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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사 동백나무 숲나무에서, 땅에서, 두 번 피는 동백꽃
백련사 동백나무 숲나무에서, 땅에서, 두 번 피는 동백꽃 ⓒ 서재후
지난밤 이 땅의 끝을 향해 밤새 달렸습니다. 피곤함보다는 설렘이 먼저입니다. 전에도 여러 번 왔던 곳이라 새로운 느낌도, 설렘도 없을 법한데 말이지요. 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풀 내음과 바다의 짠 내음, 이곳의 모든 것들이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늦은 밤 낯선 숙소에 도착하여 잠을 청합니다.

백련사 동백나무에 덩쿨이 힘차게 오르고 있습니다.
백련사 동백나무에 덩쿨이 힘차게 오르고 있습니다. ⓒ 서재후
다음날 아침 하늘엔 잔뜩 먹구름이 끼어 있습니다. 다행히 비는 지난밤에 모두 내린 듯합니다. 걱정스런 마음으로 숙소를 빠져나와 미황사로 길을 잡습니다. 해남을 지나 미황사로 향하는 길에는 비록 짧은 생이었지만 평생 저항시인으로 살았던 김남주 시인의 생가 터와 대흥사 등이 있습니다. 시간이 없어 비록 차창 밖 이정표로만 확인해야 했지만 짧은 시간 그의 시와 그의 마음을 생각해 봅니다.

미황사 부도밭 위로 는개비가 가득합니다.
미황사 부도밭 위로 는개비가 가득합니다. ⓒ 서재후
미황사에 도착하여 예정대로 부도 밭을 찾아 산책길로 오릅니다. 타박타박 오솔길을 걷는 내내 흐드러지게 핀 빨간 동백과 는개비가 흩뿌리며 눈앞에서 나타났다 사라지고, 바람에 나뭇잎 부딪치는 소리가 눈과 귀를 즐겁게 합니다.

한참을 올라 경건한 마음으로 합장을 하고 올라선 부도 밭. 어림잡아 20기가 넘는 듯합니다. 많은 선승들이 이곳에서 도량을 쌓았다는 뜻이겠지요. 도깨비문양, 문 문양 등 다른 부도 밭에서 볼 수 없는 특이한 문양들이 있습니다. 그 문양을 관찰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미황사 대웅전의 아름다운 창살 무늬 입니다.
미황사 대웅전의 아름다운 창살 무늬 입니다. ⓒ 서재후
달마산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미황사는 신라 경덕왕 8년에 창건된 고찰입니다. 미황사의 대웅보전은 단청을 하지 않아 나무의 결과 감촉이 손끝을 따라 온몸에 그대로 전해집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보고 느끼면 그만입니다. 미황사 답사가 끝날 즈음 어느덧 날은 개고 군데군데 구름 사이로 파란하늘이 보입니다.

단청을 하지 않아 나무의 질감이 손끝에 그대로 전해집니다.
단청을 하지 않아 나무의 질감이 손끝에 그대로 전해집니다. ⓒ 서재후
나무에서 한 번, 땅에서 한 번, 두 번 꽃을 피운다는 동백꽃은 만덕산 오솔길을 지나 백련사 동백 숲으로 향하는 길을 붉은 선홍빛으로 물들였습니다. 다산 초당에서 출발하여 백련사로 가는 길은 다산이 혜장선사와 만나기 위해 다니던 오솔길입니다.

백련사는 문성왕 때 창건한 절로 주변이 동백 숲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동백 숲은 현재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습니다. 입구에 왼쪽에는 동백 숲 사이사이로 드문드문 서 있는 부도들이 마치 정원의 조경처럼 숲과 조화롭습니다. 울창한 동백나무 사이로 비추는 봄 햇살을 받으며 천년을 사유하며 서 있는 부도들이 마치 살아 있는 듯합니다.

