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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에 자리잡고 앉아 예쁘게 웃고 있는 배우 장영남
잔디에 자리잡고 앉아 예쁘게 웃고 있는 배우 장영남 ⓒ 조우진
푸른 잔디가 깔린 무대에서 그와 나란히 앉으니 마치 가까운 공원에 나들이라도 나온 것 같아 왠지 기분이 좋다. 낯을 무척 가리고 일반인들보다도 훨씬 숫기가 없어 보이는 그에게 궁금했던 점을 물어봤다.

- 이번 작품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를 해주신다면
"피 한 방울 섞이지 않는 가족 사이의 사랑과 추억을 서정적으로 담담하게 그려낸 작품이에요."

- 슬픈 연기에 몰입해 있다보면 실제 생활도 가라앉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런 면이 없진 않아요. 하지만 슬픔에 처해 있는 사람이라고 24시간 내내 슬퍼하진 않잖아요. 저는 그것보다 이 작품을 하면서 제 어머니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된 게 참 좋습니다."

- 연기는 언제부터 하게 됐는지, 그리고 데뷔 작품은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서울예대 연극과를 다녔고 졸업하면서부터 줄곧 연기생활만 해왔어요. 데뷔작품은 <장보고>란 뮤지컬이었는데, 일본에서 열린 '아시아청소년 연극페스티벌'에 출품된 작품이었지요.

- 2001년 <봄날은 간다> 초연 당시 이 작품은 <동아연극상> 남자연기상과 작품상 등을 수상했었습니다. 이처럼 호평을 받았던 작품에서 주연을 맡아 연기하는 데 따른 부담은 없었나요
"글쎄요. 어느 작품을 하던지 항상 잘해야겠다는 책임감과 거기에 따른 약간의 부담을 느끼는 건 사실이지요. 예전의 수상경력 때문에 특별히 더 부담을 가지지는 않습니다."

인터뷰 내내 다양한 제스처를 써가며 대답을 하는 그의 모습
인터뷰 내내 다양한 제스처를 써가며 대답을 하는 그의 모습 ⓒ 조우진
- 2005년 최고의 차세대 여배우와 가장 연극을 같이 하고픈 여자배우 1위에 당당히 선정되셨습니다. 쑥스럽지만, 본인이 생각하기에 그런 평가를 받은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참 영광스러웠던 일인데요. <동아일보>에서 제작자와 연출가, 평론가 등에게 의뢰를 해서 설문조사를 한 내용인데, 특히 같이 연극하고픈 여자배우에 뽑혔다는 사실이 참 기분 좋습니다. 난처한 질문인데, 저는 연극을 하려면 먼저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까칠하게 굴지 않고 후배들에게도 따뜻하게 대해준다고 할까…"

- 영화에도 간간이 모습을 드러내고 계시는데, 연극과 영화가 가진 나름의 매력은 각각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연극은 제가 좋아한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라고 봅니다. 영화는 그렇게 많이 해 보지를 않아서 아직까지 특별하게 매력까지는 모르겠네요. 다만 차이점을 말한다면 연극은 커다란 공간 안에서 많은 눈들이 저를 쳐다보고 있는 반면, 영화는 카메라가 렌즈를 통해 뚫어져라 배우를 디테일하게 들여다 본다는 점을 들 수 있겠죠. 물론 전체적인 측면에선 연극도 매우 디테일하지만요."

ⓒ 조우진
- 네티즌들은 영화 <박수칠 때 떠나라>에서의 여검사 역이 가장 인상깊었다고 평가하는데, 장영남씨 본인은 이제까지 출연한 작품들 중 제일 잊을 수 없는 것이 무엇인가요
"<분장실>이라는 작품과 <로미오와 줄리엣>을 들 수 있겠네요. <분장실>은 그 배역이 독특해서 기억에 남고요. <로미오와 줄리엣>은 극단 목화에서의 첫 작품이었는데 운좋게 줄리엣 역을 맡았었어요. 그런데 중간에 연기가 잘 안돼서 그만두게 됐고, 6년 후 다시 줄리엣 역할을 맡아 무대에 섰었거든요."

- 이번 작품에 함께 출연하는 이용이, 박상종씨에 대해 얘기해 주신다면
"이용이 선생님은 전에 <웰컴투 동말골>이란 작품에서 공연한 적이 있어요. 보시는 것처럼 강단이 있으시고 아닌 건 아니라고 딱 잘라 말씀하시죠. 물론 상대방이 기분나쁠 정도는 아니구요. 박상종 선배님은 섬세하시고 책을 참 많이 읽으세요. 그래서 문학적인 면을 자주 발견할 수 있구요, 한편 새침한 성격도 가끔 보이죠."

- 극중 배역도 그렇고 잠시 인터뷰를 하면서 제가 느낀 것도 마찬가지인데, 장영남씨의 실제 성격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평소에도 조용한 편이에요. 친해지면 조금 다르긴 하지만 쑥스러움이 많은 성격이죠."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그 자신의 말대로 약간은 중성적인 매력도 엿볼 수 있었다.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그 자신의 말대로 약간은 중성적인 매력도 엿볼 수 있었다. ⓒ 조우진
- 그렇다면 활달한 배역을 연기할 때는 장애 요인이 되지 않을까요
"그건 절대 아니에요. 오히려 저는 제 성격과 정반대의 배역을 연기할 때 더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그러면서 '아… 나한테도 이런 면이 있었구나' 하며 놀라곤 하죠."

