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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의 예술동화> 겉표지
<괴테의 예술동화> 겉표지 ⓒ 종문화사
책을 읽다보면 3편의 글에서 하나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3편 모두 현실세계의 모습을 그린 것이 아니라 상상 속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동화를 읽을 때 독자는 상상을 하면서 머릿속에 그려가며 읽어야 한다. 어린이 애니메이션을 보듯 스토리 속의 상상력을 따라가는 것처럼 읽어야 그 맛을 느낄 수가 있다.

또 하나, 이 3편의 작품은 독자적으로 발표된 것이 아니라 다른 작품 속에 삽입돼 발표를 했다는 점이다. 아울러 엄밀히 따지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동화와는 다른 형태의 글이다. 그런 면에서 저학년 어린아이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글은 아니다. 다만 공상의 세계를 좋아하는 어린이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먼저 '새로운 파리스'란 작품을 보자. '새로운 파리스'는 그리스 신화를 빌려와 쓴 동화이다.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가 세 명의 여신(헤라, 아테네, 아프로디테) 중 가장 아름다운 사람에게 사과를 주라는 신화에서 힌트를 얻어 썼다고 한다. 그래서 이야기의 시작도 3개의 사과를 주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다.

현실 속에서 사과를 받은 '내가' 산책을 하다 아름다운 문 하나를 발견하고 문 안으로 들어가면서 사건이 전개된다. 문 안으로 들어서자 사과들은 인형만한 3명의 아리따운 아가씨로 변하고, 그 아가씨들은 '내' 손가락 끝에서 놀기도 하고, '나'와 병정놀이를 하기도 한다. 그렇게 병정놀이를 하다가 파괴되면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변하면서 벽 쪽으로 사라진다. 병정놀이가 끝난 뒤 '난' 노인의 안내에 따라 새로운 세계를 구경하다 다시 현실로 돌아오게 되고 이야기도 끝이 난다.

'새로운 멜루지네'는 난장이나라인 에코발트 왕국의 공주가 지상세계로 나와 남편을 찾아 떠나는 모험을 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바위틈새를 통해 지하세계에서 지상으로 나온 난장이나라의 공주는 반지를 이용해 보통 인간이 되어 세계를 돌아다니다 나(남편)를 만난다. 아름다운 그녀의 마차엔 아무리 써도 줄어들지 않은 돈주머니가 있고, 나는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그러다 어느 날 우연히 작은 상자 속의 아내를 발견하게 되고 사랑이 금갈 위험에 처하자 난 아내를 따라 지하세계로 가서 결혼을 하기로 한다. 이때 나(남편)를 지하세계(상상의 세계)로 이끄는 게 반지이다.

이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반지'이다. 공주의 능력은 반지에서 나오고, 공주와 나를 지하세계로 이끄는 것도 반지이다. 또 지상과 지하세계를 오고가게 하는 통로기능을 담당하는 것도 반지이다. 여기에 반지는 지상세계의 결혼이 지하세계에서도 지속되도록 하게 한다. 이는 후에 내가 반지를 부러뜨리고 지하에서 지상으로 나오는 행위는 행복한 결혼생활이 끝났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동화'는 앞의 두 작품에 비해 사뭇 다른 형식을 취하고 있다. '새로운 파리스'와 '새로운 멜루지네'가 현실세계와 상상의 세계라는 이원적 구조로 되어있고, 사건의 마무리가 이야기가 처음 시작된 곳으로 돌아오는 원점회귀의 구조로 되어있다면 '동화'는 하나의 구조로 되어있다. 또한 <동화>는 두 작품에 비해 많은 인물들이 나오고, 다양한 비유와 상징 그리고 의인화된 존재들이 등장하여 풍부한 상상의 세계를 꿈꾸게 하고 있다.

또한 '동화'엔 작가의 윤리적, 철학적인 생각들이 반영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작품을 따라가면 도깨비불이 뱃사공의 노를 젓는 배를 타고 건너고 도깨비불은 야채만을 뱃삯으로 받는 뱃사공에게 황금덩어리를 주고 가버린다. 화가 난 뱃사공은 황금을 계곡 밑으로 뿌려버리고 그 황금을 녹색 뱀이 먹으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그러면서 이들은 생명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백합(공주)을 만나러 간다. 이 와중에 이들은 금과 은과 동으로 된 왕을 만나기도 하며 대화를 나눈다. 이때 녹색 뱀은 금으로 된 왕과의 대화에서 금보다 훌륭한 것은 빛이고, 빛보다 상쾌한 것은 대화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다시 길을 떠난 이들은 백합의 정원에서 나중에 지상의 왕과 왕비가 되는 젊은이(왕자)와 백합(공주)을 만나고, 세상의 지혜를 밝히는 인물을 상징하는 듯한 등불을 든 노인과 노인의 부인인 노파를 만나 지하에 묻혀있던 사원을 찾아 떠난다. 그리고 이들은 합일된 행동으로 새로운 세계를 갈망한다. 이후 젊은 왕을 중심으로 지혜와 빛의 세계, 힘의 세계가 조화롭게 합쳐지고 여기에 사랑의 힘이 결합하여 새로운 세계가 만들어진다. 이는 무질서의 세계가 여러 사람이 힘이 합해지면서 질서의 세계로 바뀌어가는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과 같이 괴테의 세 동화는 작가의 상상력과 환상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이라 볼 수 있다. '새로운 파리스'나 '새로운 멜루지네'가 신화나 민화를 빌려온 것이라면 '동화'는 작가 자신의 풍부한 상상력과 그의 인생관과 세계관이 반영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모처럼 대문호의 동화를 읽으며 환상과 상상 속으로 빠져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파리스와 멜루지네

*파리스는 트로이의 왕자이다. 파리스는 제우스로부터 헤라와 아테네, 아프로디테 중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 황금사과를 주라는 위촉을 받는다. 이에 파리스는 아프로디테에게 사과를 건네줌으로써 아프로디테를 가장 아름다운 여인으로 생각한다. 이 '새로운 파리스'는 이러한 그리스신화에서 소재를 따오고 여기에 괴테의 상상력을 덧붙여 쓴 작품이다.

*멜루지네는 프랑스에서 건너와 독일의 민중들에게 널리 퍼진 민화의 여주인공 이름이다. 본래 멜루지네는 물의 요정인데 인간의 모습을 하고, 인간과 사랑에 빠져 그의 아내가 되는데 어느 날 목욕을 하다가 남편에게 물의 요정으로 되돌아가는 모습을 남편에게 들켜 인간세계를 떠나게 된다는 내용이라 한다. 이러한 내용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흩어져 있는 여러 민담의 내용과 유사하다 할 수 있다. 따라서 '새로운 멜루지네'는 이런 민담에서 힌트를 얻어 쓴 동화이다.

괴테의 예술동화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임용호 옮김, 종문화사(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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