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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혜준이가 친구들과 연 작은 판매장입니다. 이 곳은 혜준이가 생애 최초로 가진 가게랍니다.
ⓒ 박미경
어렵고 소외된 이웃을 돕기 위해 매월 마지막 주에 열리는 '나눔장터'가 나눔의 소중함을 배우는 교육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지난 30일 오후 화순읍 부영1차아파트 옆 놀이터에서 화순민주청년회의 주관으로 나눔장터가 열렸습니다.

이날 오후 2시 무렵이 되자 집안 곳곳에 사용하지 않고 쌓아둔 옷가지들과 생활용품, 장난감을 손에 든 주민들로 놀이터는 순식간에 작은 장터로 변했습니다. 장터에는 집안 곳곳에 쌓아두었던 동생들의 작아진 옷가지와 싫증난 장난감, 다 읽은 책, 풀지 않고 쌓아두었던 학습지 등을 들고 나온 초등학생들의 모습이 유독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 친구들과 함께 동생들의 작아진 옷가지들로 만든 예지네 가게 입니다.
ⓒ 박미경
예은, 예원 두 동생이 있는 김예지(12, 만연초 5) 어린이도 동생들의 작아진 옷을 챙겨 들고 장터를 찾았습니다. 혼자 물건을 판매하기 쑥스러워 친구 두 명과 함께 판매대를 설치한 김예지 어린이는 "전날 엄마와 함께 장터에 내다 팔 물건들을 정리하고 가격을 정했다"며 "아직 물건을 판매한 금액을 어디에 쓸지 정하지 못해 일단 엄마에게 가져가 드리기로 했다"고 말합니다.

김예지 어린이와 달리 쓰지 않는 물건을 팔아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고 작정하고 장터에 나온 친구도 있었습니다. 지난 달에 열린 장터에 참가해 물품을 판매한 금액 5만원을 전액 어려운 이웃돕기에 써 달라며 민주청년회에 기탁했던 강효정(14, 지원중 1) 학생은 이번에도 입다가 작아진 옷과 싫증난 머리핀 등의 액세서리를 들고 나눔장터에 참가했습니다.

강효정 학생은 "작아져서 못 입는 옷들과 싫증난 액세서리들이 버려지지 않고 누군가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다시 쓰고 자신의 손으로 직접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뿌듯하다"며 이날 판매한 금액도 전액 어려운 이웃돕기에 기탁할 생각이라고 말합니다.

▲ 나눔장터에서는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책과 비디오 등도 구입할 수 있습니다.
ⓒ 박미경
집에서 챙겨온 물건들로 제 나름의 특색 있는 판매대를 꾸민 어린이들은 자기들이 가지고 나온 물건들이 가장 좋다며 장터에 나온 주민들에게 물건을 사 달라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1천원에 팔던 물건을 장터에 참가한 다른 친구에게 같은 '장꾼'의 입장에서 몇 백 원에서 많게는 절반 이상 가격을 할인해 주는 기특한 모습도 눈에 띄였습니다.

그 어린이들의 무리 속에는 강혁이와 남혁이의 작아진 옷과, 큰딸이기에 남동생들에게 물려주기 어려운 원피스 등 소녀다운 옷들을 들고 장꾼으로 나선 혜준이도 있었습니다.

▲ 나눔장터에는 매번 각기 다른 주제의 재활용품 전시회가 열립니다.
ⓒ 박미경
나리와 하은이, 두 친구와 작은 판매장을 개설한 혜준이는 이날 가지고 나온 물건들을 모두 팔아보겠노라며 당찬 각오를 다졌습니다. 그러나 시장이라는 것이 판매하는 사람과 살려는 사람의 뜻이 맞아떨어져야 물건이 팔리는 법.

혜준이는 내놓은 물건들을 팔기 위해 애썼지만 손님을 모으기엔 힘에 부쳤나 봅니다. 이날 혜준이는 가지고 나온 물건의 절반 정도를 판매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것도 처음 마음먹은 가격에서 50%를 할인해 판매한 덕분이지요.

가격을 정할 때는 모든 물건들을 1천원에 팔기로 마음먹었지만 더운 날씨 탓과 구색이 골고루 갖춰지지 못한 판매장 탓에 생각보다 많은 손님들이 오지 않은 탓이지요.

"엄마, 돈 벌기 너무 어려워요. 너무 힘들어!"
"그럼 너는 힘도 안들이고 돈이 저절로 굴러들어오는 줄 알았니?"

3시간 동안 장터에서 물건을 팔고 난후 혜준이는 돈 버는 것이 너무 힘들다고 하더군요. 혜준이가 나눔장터에서의 경험을 통해 엄마아빠가 편안하고 쉽게 돈을 버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겠지요.

이날 혜준이가 옷가지들을 판매해 얻은 금액은 6천원. 금액으로 치면 얼마 되지 않지만 6천원은 혜준이가 생애 처음으로 세상에 나가 노동을 통해 다른 사람으로부터 벌어들인 아주 소중하고 값진 금액이었습니다.

▲ 화순민주청년회원들이 신명나는 풍물로 나눔장터에 활기를 더했습니다.
ⓒ 박미경
팔려고 내놓은 물건이 잘 팔리지 않자 가격할인을 통해 손님을 모으는 어린이들은 가지고 나온 장난감 등의 물건을 꼭 가지고 싶다는 어린 동생들에게는 그냥 나눠주기도 하면서 자기가 가진 것을 나눠쓰는 나눔의 소중함을 배우고 있었습니다.

올해로 두 번째 열리는 나눔장터, 이제 갓 걸음마를 시작한 나눔장터가 어린이들에게는 나눔의 소중함을 배우는 장소로, 어른들에게는 나눠쓰는 즐거움을 주는 소중한 장소로 자리잡고 화순의 아름다운 가게가 되길 기대해 봅니다.

▲ 장터 한쪽에는 투호던지기와 윷놀이, 널뛰기 등을 즐길 수 있는 놀이마당이 있습니다.
ⓒ 박미경

덧붙이는 글 | * 매월 마지막주 일요일에 열리는 나눔장터는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가지고 온 물건은 직접 판매하거나 이웃을 위해 쓰여지도록 민주청년회에 기증해도 된답니다. 

*이 글은 화순의 소식을 알리는 디지탈 화순뉴스(http://www.hwasunnews.co.kr)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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