 필요한 모든 물자는 국가기관이 지원하고 있다. 5~6명의 어린이를 보육하는 가정보육도 똑같은 지원을 받고 있어 가정보육이나 대규모 보육시설이나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스웨덴의 어린이집은 건물 외관이 가정집처럼 수수해 어린아이들이 거부감 없이 적응하게 한 것이 특징. 반별로 출입구를 따로 마련해 등·하원 때 아이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불편함을 없앴다.

모래놀이터와 미끄럼틀 등 야외 놀이기구가 있는 마당에는 수납 창고를 설치해 위험한 물건이 나뒹구는 것을 막았다. 현관에 학부모와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게시판을 걸어놓고, 세탁건조실을 마련해 젖은 신발이나 옷가지를 말릴 수 있게 했다. 의자의 높이를 다양하게 해 아이들이 자신의 몸에 맞는 의자에 골라 앉게 배려한 것도 눈에 띈다.

독일은 아파트 1·2층에 어린이집을 마련했다. 복도를 넓게 해 햇빛이 잘 드는 실내에서 식물을 기르기도 한다. 목재가구들을 사용해 편안한 느낌을 준다.

스웨덴이나 독일 모두 보육실 안에 거울을 설치해 어린이들이 활동하고 있는 자기 모습을 보면서 자아를 느끼고 공간을 인지하게 하는 효과를 살렸다. 또 공작실이 있어 재봉과 목공 같은 작업도 할 수 있다. 깨끗한 화장실이나 영아들의 기저귀 갈기를 돕는 청결실도 김씨가 주목하고 있는 시설.

김씨는 당장 우리 어린이집을 모두 뜯어고칠 수 없는 현실을 고려해 몇 가지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좁은 공간은 붙박이가구나 바퀴 달린 가구를 활용해 공간을 최대한 살리고 필요 없을 때는 없애버릴 수 있게 하라고 조언한다. 보육시설을 온돌방으로 꾸며 식당, 침실, 공부방으로 언제든지 변형이 가능하도록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

화장실을 넓히고 청결작업대를 설치하는 것, 그리고 조도가 높은 조명등으로 바꾸어 실내를 넓어 보이게 하는 것은 당장 실천하거나 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고쳐야 할 점이라고 강조한다.

"보육시설은 다음 세대가 잘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지름길이면서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감소와 같은 국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밑거름입니다."

이것이 그가 책을 펴낸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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