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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이 커졌다.

강금실 전 장관의 출연으로 자칫 밋밋해 질 수 있었던 서울시장 선거에 흥미를 더하더니, 오세훈 전 의원의 전격적인 출마 선언으로 강-오 대결구도가 형성, 여기에 오 전 의원이 당내 경선에서 살아 돌아오는 기염을 토해 서울시장 선거는 '별들의 전쟁'으로 치러지게 생겼다. 기존 정당 틀을 벗어난 '스타급 정치인'의 인물 대결이 된 것. 물론 강 전 장관의 경우 내주 이계안 의원과의 당내 경선을 통해 최종 후보로 확정되는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선거를 축제로... 한 목소리

▲ 강금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지난 16일 자신의 선거사무실에서 `패러다임 시프트와 한국정치`를 주제로 공개토론회를 가진뒤 진중권 교수, 주창복 성미산학교 교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서로를 향한 일성은 이랬다.

오세훈 "강 후보가 이번 선거를 축제로 치르고 싶다고 했다. 나 역시 똑같은 심정이다. 정책으로 승부해서 어느 당의 정책이 서울시민의 삶의 질 향상에 보탬이 될 지 겨루고 싶다."(25일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이 끝난 뒤 기자회견)

강금실 "여론조사가 반영된 것으로 알고 있다. 시민들은 오세훈 후보가 기존 한나라당 이미지를 극복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26일 MBC '손석희 시선집중'과의 인터뷰)

두 후보는 깨끗한 이미지를 기반으로 전에 없었던 참신한 선거를 치르는데 동의하고 있다. 강 후보는 '아름다운 승부'를, 오 후보는 '후회 없는 승부'를 벌이겠다는 각오다.

당과의 거리유지 "주도권 쥐겠다"

이들은 자신이 속한 정당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닮았다. '당인'이면서도 당을 견제하고 넘어서려는 전략을 동시에 취하며 '인물전'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오세훈 후보는 한나라당이 이번 5·31 지방선거를 '중앙권력 심판론'으로 규정한 것에 대해 "선거 결과가 심판을 뜻하는 것이지,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 지방선거에 임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됐다"라고 전략 수정을 요구했다.

변화가 감지되는 부분이다. 경선 하루 전 "노무현 정부를 심판하는 의미가 있다"고 적극 설파했던 것과 달라진 태도다. 당원들이 아닌 일반 시민들이 참여한 여론조사에서 승기를 잡은 오 후보는 한나라당의 고정 지지층에 '+α'를 겨냥했다. 광범위한 부동층, 즉 '비노(非盧)'지만 그렇다고 한나라당을 선뜻 지지하지 않는 층을 의식한 외연확대.

오 후보는 "네거티브 선거가 난무하지 않도록 당에 시정요구를 하겠다"고 말해 선거운동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당 지지율이 발목을 잡고 있는 강금실 후보 역시 최근들이 부쩍 열린우리당에 대한 쓴소리가 늘었다. "국민은 강금실과 오세훈의 차이를 모른다"는 지적처럼 강금실표 '콘텐츠'가 어필하지 못한 상태에서 당 지지율의 한계로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강 후보는 "30, 40대의 경제 활성화와 정치개혁을 열망하는 부동층이 있는데 우리당이 이들에게 확실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며 "그것이 한나라당에 대한 인기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후보 개인과 당의 공동 보조를 강조했다. 강 후보는 "(나는) 후보로서 경제활성화와 정치개혁에 대한 '제3의 길'의 정책방향을 내놓고, 당도 시민들의 실망이 크다는 걸 인정하고 마음을 돌릴 수 있는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층 겨냥 '시민후보' vs '국민후보'

▲ 26일 오전 국회 한나라당 대표실에서 박근혜 대표가 오세훈 서울시장후보에게 공천장을 수여한뒤 손을 잡고 축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 같은 결과로 나온 게 '시민후보'와 '국민후보' 전략이다. 강금실 후보가 당색을 넘어 서울시민의 대표성을 강조하기 위해 내놓은 게 시민후보론. 선거캠프도 당 일변도가 아닌 '시민위원회' 등을 꾸려 의사결정 과정에 일반인을 대거 동참시키고 있다.

이를 의식한 오세훈 후보 측에선 당장 국민후보론을 내놨다. 오 후보를 도와온 남경필 의원은 경선 결과에 대해 "한나라당에서 전에 없었던 현상"이라며 "국민후보의 면모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오세훈 캠프에선 일반시민들이 참여한 국민참여선거인단과 여론조사에 힘입어 당의 조직력을 돌파했다는 점에 상당히 고무되어 있었다.

아울러 남 의원은 "단지 시장선거가 아닌 다음 대선에서 한나라당 가야 할 길이 어떤 건지 보여줄 선거가 될 것"이라며 "노무현 정부의 실정에 대한 광범위한 세력 연대를 꾀하는 외연확대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금실 후보 측에선 오 후보 상승세에 "거품의 성격이 강하다"는 입장이다. 강 후보 역시 "새로운 정치를 열망하는 부동층을 오 후보가 감당하며 끝까지 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후보 개인의 '능력' 검증으로 들어가면 경쟁력이 있다는 자신감이다.

