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세브란스병원 어린이 병원학교의 ‘동화구연’ 수업시간. 아이들이 자원봉사 교사의 설명에 즐거워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어린이 병원학교의 ‘동화구연’ 수업시간. 아이들이 자원봉사 교사의 설명에 즐거워하고 있다. ⓒ 여성신문
어린이 병원학교가 어린이 환자들의 학습 및 사회 적응력을 돕는 대안적 프로그램으로 주목받고 있다.

소아암, 백혈병을 비롯해 장기간 입원과 치료를 필요로 하는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고 싶어도 면역력이 떨어져 다닐 수가 없다. 평균 치료 기간이 3년이 넘고, 치료 후에도 꾸준한 관리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일반 학교에서 교육의 연속성을 기대하기란 힘들다. 따라서 이들에게 교육의 단절을 막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 어린이 병원학교다.

교육인적자원부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건강장애로 인해 수업을 받을 수 없는 학생 수가 3288명에 이르고, 이중 출석일수 부족으로 상급 학년 진학이 어려운 상태에 놓인 아이들이 702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지난해 3월 개정된 특수교육진흥법에 따라 2008년까지 전국에 32개 병원학교를 추가 증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만성질환으로 인해 3개월 이상 장기입원이나 통원치료가 필요한 학생이 우선 대상에 포함된다.

99년 서울대병원을 시작으로 생겨난 병원학교는 올 상반기 4개 학교가 개교한 것을 포함해 현재 전국 14개에 이르며, 하반기에 3개가 추가 개교할 예정이다.

세브란스병원 어린이 병원학교 한은숙 교사는 “단기·장기 입원 환자에 따라 차별화된 수업 진행이 필요하며, 면역력이 없는 환자의 경우 병실에서 1대 1 수업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3월 서부교육청과 협약을 했지만 교사 수급 문제와 커리큘럼에 대해 의견을 조율하고 있어 정식 학력 인정은 내년에야 가능하다”고 전했다.

병원학교 향후 과제는

수업일수 부족에 따른 유급을 막고 치료 후 학교생활 복귀에 있어 발생하는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마련된 어린이 병원학교는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국립암센터, 부산대병원을 포함, 전국 10개 지역 14개에 이른다. 현재 400여 명의 학생이 지원 받고 있으며, 평생교육시설, 병원대안학교, 병원파견학급 등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교육부의 권고에 따라 상당수 병원이 어린이 병원학교에 동참할 뜻을 보이고 있지만, 재정적 이유를 들어 병실만 제공하는 게 대부분이며 수업교구와 기자재는 기증과 후원을 받는 게 일반적이다. 병원이나 교육청으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정기적인 재정 확보가 어려워 기자재가 미흡한 곳이 많다.

세브란스 병원학교가 병원직원 월급에서 일부를 매달 기부 받고 있지만, 월 40만 원가량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반면 미국 신시네티 어린이 병원학교는 정부 40%, 병원 30%, 기업 30%의 이상적인 재정 확보를 하고 있어 우리나라 어린이 병원학교와 대조적이다.

현재 운영되는 어린이 병원학교는 설립 목적에 맞게 병원에 입원한 건강장애 학생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병원마다 개설된 교과목이 다르고 교사파견방식, 수업형식 등이 달라 일관된 정책이 없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3월 개교한 국립암센터 병원학교는 교육청에서 특수교사를 파견, 저학년과 고학년으로 나누어 격일제로 수업한다. 초등학교와 마찬가지로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재량의 총 5과목으로 진행하고 있다. 반면 세브란스 병원학교는 자원봉사자 중심으로 일본어, 동화구연, 풍선 만들기 등의 수업으로 구성돼 있고, 학년을 나누지 않고 자유롭게 수업에 참여하도록 한다. 지난해 11월 개교한 한양대병원 병원학교는 초·중등 교육과정이 개설돼 있고 교사와 학생이 1대 1로 수업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렇듯 일반 초·중·고교의 경우 전국 어디서나 동일한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지만, 병원학교는 특정 기준이 없어 병원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와 함께 수업이 유치부와 초등 과정에 집중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중등과정은 개설이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고등과정은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미국 신시네티 어린이 병원학교와 일본의 이루카 어린이 병원학교는 초·중·고 교육과정을 개설하고 정식 교사와 자원봉사자가 함께 수업을 담당하고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중등교육까지 의무화하고 있지만, 헌법 26조에 명시된 아픈 어린이(6개월 이상 장기 치료가 필요한 어린이)에 대한 교육권을 기본권으로 간주해 고교과정까지 의무교육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병원학교 설치비 지원을 위한 특별재정 확보를 추진하고 있으며, 병원학교에서 발급한 ‘수업확인증명서’가 학력 인정을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초·중·고 일반학교에 건강장애학생 교육지원에 관한 지침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퇴원은 했지만 학교로 돌아갈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해 교사자원봉사단이나 예비교사 등이 순회교육을 맡고, 사이버 가정학습 서비스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어린이 병원학교 해외사례

[일본] 일본은 정부 주도 아래 어린이 병원학교가 활성화된 예로 교육권을 기본권으로 명시한 헌법에 근거, 6개월 이상 장기 치료 어린이 환자에게 의무교육을 실시한다. 일본의 이루카 어린이 병원학교는 초·중·고 과정을 개설해 지역학교와 동일한 교과서와 동일한 커리큘럼으로 진행한다. 때문에 퇴원 후 학교에 복귀해도 학업에 무리가 없다. 어린이 환자가 같은 상황에 처한 친구들을 통해 병에 대한 긍정적 이해를 갖도록 돕는다.

[캐나다] 세계 최고 수준의 복지를 자랑하는 캐나다는 자국에서 출생한 어린이에게 100% 의료혜택 지원과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학교 수업과 관련해 학생이 정식으로 도움을 청하는 경우 정부가 나서서 이를 지원해준다. 어린이 교육에 철저한 캐나다는 어린이 병원학교라는 개념이 없을 만큼 어린이 환자를 위한 지원을 무료로 제공한다. 예를 들어 어린이 환자가 학교에 못 가면 정부는 그 어린이만을 위한 선생님을 파견하고 최적의 교육 환경을 만들어 준다.

[미국] 미국 내 체계적 시스템을 자랑하는 신시네티 어린이 병원학교는 30여 년의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연령별로 3개의 교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소아암 환자 40여 명을 포함해 현재 400명이 넘는 어린이 환자들이 교육지원을 받고 있다. 정식교사는 수업에 대한 전체 관리 감독을 담당하고 자원봉사자들이 개별 수업을 진행한다. 장기 입원 환자는 학력을 인정받아 연말에 다음 학년으로 올라갈 수 있다.

댓글

(주)여성신문은 1988년 국민주 모아 창간 한국 최초의 여성언론지.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