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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방
곧 5월이다. 가족의 달이다. 우리 아이들이 떠오르고 그 마음결을 보듬고 싶은 오월이다. 무엇으로 그 결을 곱게 매만져 줄까? 그래 동시가 있다. 전통적 숨결이 우리말의 율격에 제대로 보풀어 나오는 동시조를 선물해보는 것은 어떨까? 여기 문단 원로 정완영 시인의 시집 한 권이 있다.

보리밭 건너오는 봄바람이 더 환하냐
징검다리 건너오는 시냇물이 더 환하냐
아니다 엄마 목소리 목소리가 더 환하다.

혼자 핀 살구나무 꽃그늘이 더 환하냐
눈감고도 찾아드는 골목길이 더 환하냐
아니다 엄마 목소리 그 목소리 더 환하다.
- 정완영의 '엄마 목소리' 전문


어른들에게는 ‘어머니’가 자신의 고향이듯 아이들에게는 늘 ‘엄마’가 그 마음의 품이고 쉼터요 놀이터다. 도시 아이들이든 저기 시골이나 바닷가 섬마을 산동네 아이들이든 다를 바 없다. 다 같은 마음일 게다. 시골의 주변 정경과 자연 풍경이 엄마의 밝고 정겨운 마음씨를 닮아 있다. 김소월의 ‘엄마야 누나야’를 곁들여 읽으면 더욱 맛이 날 것도 같다.

첫째수의 사물들이 양지를 보여준다면 둘째수의 사물들은 음지를 보여준다. 그러다가 양지건 음지건 엄마의 품에 가 환히 웃는다. ‘보리밭의 봄바람’ ‘징검다리 시냇물’ ‘(외진) 살구나무 꽃그늘’ ‘(구석진) 골목길’ 잊혀져가는 풍경이기는 하지만 농촌은 농촌대로 도시는 도시대로 아이들 생활 주변의 요소요소들, 어린 눈앞에 보이는 이것저것의 사물들이 엄마를 닮았으면 한다. 엄마의 마음을 따라갔으면 한다.

정완영 시인
정완영 시인 ⓒ 김주석
한 구비 돌아들면
느릅나무 속잎 피고

한 구비 돌아들면
골물소리 환히 피고

한 구비
더 돌아들면
아! 낮달 같은 울엄마.
- 정완영의 '울엄마 봄' 전문


자연의 이미지와 엄마의 이미지는 어우러진다. 자연은 아이에게 엄마이다. 엄마는 아이에게 자연이다. 엄마의 살결 숨결을 통하여 자연의 생명 호흡 또한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느릅나무’, ‘골물소리’, ‘낮달엄마’ 생각하면 삼위일체이다. 느릅나무는 자라고 골물소리는 흐르고 느릅나무 같은 아이 골물소리 같은 아이는 얼굴 환히 반색하는 엄마 품에 달려가 가앉기는 순간이다. 유년의 ‘봄’, 삶의 ‘봄’은 여기에 있다.

시집은 총 4부로 각각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아이들을 품어내고 있다. 봄은 유리창을 닦는 아이의 손놀림에서도 무궁무진 연출된다. ‘내가 입김을 불어 유리창을 닦아 내면//새 한 마리 날아가며 하늘빛을 닦아 낸다//내일은 목련꽃 찾아와 구름빛도 닦으리.’(‘초봄’ 전문) 아이들의 손놀림, 발동작, 마음그림, 생각풀이 들이 모여 이루어내는 시적 발견 속에서 5월 봄 가득한 세상이 씻길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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