- 역시 천상 배우시네요
"(쑥스러워하며) 그건 아니구요."

- 외모… 예쁘시긴 한데 보통 여배우들하고는 뭔가 다른 느낌이랄까. 그래서 그런지 화보를 찍으면 여러 색깔이 나올 듯해서 참 좋겠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자신의 외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 스스로도 그렇고 주위에서도 그런 얘기 자주 듣는데요. 남자 얼굴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중성적인 느낌같은 거 말이죠."

- <봄날은 간다>는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작품이잖아요. 5녀 중 막내딸인 장영남씨가 생각하는 가족의 의미도 평범하지는 않을 듯한데요
"글쎄요. 가족에 대해 그렇게 많이 생각하고 살지는 못했었는데, 지난 설날에 가족들이 다 모였을 때였어요. 조카들 때문에 한바탕 웃음바다가 됐었죠. 그때 많이 생각을 했었어요. '내 삶의 원천이자 생명력은 가족이다'라고 말이죠."

- 학창 시절 장영남씨는 어떤 학생이었는지
"그때도 무척이나 조용한 학생이었어요. 발표를 하고는 싶은데 떨려서 마음 속에서만 조마조마하곤 했죠. 성격 자체는 별로 안 바뀌더라구요. 그래서 동창생들에게 연극한다고 하면 무척 놀라며 잘 믿지를 않아요."

- 가장 존경하는 선배연극인을 남여 각 1분씩 꼽는다면
"남자 분 중에선 박지일 선배님이랑 장민호 선배님이 생각나네요. 저는 연출자 중에서 한태수 선생님과 오태석 선생님을 무척 존경하고 있습니다."

창백한 듯 보이는 얼굴에서 여린 분위기를 풍기지만 나름 야무지게 설명을 하고있는 배우 장영남의 다양한 표정을 잡아봤다.
창백한 듯 보이는 얼굴에서 여린 분위기를 풍기지만 나름 야무지게 설명을 하고있는 배우 장영남의 다양한 표정을 잡아봤다. ⓒ 조우진
- 앞으로 연극 말고 꼭 해보고 싶은 일이 혹시 있나요
"그렇게 즐기면서 살아오지 못해서 앞으로는 제 취미도 좀 가지면서 살고 싶어요. 그게 여행이 됐든 수영을 배우는 일이 됐든 말이죠."

- 어제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이 있었잖아요. 그렇게 화려한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모습을 보면 특히 여배우의 입장에서 부럽다는 생각이 들 법도 한데요
"당연히 부럽고 참 좋겠다라는 생각은 하죠. 하지만 제가 20대는 아니잖아요. 현실적으로 제 상황이 어떻다는 것도 알고요. 내실을 기하면서 꾸준히 연기해 나간다면 언제가 저에게도 좋은 날이 오겠죠."

- 장영남 혹은 봄날은 간다를 가지고 3행시나 5행시를 지어 주세요
"어? 저 그런 거 정말 못해요."

당황해하는 그에게 잠시 사진 몇 장 찍을 동안 생각할 시간을 주겠다고 했더니, 촬영하는 사이사이 '그거 정말 안 하면 안되나요?'라며 난처한 표정을 짓는다. 안 하셔도 된다는 대답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편안해지는 배우 장영남. 요즘 노래방에 가면 다들 가수 뺨치는 실력들을 뽐내는지라, 오히려 약간 음치인거나 박치인 사람들이 더 재미있고 신선하게 느껴지는 것과 비슷한 맥락일까.

눈이 부시도록 해맑은 웃음의 소유자 장영남. 그의 최대 매력은 바로 이 웃음이 아닌가 싶다.
눈이 부시도록 해맑은 웃음의 소유자 장영남. 그의 최대 매력은 바로 이 웃음이 아닌가 싶다. ⓒ 조우진
'아까 무대에서 열정적으로 연기하던 배우가 정말 이 사람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터뷰 내내 자분자분 조용히 대답하는 그. 사인 한 장 해달라는 부탁에도 못내 부끄러워하는 그를 보며 살포시 웃음이 지어진다.

찬찬히 뜯어보면 '혹시 아픈 사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여려보이면서 한편으론 야무지게 느껴지는 배우 장영남. 자신은 지금 '해나가는 과정에 서 있을 뿐'이라며 겸손함을 보이는 그에게서 '최고의 차세대 배우'로서의 저력을 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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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하고 대자연을 누리며 행복하고 기쁘게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서울에서 평생 살다 제주에서 1년 반,포항에서 3년 반 동안 자연과 더불어 지내며 대자연 속에서 깊은 치유의 경험을 했습니다. 인생 후반부에 소명으로 받은 '상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더 행복한 가정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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