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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그러나 정보의 홍수라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결과만을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창구가 늘어나고 매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오히려 대중이 원하는 정보의 질적인 측면에서는 예전만 못한 현상이 증가하고 있는 것. 매체 간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한 속보 경쟁의 과열화가 그 원인이다.

오늘날 대중들이 정보를 얻는 가장 보편적인 창구는 포털 사이트의 뉴스란이다. 활자매체의 위상이 약화되면서 그날의 각종 뉴스를 인터넷을 통해서만 접하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대중들이 접하게 되는 연예 뉴스의 8할 이상은 대부분 별다른 내용이 없는 연예인의 신변잡기나 사소한 멘트로 채워진 것들이다.

오늘날 포털 사이트의 연예뉴스 게시판은 냉정하게 표현하면, 그야말로 '싸구려' 뉴스의 천국이다. 하루면 사라질 일회용 기사들이 난무하고, 연예가 현상에 대한 비판적이고 심층적인 기사보다는 '스타'의 일거수일투족에 초점을 맞춰서 일비일희하게 만드는 선정적인 내용들이 주류를 이룬다.

원인은 대중의 시선을 잡아끌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속보 경쟁을 펼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한계에 있다. 한발 앞선 정보, 자극적인 이슈에만 치우쳐서 일단 어떻게든 '뉴스거리'를 만들어야한다는 강박관념이 미처 확인되지 않은 내용들마저도 연예 포털을 통하여 확대 재생산시키거나, 논란을 일으키게 만든다.

그래서 이런 기사들을 빗대어 생겨난 인터넷 신종 용어가 바로 '낚시 글'이다. 글의 본 내용과는 상관없는 생뚱맞은 제목이나 자극적인 타이틀로 일단 네티즌의 시선을 현혹시켜 조회수를 올리려는 얄팍한 수법을 비꼬는 말이다.

대개 이런 연예 기사들일수록 악성 댓글의 온상이 된다. 연예인들이 그날 어떤 언행을 보여줬고, 어떤 패션을 하고 있는지 따위 같은 사소한 내용이 올라올 때마다 '이런 게 기사냐' 하는 네티즌들의 악플이 이어진다. 그렇지만 역설적으로 비난도 관심이라고, 이런 악성 댓글이 많은 기사들이 오히려 당당히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포털 사이트의 한 가운데 당당히 자리 잡고 있는 게 우습지만 현실이다.

스타가 없거나 진지하고 무거운 내용, 혹은 심층 분석이나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는 기사에 대해서는 일단 네티즌들의 '클릭'(조회수)이 시원치 않다. '악플보다 더 무서운 것이 무플'(아무런 댓글도 달리지 않은 것)이라는 네티즌들의 농담은 곧 우리 연예 저널리즘의 한계를 상징하고 있는 표현이기도 하다.

연예뉴스의 구성요소 - 홍보와 자화자찬, 리포터들의 개인기?

ⓒ MBC/SBS
지상파나 케이블 TV의 연예 뉴스같은 영상매체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오히려 속보 경쟁에서 인터넷에 밀려난 지상파의 경우, 이미 '저널리즘'의 기능을 상실한 채, 스타 따라잡기에만 혈안이 된 '파파라치 방송'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차라리 포털은 미미하나마, 다양한 연예 기사를 통하여 최소한의 비판적 '피드백' 기능이 있는데 비하여, 지상파나 케이블 TV의 연예정보 프로그램에서는 뉴스거리의 중심이 되는 '스타'에 대한 비판이나 분석은 상상할 수도 없다.

오늘도 연예 뉴스 프로그램의 대부분은 자사 프로그램에 대한 홍보나 스타의 화보-CF 촬영, 공연 소식 같은 시시콜콜한 홍보와 칭찬에만 치우쳐 있다.

연예뉴스 자체가 하나의 버라이어티 예능 프로그램으로 전락하면서, 최근 연예정보 프로그램은 스타들과 패널로 출연하는 리포터들의 개인기 전시장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 전문적인 식견이나 발음상 문제도 교정되지 않은, 준비부족의 리포터들이 넘쳐나는 것도 연예 정보 프로그램의 질적 하락을 부채질한다.

연예뉴스가 유일하게 진지해질 경우는, 연예인들이 물의를 빚은 사건사고 사례나 부음 같은 소식을 전할 때뿐이라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현재 연예 저널리즘은 '가벼움의 미학'에 매몰되어 있는 상황이다. 연예가 현상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이나 기획을 다루기보다는, 사건사고를 잘 취재하거나 까다로운 스타 인터뷰를 잘 따오는 게 유능함의 기준이 된 데서야 국내 연예 저널리즘의 발전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결국 중요한 것은 연예뉴스가 지나친 속보경쟁에서 벗어나야한다는 점이다. 저널리즘이 단순히 연예기획사나 방송사를 위한 홍보대행의 나팔수에 그쳐서는 곤란하다. 때때로 연예가 현상에 대한 원인분석이나 냉철한 쓴 소리를 할 수도 있어야한다.

방송-연예가를 떠나서 최근 사회적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는 사안들(스크린쿼터, 연예기획사, 음반 산업의 불황) 등이 적지 않건만 정작 연예 저널리즘은 중요한 이슈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형식적인 사실 보도만 있을 뿐, 정작 대안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선정적인 스캔들과 홍보만 넘쳐나는 연예정보 프로그램은 이제 지겹다. 나날이 거대화하고 있는 연예산업의 건강한 균형과 견제를 위해서도 연예 언론의 비판적 기능이 살아나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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