땅에도 동백꽃이 가득 피었습니다.
땅에도 동백꽃이 가득 피었습니다. ⓒ 서재후
조작 없는 처음의 진리 '무위사'

선홍빛 동백꽃으로 물들인 길을 까치발로 조심스레 빠져나와 무위사로 향했습니다. 무위사는 남도 답사에서 빠지지 않는 사찰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남도에 여러 번 답사를 왔지만 이곳은 처음입니다. 말로만 들었던 터라, 기대가 컸습니다.

무위사 극락보전과 삼층석탑의 전경입니다.
무위사 극락보전과 삼층석탑의 전경입니다. ⓒ 서재후
무위사 해탈문에 들어서면 자연스레 계단으로 조금씩 높아진 극락보전이 있습니다. 국보 제13호인 극락보전은 무위사 입구에서 맨 처음 대하는 해탈문을 지나면 정면으로 보이는 곳에 있습니다.

조선 초기인 1430년(세종 12)에 건립된 건물로 정면 3칸, 측면 3칸에 주심포(柱心包) 맞배집입니다. 건물의 전면에는 3칸 모두가 빗살무늬 창을 달았으며 측면에는 정자(井字)살 무늬창이 달려 있습니다. 건물의 내부에는 기둥이 없어 시각적으로 넓게 보입니다.

무위사의 풍경 뒤로 따뜻한 봄 햇살을 받으며 흔들리며 소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무위사의 풍경 뒤로 따뜻한 봄 햇살을 받으며 흔들리며 소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 서재후
특히 불단 후면의 수월관음도·아미타극락회도 등의 탱화는 회화사적으로 높이 평가되는 작품으로 국보급에 속하는 유물로 평가받고 있어, 촬영절대 금지 푯말이 아쉽기만 합니다.

극락보전의 좌측으로는 삼층석탑과 선각대사 편광탑비가 있습니다. 보물로 지정된 편광탑비는 고려시대 때 건립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탑비의 아래 귀부는 거북의 몸에 여의주를 문 용머리로서 섬세하게 양각으로 뚜렷하게 조각돼 있습니다. 무위사는 이름의 뜻에 맞게 단출합니다. 인위나 조작이 없이 처음의 진리를 깨달으라고 말입니다.

부도를 타고 오르는 작은덩쿨의 모습이 안쓰럽습니다.
부도를 타고 오르는 작은덩쿨의 모습이 안쓰럽습니다. ⓒ 서재후
어김없이 올해도 봄이 찾아왔습니다. 매년 느끼는 것이지만 봄이면 꽃놀이 여행으로 온 나라가 상춘객들로 들썩거리고 분주합니다. 저도 물론 한몫하고 있습니다만 한층 업그레이드된 여행이 아쉽습니다. 길가에 심어놓은 벚꽃 말고는 특별히 볼 것도 없는데 말이죠.

백련사 동백나무에 봄 햇살이 온몸을 나른 하게 만듭니다.
백련사 동백나무에 봄 햇살이 온몸을 나른 하게 만듭니다. ⓒ 서재후

덧붙이는 글 | 가는 길
  
경부고속도로를 타다가 회덕분기점에서 호남고속도로를 탄다. 광주로 나오는 톨게이트는 모두 세 개가 있다. 첫 번째가 비아톨게이트이며 이곳에서 통행료를 지불하고. 해남으로 가기 위해 첫 번째 비아톨게이트를 빠져나와 삼거리에서 나주, 목포방면으로 빠진다. 그 다음부터는 이정표만 보고 가도 충분할 정도로 도로표지판이 잘돼 있다.

제 블로그에 오시면 더 많은 허접 사진들을 볼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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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잊고 살았던 꿈을 조금이나마 실현해보기 위해서라면 어떨지요...지금은 프리렌서로 EAI,JAVA,웹프로그램,시스템관리자로서 일을 하고 있지만 어렸을때 하고싶었던일은 기자였습니다. 자신있게 구라를 풀수 있는 분야는 지금 몸담고 있는 IT분야이겠지요.^^;; 하지만 글은 잘 쓰지못합니다. 열심히 활동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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