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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명공원에서 바라본 군산과 맞은편 서천이 보인다.
월명공원에서 바라본 군산과 맞은편 서천이 보인다. ⓒ 유병관
오늘 아침 날씨는 무척 추웠다. 미리 일기예보를 보고 오기는 했으나 바다와 인접해서인지 바람이 장난이 아니었다. 손이 시려 바지 주머니에 자주 손을 넣었다. 장갑을 준비하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 하고 월명공원에 올라 푸른 바다를 보니 마음이 한결 시원하다. 약간의 설렘도 느껴진다. 저 멀리 푸른 하늘과 갈매기들 그리고 서천이 보인다.

촬영대회 행사 소개와 모델 그리고 동호회 회원
촬영대회 행사 소개와 모델 그리고 동호회 회원 ⓒ 유병관
'사진을 찍을 때 사실상 내가 하는 일은 사물에 대한 해답을 찾는 작업'이라고 말한 윈 벌록(Wynn Bullock)처럼 나도 모델과 주변 풍경을 보며 무엇인가 해답을 찾고자 한다. 오늘은 인물촬영이 주목적이 될 것 같다. 이전에는 사진에 많은 것을 담으려 했지만 점차 사진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사진은 빼기다'는 이론이 실감난다. '한 가지 주제를 살리려면 2개 내지 3개의 부제가 조화를 이루어야만 주제가 빛난다!'는 것도 점차 알게 되었다. 주제를 효과적으로 살릴 수 있는 구도, 빛에 대한 각도(역광, 사광, 순광)를 생각해야 하고 노출보정(+/-) 등 여러 가지를 미리 생각하고 고민해야 한다.

사진촬영을 위해 저마다 자리를 잡고
사진촬영을 위해 저마다 자리를 잡고 ⓒ 유병관
무거운 카메라 가방(2kg)과 삼각대(3Kg)를 들고 다니면서 나는 사진을 왜 촬영하는가, 라는 물음을 내 자신으로부터 간혹 듣는다. '도대체 왜 내가 이 길을 가고 있는 것인지' '사물과 풍경을 볼 때면 어떤 느낌으로 보는지…' '인위적으로 느끼려 하는지…'.

사진을 시작한지 3년째다. 처음엔 200만 화소 콤팩트 카메라로 시작했다. 이 카메라를 살 때 선택기준은 수동모드(Manual)가 가능한지 여부였다. 내 마음대로 조리개와 셔터스피드를 조절해 가면서 내 느낌을 살리고 싶었던 것이다. 지금은 작년 5월에 마련한 610만 화소 DSLR(Digital Single Lens Reflex) 카메라와 얼마 전 3개월을 기다려 애타게 기다렸던 18-200mm VR(Vibration Reduction, 흔들림 보정 렌즈)을 내 손에 넣었다. 이 렌즈는 여행용으로는 최적이 아닌가 싶다. 손 떨림 보정효과가 있어 웬만한 상황에서는 삼각대가 없어도 흔들림 없는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추운 날씨에도 연신 미소 짓는 모델…안쓰러워

파란 하늘과 벚꽃 그리고 모델
파란 하늘과 벚꽃 그리고 모델 ⓒ 유병관
사진을 촬영하면서 마음 한 구석에는 안쓰러운 생각이 자리를 잡는다. 이 모델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미소를 짓는다. 반사판에 비친 빛 때문에 눈이 아픈지 간혹 눈물도 흘리고, 잠깐 휴식시간 동안엔 화장을 고치느라 바쁘다. 찬바람과 싸우며 오랜 시간 촬영에 협조해 준 모델에게 참 고맙다.

유채꽃 향기속의 여인의 미소
유채꽃 향기속의 여인의 미소 ⓒ 유병관
다음 장소는 유채꽃 밭이다. 누운 사람, 앉은 사람 그리고 뒤에서 선 사람 등 사진사들은 각자가 느끼는 장면을 담기 위해 분주하다. 나도 유채꽃 향기에 미소를 짓고 있는 모델을 담으려 셔터를 눌러댔다.

추운 날씨에도 웃음은 계속되고
추운 날씨에도 웃음은 계속되고 ⓒ 유병관
노란색 유채와 모델의 화사한 옷 그리고 웃음에서 따뜻함과 봄이 느껴진다. 바람이 세게 불고 날씨가 추워서인지 지금은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유채꽃 향기에 꿀벌도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유채꽃 향기에 꿀벌도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 유병관
모델 사진촬영이 끝나고 잠시 쉬는 동안 반가운 손님이 눈에 띄었다. 어디서 왔는지 꿀벌 한 마리가 유채꽃에 앉으려고 한다. 이를 놓치기 아쉬워 다시 뷰파인더에 눈을 대고 셔터를 눌러대기 시작했다. 봄은 내 마음속에 이미 와있었고 또한 꿀벌에게도 새봄은 찾아왔다.

사진촬영을 마치고 올라오고 있는 회원
사진촬영을 마치고 올라오고 있는 회원 ⓒ 유병관

형형색색의 색감에 매료되어
형형색색의 색감에 매료되어 ⓒ 유병관
내려오는 길에 잠시 발길을 멈추게 하는 것이 있었다. 월명산 흥천사 경내에서 연등 달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화려한 온갖 색깔들이 다시 셔터를 누르게 만들었다. 이렇게 많은 연등의 색깔처럼 우리들 모습과 생각이 다를지라도 조금만 더 사랑을 실천하고 자비를 베풀기를 기원한다.

벚꽃이 만발한 월명공원
벚꽃이 만발한 월명공원 ⓒ 유병관
정상으로 가는 계단을 지나자 흐드러지게 벚꽃이 피어 있고 상춘객들이 몰려와 봄을 만끽하고 있었다. 오늘은 제22회 진포(군산) 벚꽃사진촬영대회가 개최되어 전국에서 2~300명의 사진동호인들이 모여 모델과 봄꽃을 주제로 불꽃 튀는 경쟁을 벌였다. 이 곳을 뒤로 하고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카메라가 시인의 머리와 눈이 되게 하지 않는 한 좋은 사진은 안나온다"는 오손 웰스( Orson Welles)의 말처럼 사진 한 장을 위해, 아니 그 카메라가 되기 위해 나의 셔터소리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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