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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권우성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외국계 투기자본의 불법적 거래에 대해서도 이석환 검사의 입장은 단호했다. 정책당국이나 검찰 등에서도 이제는 외국자본에 대해 제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IMF 당시 우리쪽에선 솔직히 부당한 거래나 요구를 받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면서 "이제는 그런 부담에서 벗어난 만큼, 외국자본의 부당한 부분에 대해선 제대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검사는 지난해 영국계 펀드인 헤르메스가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했을 당시 금융감독위원회에서 해당 사건 조사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기도 했다.

지난 2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부장검사로 자리를 옮긴 그는 현재 재건축과 재개발 비리 등에 대한 수사에 힘을 모으고 있다. 특히 지난해 강력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도 불구하고 강남의 경우는 오히려 상승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 부부장 검사는 "현재 강남지역의 대규모 아파트 재건축관련 비리에 대한 수사를 진행중"이라며 "취약한 내부 시스템과 재건축 공정 과정 단계마다 비리가 개입되면서 결국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검사로서의 어려움도 내비쳤다. 기업과 금융쪽 수사를 하다보면 아무래도 오해를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검찰 내외부적으로 기업이나 금융관련 수사를 이해시키는 과정이 필요하고, 경제검사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 부부장검사와 나눈 질문과 답변 정리.

"헤르메스 주가조작 기소는 적절한 조치"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이 부부장은 노무현 대통령 취임 직후에 가졌던 '검사와의 대화'에서 형사 9부 시절 여당 중진 의원(나중에 이상수의원으로 밝혀졌지만)으로부터 압력성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정말 압력성 전화였나.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냐는 답변을 하고 싶지 않다. 토론회에서 얘기했던 취지는 뭘 폭로한다는 게 아니고, 그 자리가 '우리 검사가 일하는 데 있어서 이런 저런 애로와 어려움이 있습니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었다. 대통령을 포함한 국민들이 다 보고있는 자리였기 때문에 그것을 설명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국민들은 그냥 '우리도 그냥 열심히 해보려고 했는데 어렵습니다'라고 말하면 국민들은 안 믿는다. 그래서 예를 든 것뿐이다. 저희 입장에선 오히려 옥죄는 것 보다는 외부로부터의 압력을 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 올초 검찰에서 기소한 헤르메스 주가조작 사건은 그동안 치외법권적 지위를 누리며 한국 시장을 무차별적으로 공략해 이익금을 회수해갔던 외국계 투기 자본에 일침을 가한 것이었다. 대검 중수부에서 론스타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경제 관련 수사에서 해외 투기 자본에 대한 수사를 강화할 필요가 있지 않나. 이는 국민감정과도 맞물려 있는데.
"헤르메스 주가조작 사건은 제가 금감위에 파견나갔을 때 조사를 시켜서 검찰에 보낸 사건이었다. 아주 적절한 시점이고, 또 아주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금감위에서 그 부분에 대해 관여를 하기도 했다.

외국 투기 자본이 예전에는 쉽게 한국에서 소득을 얻고 나갔었다. 또 그 부분에 대한 우리의 제도적 견제가 미흡하다 보니까 그 사람들도 약간의 탈법을 하는 것에 대해 어렵지 않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금감위고 검찰이고 적절한 시점에서 적절하게 기소함으로써 해당 외국계 펀드 뿐만 아니라 다른 펀드에게도 적법한 방법으로 돈을 벌수 있게끔 하도록 하는 계기가 됐다."

- 그동안 헤르메스처럼 투자하는 과정에서 형사처벌 된 경우가 있었나?
"제가 알기로는 없었다. 그정도 규모의 펀드들이 외국에 가서 제재를 받을 정도의 행동을 했다는 것은 존재하기 힘드니까."

- 론스타 것은 어떻게 보나.
"그것도 진행중인 것이라. 하하하. 저도 언론을 통해서만 보고 있다."

