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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추방반대와 미등록이주노동자 전면합법화 촉구 기자회견
강제추방반대와 미등록이주노동자 전면합법화 촉구 기자회견 ⓒ 고기복
이들이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를 지금 주장하는 이유는 단순히 단속 과정에서 이주노동자가 사망해서가 아니다. 정부가 지난 24일(월)부터 '동포 자진 귀국 지원정책'을 실시하며 '타민족' 이주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철저히 외면하는 차별 정책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중국 국적 동포와 구 소련 지역 거주 동포 등에 대해서는 혜택을 주고 있지만, 타 민족 불법 체류자에 대해서는 지금과 똑같이 단속 처벌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특히 불법 이주노동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 동포들이 빠질 경우 불법 체류자에 대한 단속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게 외노협 측 활동가들의 우려다.

이번 자진귀국 지원정책의 경우 법무부는 밀입국자, 여권 위·변조 행사 등 형사범에 대해서 형사절차를 탄력 운용하도록 이미 검찰 등 수사기관과 합의하는 등 전폭 지원을 한다고 발표했다. 자진 출국한 이들은 1년 경과 후 재입국 및 취업이 가능하여, 자진출국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FTA 농성단은 되고, 왜 우린 안돼?"

이러한 배경으로 농성을 시작한 농성단은 농성 돌입 기자회견 과정부터 경찰과 천막설치를 놓고 실랑이를 벌여야 했다. 경찰은 '공원에 천막을 치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에 천막설치를 허가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하지만 농성단 측은 같은 공원 안에 이미 50일 넘게 천막을 치고 농성 중인 FTA 저지 영화인 농성단 천막을 가리키며, "왜 저쪽은 되고, 이쪽은 안 되는지 이유를 말해주면 천막설치를 하지 않겠다"며 경찰 측 천막 철거에 대응했다.

전투경찰들에 의해 철거중인 천막에 농성단원이 안간힘을 쓰며 매달리고 있다
전투경찰들에 의해 철거중인 천막에 농성단원이 안간힘을 쓰며 매달리고 있다 ⓒ 고기복

FTA농성단 천막
FTA농성단 천막 ⓒ 고기복
이처럼 양측의 주장이 계속 수평선을 달리는 가운데 농성단은 11시에 기자회견을 실시했다. 그러나 경찰 측은 기자회견이 끝난 지 얼마 안 된 낮 12시 전후 천막을 강제 철거했다. 경찰은 건장한 체격의 중대 병력을 뽑아 방패로 농성단을 둘러친 후, 무 뽑듯 천막을 들어 올린 후 걷어가는 작전을 구사했다. 일부 농성단이 걷히는 천막에 매달려 보았지만, 거친 파도 앞에서 제 모습을 지켜보겠다는 모래성처럼 소용이 없었다.

허망한 표정으로 철거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농성단 관계자들에게 관할 종로경찰서에서 나온 안모 정보관은 "어디 가서 국회의원이라도 한 명 데려 오십시오. 그래야 저희도 어떻게 편의를 봐 드리지, 어쩔 수 없습니다"라고 변명했다.

"어디 가서 국회의원이라도 한 명 데려 오십시오"

덕택에 천막을 뺏긴 농성단은 밤새 뼛속까지 스며드는 한기를 느끼며, 이 땅이 보여준 '차별'이란 단어를 곱씹어야 했다. 순혈주의 추종자들에게 핏줄이 아니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는 힘없고 배경 없는 이주노동자들과 힘 있는 '국회의원' 한 명도 데려오지 못하면서 그들을 지원한다는 농성단의 무기력한 모습에서 30여 년 전 동두천에서 국어 선생을 했던 어느 시인의 말이 떠올랐다.

"우리들은 제 상처에도 아플 줄 모르는 단일 민족
이 피 가름 억센 단군의 한 핏줄 바보같이
가시같이 어째서 너는 남아 우리들의 상처를
함부로 쑤시느냐" - 김명인의 동두천


차별이란 이런 거야! 농성할 땐 힘 있는 사람 한 명쯤 데리고 와야지! 밤이 지난 지금까지 이 땅에서 한기를 느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농성단 등 뒤에 붙인 '이주노동자를 더 이상 죽이지 마라'
농성단 등 뒤에 붙인 '이주노동자를 더 이상 죽이지 마라' ⓒ 고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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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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