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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실 선생님. 노저까치 나물을 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최한실 선생님. 노저까치 나물을 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 이종혁
도착한 곳에는 민들레가 많이 피어 있었습니다. 평소에 궁금하던 토종민들레와 서양민들레의 차이를 여쭤보자, 그 자리에서 비교해 주셨습니다. 토종민들레는 서양민들레보다 번식력이 약해서 찾아보기 힘들다고 합니다. 하지만 근처에서 몇 개를 발견하고는 비교삼아 담아 보았습니다.

토종 민들레(하얀색)와 서양민들레의 비교. 꽃 바침이 아래로 쳐져있는지 아닌지로 구분합니다.
토종 민들레(하얀색)와 서양민들레의 비교. 꽃 바침이 아래로 쳐져있는지 아닌지로 구분합니다. ⓒ 이종혁
최 선생님은 도착하자마자 직접 캔 30여종의 나물을 보여주시며 이름 익히기에 들어갑니다. 특징과 맛,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 알려주시고 이름표를 붙인 뒤 평상에 펼쳐 일단 눈을 적응시켰습니다.

어린 순의 모양을 따서 '개대가리' 라고 불리기도 하고, 다 크면 단풍잎을 닮았다고 '단풍취' 라고도 불립니다.
어린 순의 모양을 따서 '개대가리' 라고 불리기도 하고, 다 크면 단풍잎을 닮았다고 '단풍취' 라고도 불립니다. ⓒ 이종혁
한 시간 정도 이야기한 후엔 바로 숲으로 들어가서 채취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미리 답사해 둔 코스로 가면서 많은 산나물들을 직접 보고 채취할 수 있었습니다. 카메라에 담아온 것 중 이름을 기록해서 구분할 수 있는 것이 55가지나 됩니다. 아직도 숲에 들어가면 헛갈리지만, 그래도 몇 가지는 눈에 꼭 익혀 두었습니다.

메밀나물. 메밀을 닮아서 이름지어졌는데 맛이 좋습니다.
메밀나물. 메밀을 닮아서 이름지어졌는데 맛이 좋습니다. ⓒ 이종혁
최 선생님께 못 먹는 나물과 먹을 수 있는 나물을 어떻게 구분해서 캐야 하는지 여쭤보았습니다. "못 먹는 것을 구분해서 배우지 말고 확실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을 하나씩 차례대로 배워나가야 합니다. 그래야 정확하게 배우고 장기적으로 많이 배울 수 있습니다. 먹을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실험을 해 보았다가는 사고를 당하는 수가 있습니다. 이미 우리 조상님들이 몇만 년에 걸쳐 이뤄놓은 것을 계승하기만 하면 됩니다. 하지만 요즘은 산나물을 직접 채취해 먹는 사람들이 줄어드니, 알고 있는 사람들이 세상을 떠나고 후손들이 배우지 않는다면 세상에서 사라져 버릴 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최 선생님의 답변입니다.

자란 모습이 닮았다고 '삿갓대가리' 혹은 '우산나물'로 불립니다.
자란 모습이 닮았다고 '삿갓대가리' 혹은 '우산나물'로 불립니다. ⓒ 이종혁
데쳐먹는 나물과 생으로 먹어도 좋은 나물에 대해서도 구분해 주십니다. "독성이 전혀 없는 것은 생으로 먹어도 좋습니다. 참나물, 잔대, 참취, 곤지서리, 난방잎, 곰취, 개으느리등은 데치지 않고 바로 먹기 좋은 나물들입니다. 다른 나물들은 골고루 섞어서 데쳐먹으면 좋아요."

산을 오르내리며 나물을 채취합니다.
산을 오르내리며 나물을 채취합니다. ⓒ 이종혁
최 선생님은 계속 말씀하셨습니다. "나물을 캘 때도 산에 대한 나물에 대한 예의가 필요합니다. 함부로 밟지 말고, 뿌리까지 뽑지 말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캐야 합니다. 오늘 많은 사람들이 와서 초보로 산행을 하기 때문에 함부로 밟고 뿌리까지 뽑는 일도 있었겠지만 앞으로는 이 점을 고려해서 나물을 캐면 좋겠습니다."

까마귀 발의 모양을 닮아서 '까막발' 입니다.
까마귀 발의 모양을 닮아서 '까막발' 입니다. ⓒ 이종혁
식생활에 대해서도 한 마디 하십니다. "먹는 것을 좀 단순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밥을 할 때 잡곡을 많이 넣고 콩도 많이 넣으세요. 콩을 많이 먹으면 따로 두부를 만들어 먹을 필요가 없어요. 찌개에도 여러 가지 나물들을 섞어넣으면 따로따로 반찬을 내지 않아도 되잖아요? 준비하기도 쉽고, 그렇게 먹으면 영양도 많이 섭취할 수 있고요."

'꿩의 다리' 나물
'꿩의 다리' 나물 ⓒ 이종혁
나물 채취는 첫날 오후, 그리고 둘째 날 새벽부터 오전까지 계속되었습니다. 저녁에는 최 선생님이 직접 카메라에 담아오신 나물사진 300여장을 슬라이드로 보면서 복습하고 눈으로 익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취나물을 채취하고 있습니다.
취나물을 채취하고 있습니다. ⓒ 이종혁
휴대전화도 안 터지는 곳에서 조용하게 보낸 이틀은 참가한 사람들에게 좋은 경험이 되었습니다. 첫날 밤 열 시, 둘째 날 새벽 다섯 시 반에 선생님의 지도를 받으며 명상하면서 마음의 고요한 평화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숨결을 느끼고 내면을 바라보면서 너무나 복잡하고 번잡하게 살아온 자신을 되돌아보고, 단순하게 자연과 닮은 모습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직접 캔 나물로 산나물 종합 전과 쑥전을 해 먹었습니다.
직접 캔 나물로 산나물 종합 전과 쑥전을 해 먹었습니다. ⓒ 이종혁
직접 캐 온 나물 중에서 날 것으로 먹을 수 있는 것은 날것으로 먹고, 일부는 전을 해서 먹었습니다. 종합 산나물전에는 밀가루 반죽을 좀 많이 넣었습니다. 반죽을 아주 조금만 넣고 한 쑥전은 정말 별미였습니다.

이번 강좌와 실습을 통해서 몇 가지 나물은 정확하게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먹을 수 있는 산나물과 들나물이 100가지는 된다고 하니 극히 일부밖에 모르는 셈입니다. 이날 참여한 30여명의 회원들은 산나물 동호회를 결성해 지속적으로 공부하고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한 가지씩 익혀나가면 나중에 많이 알게 되겠지요.

"밥이 불사약이요, 반찬이 불로초다." 강대인 농부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우리 주변의 먹거리들이 얼마나 오염되어 있습니까. 각종 식품 첨가물에 과다한 비료와 과다한 농약으로 키운 일부 농산물들, 수십 일을 두어도 썩지 않는 수입 농산물들.

건강하고 오염되지 않은 친환경 우리농산물이 바로 불사약이요 불로초인 것 같습니다. 신선하고 건강한 자연속의 나물들이야말로 정말 불로초가 아닐까요? 점점 더워지는 날씨에 좋은 먹거리로 건강 지키면서 살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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