- 작년에 국세청과 금감위에서 론스타에 대해 세금도 매기고, 불법유출에 대한 검찰 고발도 있었다. 하지만 뒤늦은 감이 없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는데, 우리 내부의 역량이 부족했던 것인가, 아니면 의지가 없었나.
"정책 책임자가 해야 할 얘기인데 부담이 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외국 자본한테 우리가 아쉬운 입장이었다. 그때는 솔직히 우리가 손을 델 수가 없었다, 손을 데고 싶어도. 그렇지 않나. IMF로부터 우리가 수혈을 받아야 할 입장이었기 때문에. 솔직히 부당한 거래 요구, 약정을 요구해도 들어줘야 할 입장이었다. 또 IMF나 월드뱅크에서 돈 빌려주면서 여러가지 부당한 조건을 많이 걸었는데, 우리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제 좀 자리를 잡았고, 우리가 부담으로서 해방된 시점이 됐다. 우리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점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냉정하게 보긴 봐야 한다. 우리가 아쉬워가지고 들어오게 해서 돈 벌어가는 것을 가지고 너무 과도하게 문제 삼아서도 안되고, 냉정함과 합리적인 판단이 필요한데, 우리는 결과만 보고 몰아가는 경향이 있다. 언론에서 적절하게 균형감을 유지해달라."

"아파트 재건축의 모든 과정에 비리와 리베이트가 있다"

- 특수1부에 있으면 주로 재건축이나 재개발 비리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게 되는데. 재건축 비리 등은 과거부터 건축 비리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근절되지 못하는 이유가 뭔가.
"시스템이 너무 약하다. 제가 최근에 했던 사건이 있는데, 모 재건축인데, 공사비가 1조5000억원짜리다. 그렇다면 1조5000억원의 공사비를 가지고 있는 재건축조합에 그에 맞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느냐? 전혀 아니다. 하물며 10억, 20억원짜리 회계를 하는 기업도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데…."

- 최근 정부의 부동산대책에도 불구하고 별 효과를 못보고 있는 원인 가운데 하나가 강남 재건축 등인데, 어떤 문제가 있는가.
"그동안 끊임없이 수사를 많이 했다. 그러나 재개발, 재건축 비리 자체가 수사로서 완전히 해결될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정부 정책과 제도에 의해서 해결되어야 할 부분이 있고, 우리가 다 잡을 수도 없다. 그런 대전제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재개발·재건축 사건을 들여다보면, 최초에 설계하고, 컨설팅 담당 정비업체, 감정평가, 시공사 선정 작업이 이뤄진다. 이어서 철거하고, 시공하고, 마지막 감리하고, 재건축 재산 정리하는데, 그 모든 과정에 비리와 리베이트가 꼭 끼어 있다.

철거공사의 경우 평당 6만원, 많으면 7만원이면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런데 보통 계약할 때 12만원 이상으로 한다. 거의 두배 가까운 비용이 치러진다. 그것의 대부분은 시공사나 재건축 조합에 리베이트로 가고, 그 다음 철거업체가 챙긴다. 이런 비리들이 재건축 사업의 아파트 가격 상승을 초래하고 있다."

- 혹시 이쪽과 관련된 수사를 하고 있는 건이 있나.
"지금 강남쪽에 수사하고 있는 건이 있다. 아직 오픈 될 상황은 아니다. 조합장 한명을 비롯해 관련자 3명이 구속돼 있다. 규모가 제일 크다. 관련되는 책임자들에 대한 수사니까."

- 올 2월 인사에서 '재계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이인규 검사가 3차장 검사로 왔고, 이 검사도 특수1부로 복귀했다. 일부에선 검찰이 경제 사범에 대해 본격적으로 메스를 대는 것 아닌가라는 시각도 있는데.
"그렇게 볼 것은 아니다. 우리는 늘 인사가 있고, 인사에 따라 보직 이동이 있고, 그때 그때 적재적소에 인물을 배치하는 것이기 때문에 특별한 의지를 가지고 갑자기 인사를 잘 하지 않는다. 이인규 차장도 그 기수에 맞는 보직이고, 특수수사 잘 아시는 분이니까 3차장 오신 것이고, 저도 지청으로 부장으로 갔다가 서울로 다시 오기도 하고, 다시 지방으로 가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봐주면 된다."

- 혹시 기업 수사하면서 재계쪽 인사와 만난 적 없었나?
"개인적으로는 볼 일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런 얘기는 안한다."

