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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님께서, 셋째 민혁이를 지극정성으로 씻고 감기는 모습입니다. 장모님의 사랑에 그저 감사를 드릴 뿐입니다. 나도 나중에 내 손주 녀석들에게 이렇게 사랑을 쏟아야 할 듯 싶습니다.
장모님께서, 셋째 민혁이를 지극정성으로 씻고 감기는 모습입니다. 장모님의 사랑에 그저 감사를 드릴 뿐입니다. 나도 나중에 내 손주 녀석들에게 이렇게 사랑을 쏟아야 할 듯 싶습니다. ⓒ 권성권
“녀석이 정말로 튼튼한가봐.”
“젖도 많이 먹지요. 어머니.”
“잠도 잘 자고.”
“얘가 민주랑 민웅이를 많이 닮았어요.”
“처음이라 그렇지. 나중엔 다르겠지.”
“아무튼 튼튼하게 자랐으면 해요.”
“그래야지. 그리고 나중엔 한 인물 할 거야.”
“그렇게만 되면 좋죠.”

태어난 지 열흘이 지나갔지만, 장모님은 민혁이를 볼 때마다 그리고 씻길 때마다 그렇게 좋아한다. 마치 친아들을 하나 더 얻은 듯 웃음꽃이 한 아름 가득하다. 그 때문에 딸을 위해 미역국을 끓이는 것도, 사위에게 밥상을 차려 주는 것도 힘들어하지 않으신다. 더욱이 셋이나 되는 손주 녀석들을 먹이고 입히는데에도 전혀 싫은 내색을 하지 않으신다.

그렇다고 장모님의 몸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젊은 시절 허리를 다쳐서 그런지, 잠을 청할 때에는 늘 몸을 옆으로 놓으신다. 침대에 몸을 기댄 듯 옆으로 잠을 청하시는 것이다. 군대에서 흔히 말하는 '칼 잠’을 자는 것이다. 하늘을 보고 몸을 반듯하게 누우면 그만큼 허리에 통증이 오기 때문일 것이다.

그 모습을 아들과 같은 사위나 딸이 보면 민망해 할까봐, 장모님은 방문을 꼭꼭 잠그고 주무신다. 그런데도 나는 가끔씩 그 방문을 살며시 열어 놓는다. 방문을 열어 놓아야 그 방이 썰렁하지 않고, 사위와 장모 사이에 무언가 모를 정이 흐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태어난 지 열흘이 지난 오늘에서야 민혁이 배꼽에 있는 탯줄이 떨어졌습니다. 저게 아물기까지는 또 얼마나 시간이 흘러야 할지 모르겠지만, 녀석은 지금껏 장모님의 사랑 속에서 크고 장모님의 사랑 속에서 튼실해진 것입니다. 그저 장모님께 고마울 따름입니다.
태어난 지 열흘이 지난 오늘에서야 민혁이 배꼽에 있는 탯줄이 떨어졌습니다. 저게 아물기까지는 또 얼마나 시간이 흘러야 할지 모르겠지만, 녀석은 지금껏 장모님의 사랑 속에서 크고 장모님의 사랑 속에서 튼실해진 것입니다. 그저 장모님께 고마울 따름입니다. ⓒ 권성권
장모님도 그걸 모르실리 없다. 그래서 방문 소리를 다 들으면서도 그냥 헛기침을 하면서 마냥 잠을 청하는 모습을 보이신다. 나도 장모님의 그 기침 소리에 나지막한 목소리로 답변을 드린다.

“방이 아직은 썰렁해서요.”
“으응.”
“문을 조금만 열어 놓을게요.”
“응, 잘 자.”

그리고 다음 날이 되어, 날이 밝으면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그저 웃는 얼굴로 새로운 하루를 맞이한다. 방안 공기는 물론이고 집안 분위기까지 햇살 머금은 온화하고 따사로운 ‘사랑의 도가니’가 된다.

오늘 점심엔 그 '도가니'가 돌나물 무침이 되어 밥상에 올랐다. 집안 텃밭에서 자라고 있는 돌나물을 장모님이 맛깔스럽게 무친 것이었다.

장모님은 그것들을 한 땀 한 땀 정성을 기울여 양재기에 담았고, 얼마 되지 않아 곧장 고추장에 얼버무린 멋진 돌나물 무침을 만들어 내셨다. 색깔도 그만큼 고왔고, 맛도 그만큼 일품이었다.

장모님께서 손수 만들어 내신 돌나물 무침 한 접시입니다. 이것이 크고 값나가는 화려한 반찬은 아닐지라도 결코 그런 것에 비할 바가 못됩니다. 그 어떤 영양가 높은 갈비 세트보다도 포근하고 정성이 깃든 '따뜻한 사랑 한 접시'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장모님께서 손수 만들어 내신 돌나물 무침 한 접시입니다. 이것이 크고 값나가는 화려한 반찬은 아닐지라도 결코 그런 것에 비할 바가 못됩니다. 그 어떤 영양가 높은 갈비 세트보다도 포근하고 정성이 깃든 '따뜻한 사랑 한 접시'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 권성권
“어머님, 맛나 보이는데요.”
“내 솜씨 어디 가겠어.”
“엄마, 이젠 농담도 할 줄 알아.”
“어머님, 침이 꼴깍꼴깍 넘어가는데요.”
“어서, 먹어 보자고.”
“기가 막히는데요.”

그때부터 나와 아내, 그리고 장모님까지 달라붙어서, 그 돌나물에 콩나물과 고사리와 김치까지 버무린 비빔밥 양푼 한 그릇을 완전히 비워냈다. 그야말로 기가 막힐 정도로 맛난 꿀맛의 도가니였다.

"장모님! 하루 종일 허리 한 번 펴보지 못하고 녀석들을 지극정성 돌봐 주시는 장모님의 사랑에 그지 없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아픈 허리 밤새 쥐어짜며 옆으로 드러누워 자면서도 다음 날엔 웃음으로 새로운 날을 맞아주시는 장모님의 사랑에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반듯한 옷 한 벌 해드리지 못하는 못난 사위지만, 그래도 아들처럼 아껴주시는 그 사랑에 그지없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장모님, 아니 어머님,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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