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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먼타임스
[주진 기자] 첫 여성총리가 될 한명숙 총리지명자에겐 집권 후반기 참여정부의 '책임총리'로서 산재한 개혁 과제들을 소신 있게 밀고 나가야 하는 임무가 놓여 있다. 총리가 되면 한 지명자는 국정운영 능력과 자질을 평가받는 첫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4월 국회 처리를 앞두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와 5.31 지방선거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나라당은 총리로서 5.31 지방선거를 공정하게 관리감독 해야 할 한 지명자가 여당 당적을 보유하고 있는 점을 들어 청문회 개최 전제조건으로 당적 포기를 요구해왔다.

이에 대해 한 지명자는 "지금까지 살아온 원칙과 자세에 부끄럽지 않게 깨끗한 선거가 될 수 있도록 엄중하게 관리하겠다"고 약속하며, 정쟁보다는 실질적인 업무 추진 능력에 대해 검증해줄 것을 요구했다.

사회양극화 해소, 저출산·고령화 문제, 한미 FTA 등 첨예한 갈등이 대립되고 있는 각종 사회 현안들도 새 총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지명자는 "여성의 리더십으로 따뜻하게 다가가고 국민들의 소리를 낮은 자세로 경청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참여정부의 최대 개혁과제인 사회양극화 해소 방안에 관해서는 "성장과 분배에 균형감을 가지고 성장동력 창출을 경제회복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 지명자는 두 차례의 장관직 수행을 통해 국정장악 능력을 검증받았다고 자신하고 있지만, 임기가 2년여밖에 남지 않은 참여정부에서 새로운 개혁 과제들을 소신 있게 펼쳐나갈 수 있을지 그의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의 강점으로 손꼽히는 부드럽고 포용력 있는 리더십이 당과 국회의 원활한 소통을 이끌어내는 데 효과적일 수는 있지만, 굵직굵직한 쟁점 현안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데는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 지명자는 "남성중심적인 군림형, 수직적 리더십보다는 자발성을 유도해내고 수평적 여성리더십을 발휘해 구성원 각자가 자기 색깔을 잘 드러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지원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여성총리로서 국정 장악력 한계를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 "오히려 여성리더십으로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고 밝혔다.

첫 여성총리가 "새로운 정치문화를 바꿀 대한민국의 아이콘이 될 것"이라는 각계각층의 기대감도 높다.

지난 4월 11일, 강원룡 목사, 함세웅 신부, 지은희 덕성여대 총장 등 사회원로 15명은 성명서를 통해 "최초 여성총리 탄생은 남성 중심의 낡고 부패한 정치를 바꾸는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들은 "남성 중심의 정치관행과 문화를 개혁하여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상생과 대화의 정치, 부패 없는 희망의 정치를 만들어가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여성계에선 여성의 지위 향상과 과소대표성을 해소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여성단체들은 "여성의 낮은 정치적 대표성을 높이고 오랫동안 고정화된 성역할을 변화시킴으로써 국민 생활에 일대 변화를 가져오는 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청문회 쟁점놓고 여·야간 줄다리기 본격화

여·야가 한명숙 총리 지명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4월17일~18일 이틀간 열기로 합의함에 따라 청문회 쟁점을 놓고 여야 간 줄다리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조짐이다.

인사청문회 주요 쟁점은 한나라당의 당적 정리 요구와 한 지명자의 사상검증 문제. 당초 한 지명자의 당적 정리를 강경하게 요구해오던 한나라당이 청문회를 수용한 것은 최초 여성총리 탄생을 가로막았다는 여론의 역풍과 여성표 이탈을 의식한 까닭이다.

현재 한나라당은 한 지명자와 남편 박성준 성공회대 교수의 사상검증을 철저히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한 지명자의 공격수로는 이한구, 김정훈, 김재원, 박형준, 주호영, 진수희 의원을 배치했다.

진수희 의원은 "사상검증을 색깔론으로 몰아가려는 언론의 행태에 불만이 많다"며 "국회의원이 아니라 한 나라의 총리를 검증하는 만큼 당연히 대북관, 국가관은 검증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포문을 열었다. 진 의원은 여성으로서 최초 여성총리 탄생을 반기는 입장이지만 "여성장관 기용엔 인색한 참여정부가 여성총리 띄우기로 마치 여성을 중용해온 듯 총리 지명자를 이용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지도부 내에서도 사상검증에 대한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이재오 원내대표와 강재섭 의원은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특정인에 대한 색깔공세·사상공세를 얘기할 수 있겠냐, 그런 것 해서 누가 덕을 보겠냐"면서 국민이 납득하지 않는 이념공세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의 사상검증 방침에 "냉전시대 색깔론을 부추기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역공을 펴나갈 태세다.

열린우리당은 유재건, 송영길, 이목희, 박영선, 유승희, 최재천 의원을 방패로 내세웠다. 정동영 의장은 "인사청문회는 사상검증 같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아니라 총리 능력을 검증하는 수준 높은 청문회가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총리인준안이 표결될 4월19일은 최초로 민주주의 깃발이 한반도에 꽂힌 혁명의 날이자 최초 여성총리가 태어나는 날"이라고 피력했다.

김한길 원내 대표는 "세계적으로 볼 때도 인권운동, 민주화투쟁을 하면서 여성성을 잃지 않고, 남편이나 아버지의 후광 없이 자신의 힘으로 이 자리까지 온 여성지도자는 한 지명자뿐"이라며 박근혜 대표를 겨냥했다.

민주노동당은 청문회 위원으로 단병호 의원을 앞세워 총리인사청문회팀을 꾸리는 등 새만금 정책, 이라크 파병, 조세개혁, 사회양극화 문제 등을 놓고 개혁총리로서 자질을 검증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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