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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철도공사서울지부 입구에 쓰여 있는 '꿈의 고속철도'라는 문구가 지난 3월 1일부터 파업을 하고 있는 KTX 여승무원들의 처지와는 상반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노민규 기자 nomk@iwomantimes.com
서울역 철도공사서울지부 입구에 쓰여 있는 '꿈의 고속철도'라는 문구가 지난 3월 1일부터 파업을 하고 있는 KTX 여승무원들의 처지와는 상반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노민규 기자 nomk@iwomantimes.com ⓒ 우먼타임스
[채혜원 기자] 지난 3월 1일부터 파업을 하고 있는 294명의 KTX 여승무원들이 오는 5월 15일 전원 해고 될 위기에 처해 있다. 이들을 대신할 인력 2백여명은 현재 'KTX 관광레저'에서 공개 모집하고 있다. 이들은 4월 14일까지 면접을 본 후 5월 1일부터 승무원 일을 시작한다. 그러나 이들의 미래 역시 불법파견, 외주위탁, 임금총액제 등으로 불투명할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2004년 2월부터 한국철도유통(구 홍익회)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해 온 여승무원들이 전원 해고되는 것은 한국철도공사와 한국철도유통 간의 KTX 내 서비스업무위탁 계약이 5월 15일 만료되는 데 따른 것이다. 철도공사는 KTX 승무사업의 새로운 위탁사로 'KTX 관광레저'를 선정하고 4월 15일 계약을 앞두고 있다.

2004년 승무원 채용 당시 "일단 계약직 사원으로 모집하지만 1년 뒤에는 직급체계, 급여제도 등을 전부 조정해 향후 정규직으로 전환된다"고 설명했던 한국철도유통. 그러나 이들은 2005년 12월 KTX 승무원들의 집단행동을 이유로 KTX 승무사업에 대한 계약해지를 요청했고, 철도공사는 이를 받아들였다. 이 같은 외주위탁 계약해지에 따른 해고 위험은 여승무원들이 고용불안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 것이기도 하다.

현재 KTX 승무사업의 새 위탁사로 선정된 KTX 관광레저는 자사 소속 정규직 직원으로 승무원 채용을 진행하고 있지만, 공사와의 계약이 해지되면 또다시 승무원들은 거리로 내몰릴 위험이 있다.

민세원 KTX 열차승무지부 지부장은 "KTX 관광레저 소속 정규직으로 고용이 되어도 노조활동이 이어질 경우 계약해지를 통해 여승무원을 일괄 해고하는 일은 언제든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불법파견, 관광레저로 넘어가도 발생 우려= KTX 여승무원들이 한국철도공사의 직접 고용을 주장하고 있는 것은, 여승무원 업무가 불법파견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불법파견은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이하 파견법)에 따라 형식상으로는 업무위탁이지만 실제로는 노동자를 파견하거나(위장도급 형태), 허가를 받은 파견업체가 파견 허용업종 이외의 업무에 노동자를 파견하는 행위를 말한다.

한국철도공사는 한국철도유통과 지난 2004년 업무위탁 협약을 체결했다. 이것이 근로자 불법파견에 해당하지 않고 적법한 업무위탁이 되려면, 여승무원들의 근로현장에 이들의 업무수행을 지휘·감독하는 한국철도유통 직원이 상주해야 한다.

그러나 "KTX 여승무원들은 철도공사 소속 열차팀장이 아닌 한국철도유통 상주 직원의 지시와 감독을 받는다"는 철도공사의 주장과 달리, 철도공사 소속 열차팀장이 승무원들의 업무를 지휘·감독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철도공사가 2005년에 발행한 사규집 93쪽에 따르면 열차팀장의 담당 업무에 'KTX 여승무원 승객서비스 업무수행 확인 및 평가 시행'이라고 적혀 있고, 승무원 업무에도 '열차 내에서 여객전무 또는 차장을 보조해 여객취급 업무를 담당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2005년도에 철도공사 소속 서울고속철도열차승무사무소에서 발간한 'KTX 승무원 서비스 매뉴얼'에 따르면, 승무원의 규정·안전·운전 등 직무 교양 교육을 공사 소속 직원인 지도팀장이 맡고 있다.

또한 "이례 사항과 환자 발생시 적절한 조치 및 열차팀장에게 보고", "운임정산 및 부가금 관련 민원 발생시 열차팀장에게 보고 후 처리"라고 명시해 승무원 업무를 열차팀장이 지휘, 감독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게다가 여승무원들의 업무로 정리되어 있는 11개 항목 중 8개 업무의 확인자도 열차사무소 소장과 열차팀장으로 되어 있다.

이에 대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김도형 변호사는 "한국철도유통은 근로자 파견사업 허가를 받은 파견사업주도 아니며, 여객승무원 업무는 근로자 파견이 허용되는 업무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중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며 KTX 여승무원들을 한국철도공사에서 직접 고용할 것을 촉구했다.

▲2007년부터 승무원들이 열차 내 판매업무까지 = 한국철도유통이 가지고 있던 열차판매권이 2007년 KTX 관광레저로 넘어가는 것도 문제다. 열차 출발 전 사전점검을 실시하고 승객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용 장치 고장 시 응급조치 업무까지 담당해야 하는 승무원들에게 음료 등을 포함한 음식판매 업무까지 추가되는 것이다.

KTX 열차판매권은 2007년부터 KTX 관광레저로 넘어가며,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역시 단계적으로 열차판매권과 승무사업을 넘길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4백명에 이르는 열차 판매직원들의 정리해고도 예고되고 있다.

철도공사는 판매사업에서 현재 연간 50억~60억 적자가 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판매원과 승무원을 나누기 힘든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철도공사 여객사업본부 열차영업팀 양우섭 차장은 "현재 판매사원이 채워지지 않는 열차가 늘어나고 있어 승객들이 서비스를 받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전체적으로 서비스 질이 개선되려면 서비스 업무를 맡고 있는 승무원들이 판매직도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리해고 위험에 처해 있는 열차판매직원들로 인해 발생할 고용문제에 대해서는 대책을 모색 중이라고 덧붙였다.

▲임금총액제에 대한 우려 = 임금지급 체계가 변하는 것도 승무원들의 고용불안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한국철도유통이 승무사업을 맡고 있을 때는 공사 측에서 매월 승무원 1인당 248만5천원을 계산해 철도유통 측에 넘겼다. 그러면 철도유통이 일반관리비와 별도 실비를 측정한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를 승무원 임금으로 지급했다. 그러나 KTX 관광레저는 임금총액제를 실시, 공사가 1년 단위로 일정액을 관광레저에 지급하면 관광레저사가 알아서 임금을 지원하는 형식으로 바뀐다.

손지혜 KTX 열차승무지부 상황실장은 "예전에는 승무원 수대로 비용을 지급해 402명이라는 총 인원수를 지켜 열차에 탑승했다"며 "임금총액제로 바뀌면 KTX 관광레저 측에서 이익을 취하기 위해 승무원 수를 줄일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되면 승객들의 안전이 위험해진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KTX 관광레저 김용길 인사교육팀장은 "임금총액제를 실시하면 개인별 평가에 따른 인텐시브제를 적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직급별 급여테이블을 운영할 수 있다"며 "이에 따라 예전과 달리 경력, 신입사원 간 차등지급이 가능해져 형평성에도 어긋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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