- 경제검사 생활을 꽤 오래했고, 나름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검찰 조직내에서 경제검사로서 가장 힘든 점이나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어떤 사건을 두고 검찰 내외부에 이해시키는 과정이 어렵다. 경제나 기업분야를 수사하는 검사의 책임인 것 같다. 예를 들어 새롬 기술의 오상수씨를 수사했는데, 오씨의 죄목이 크게 두 가지였다. 그 중 앞의 하나가 적용을 많이 안하는 경우였는데, 증권거래법 위반이었다. 그 사람은 벤처의 신화아닌가. 신화가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계기가 다이얼패드라는 회사였다.

사람들은 당시 그 사업자체가 어마어마한 아이템이라고 했고, 그 기대에 힘입어 2000년도 2월에 3738억원인가를 증자하는 데 성공했다. 코스닥 회사가 3738억원을 증자했으니 이것은 어마어마한 것이다. 대기업에서도 못할 일이었다.

하지만 그 회사는 파산했다. 원인이 회사 분식과 투자자들에게 오 사장의 지분 구조 등을 속인 것이었다. 투자자들은 새롬기술이 분식도 없고, 다이얼패드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고 해서 투자를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그것을 수사 할 때 내부적으로나 외부에서는 '그게 뭐 대단한 일이냐'고 했다. 하지만 나는 중요하게 생각했다. 실제로 그것이 새롬기술을 망가지게 한 원인이 됐다. 이처럼 어떤 경제사건을 두고, 내외부적인 시각 차이를 이해시키는 일이 어려운 일이다."

- 새롬기술 처벌이 이례적이라는 것이 시장의 반응이었다. 투자를 받을 때 어느정도 내용을 부풀리거나 속이는 것은 관행적으로 돼왔다는 것이다. 거기에 대한 처벌이 이뤄졌기 때문인데.
"새롬은 자신들의 잘못된 정보에 따라 과거 지분을 맞추려고 140억원인가를 썼다. 안써도 될 돈을 쓰게 된 것이다. 그것이 또 배임이 됐다. 그 사건은 나름대로 상징성을 가지게 됐고, 사후적이었지만 그런 것에 대해 단죄를 한 것이다."

"주식투자해봤지만 이득 못봤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별도로 경제 공부를 한적이 있는지. 또는 요즘 읽는 경제관련 서적은 무엇인가.
"많이 해야 하는데 게으르기도 하고 하는 일이 바쁘다. 가장 가까이 경제 신문 많이 보려고 노력하고, 서점에 가면 늘 그런 쪽의 책을 찾아서 보려고 노력한다."

- 경제 범죄 유형이나 사례 등을 체계적으로 만든 자료가 있나?
"제가 전해 받은 것은 없었다. 그 전에는 전담하는 부서가 없었기 때문이다. 제가 금감위 있으면서 금융조사부 검사들과 같이 해서 내부적으로 수사 기법에 관한 책은 있다. 그게 작년 3월에 발간된 것이다. 내부에서도 제한되어서 배급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나 줄 수 없다. 증권쪽으로, 결국 기업쪽으로, 회사 횡령, 배임 부분, 공시 부분들에 대한 수사 사례 및 어떻게 수사를 할 것인가, 이론적인 부분들이다."

- 주식 해본 적 있나?
"조금 해봤다. 이득은 별로 못 봤다."

- 투자한 회사를 수사한 경우도 있었나?
"내가 기업 수사 하기 전에 했었다. 그 이후에는 없었다."

- 상장회사 및 코스닥 회사 임직원을 상대로 강연을 많이 했는데, 어떤 점을 강조하나.
"수사를 해보면 그런 경우를 많이 본다. 제일 문제가 되는 게 공시위반인데, 상장이나 코스닥 기업들은 회사의 내부적 사정은 다 공시하도록 돼 있는데, 공시를 자꾸 누락한다. 그게 작정하고 누락하는 경우도 있지만,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자꾸 누락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공시위반을 여러차례 하다 걸리면 상장 폐지가 되는 경우가 있다. 금감원에서도 고민이 많다. 자꾸 각인을 시켜줘야 하는데… 기업이나 금융에 있는 사람들은 수익이라는 것이 항상 제일 우선시돼 있고, 우리나라 기업 문화 구조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바뀌고 있지만, 법률쪽 부분이 뒤쪽으로 물러나 있어서, 그냥 물어보면 알려주는 정도의 기능을 하는 정도다. 하지만 서구 선진국은 모든 계약행위나 의사결정 과정에 법률가의 사인이 들어가도록 돼 있다. 이런 차이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하고, 이해를 높이려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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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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