이광재 열린우리당 전략기획위원장은 일찌감치 "오세훈 후보가 나오면 선거는 쉬워진다"고 공언했다. 삶의 궤적, 연륜, 리더십에 있어 오 후보를 압도한다는 논리였다. 강금실 캠프의 한 핵심관계자는 "맹형규 후보가 됐더라면 (인물 지지도를) 우습게 생각하다가 (한나라당 지지도에) 당했을 것"이라며 오 후보로 인해 인물 구도가 명확해 졌다는 점을 유리하게 해석했다.

난제, '오염되기 쉬운 백지' vs '어려운 보랏빛 실험'

▲ 35일 뒤 새로운 시장을 맞게되는 서울시.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서울시청 건물.
ⓒ 오마이뉴스
▲ 강금실 후보는 보라색에 담긴 메시지보다 이미지가 더 강하게 전달되고 있다. (위)/오세훈 후보 지지자들이 하얀색 복장에, 얼굴까지 하얀 분칠을 하고 백지 같은 이미지를 형상화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이 열린 올림픽 펜싱경기장 밖. 오세훈 후보를 지지자하는 사람들 중에는 하얀색 복장에, 얼굴까지 하얀 분칠을 한 마임이스트들이 있었다. 오 후보의 백지 같은 이미지를 형상화한 선거운동이다.

정수기 광고에서 "세상도 속보이는 얼음처럼 투명하게"라는 멘트를 '날린' 오 후보의 깨끗한 이미지는 장점이기도 하면서 단점이라는 지적이 많다. 홍준표 의원은 경선 연설에서 "여권의 무차별 폭로가 이뤄질 것이고 조금이라도 약점을 잡히면 선거는 끝"이라고 주장했다.

선거전문가들은 이미지 경쟁에 있어 오 후보의 '리스크(위험도)'가 강 후보보다 높다고 얘기한다. 강 후보가 강단과 배짱으로 형성된 이미지라면, 오 후보는 무색무취에 가까운 투명함이라, '먹물' 한 방울이 튀겼을 때 치명적인 쪽은 오 후보라는 지적이다. 경선 과정에서 구설수에 오른 당비미납이나 고가의 헬스장 회원권 등의 문제가 터졌을 때, 한나라당 내에서도 "똑같은 이미지 싸움으로 가면 승산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강 후보의 '보랏빛' 이미지에도 함정은 있다. 문제는 전달력이다. 보라색에 담긴 메시지보다 이미지가 더 강하게 전달되고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강 후보의 보랏빛 정치에 대해 "부티나는 자유분방함"이라고 일갈하기도 한다.

한 관계자는 "강 후보가 추구하는 탈이데올로기, 통합, 생활정치의 가치 자체가 정치 실험의 성격인데다가 이런 의미를 담고 있는 보라색이 정치판에 없던 낯선 색깔이라 '메시지 딜리버리'(의미 전달)에 어려움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강 후보가 최근 보라색은 스카프 정도로만 상징성을 드러내고, 무채색 계통의 정장을 입으며 '전투력'을 보이는 것도 이 같은 고민을 우회적으로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시장 선거가 35일여 앞으로 다가왔다. 강금실, 오세훈 두 '스타' 후보는 혹독한 검증대 올라섰다. 이들이 벌일 '토론'이 재미있게 생겼다.

"이미지 바람 가고, 정책 승부 온다"
'오세훈 승리'에 대한 각 후보자들의 각오

▲ 이계안 열린우리당 예비후보, 박주선 민주당 후보, 김종철 민주노동당 후보(왼쪽부터)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계안 열린우리당 예비후보 "우리당도 전략적 판단해야"

"예상한 결과다. 지방선거 이기고 노무현 정권을 심판해 2007년 정권을 되찾겠다는 의지가 컸기 때문이다. 홍준표-맹형규로는 강금실을 이길 수 없다고 전략적인 판단을 했다. 이제 우리당도 전략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 강금실이 오세훈에게 밀리고 있다.

내 정책공약의 특징은 문화이든 교통·환경이든 모두 일자리 창출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일자리 창출→경제 활성화→양극화 해소로 이어지는 철학과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당내 경선 과정에서 이를 집중 부각시킬 것이다."


박주선 민주당 후보 "토론장에서 정책으로 승부"

"오세훈이 될 거라 예상했다. 요즘 이미지나 감성 바람이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지와 실체와는 상당히 차이가 있다. 이미지 바람은 이제 뒤로 가고 능력과 정책으로 검증하는 과정이 진행될 것이다. 내가 '참 인물 찾기 운동'을 벌이자고 제안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 시장 후보간의 토론회가 활성화 돼서 각 후보들 간의 인물과 정책을 비교할 수 있는 장이 자주 마련됐으면 한다."

김종철 민주노동당 후보 "젊은 후보된 점, 긍정 평가"

"오세훈 당선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젊은 후보들이 서울의 대안에 대해서 정책 경쟁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졌다. 젊은 후보가 된 것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오세훈 이미지에는 한나라당 색깔과 달리 보수와 개혁이 공존한다. 한편으로는 이명박 시장을 따라하고, 한편으로는 개혁적 이미지를 가졌다. 젊은 후보들이 나온 만큼 나이나 경륜 문제는 불식되고 대안이나 정책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 박수원·이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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