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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옥 /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공동대표
조현옥 /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공동대표 ⓒ 여성신문
요즘 여성들 정말 마음이 설레고 있다. 꽁꽁 얼었던 겨울이 지나고 꽃피는 봄이 돌아와서이기도 하지만, 여성 총리가 지명되고 서울시장에 여성이 출마한다는 소식이 반갑게 들리기 때문이다. 뭔가 여성들하고는 관계없고 칙칙하게 느껴지던 정치권이 새롭고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여전히 이번 지방선거도 여성들에게는 뚫기 힘든 벽이고 과열된 공천경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지만 그래도 이젠 정치권이 좀 바뀌려나 하는 작은 기대감이 생긴다. 이런 의미에서 여성들뿐만 아니라 새로움을 바라는 남성들의 마음도 함께 설렐 것이다.

서울시장 후보자에게 선거가 남은 숙제라면 총리 내정자에게는 인사청문회가 남아 있다.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이 전권을 가지고 있는 고위직 지명 시 그 타당성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 열리기 시작했다. 의회가 행정부를 견제하고 국민에게는 적격자를 임명하도록 압력의 수단이 되는 아주 바람직한 제도로서 시작을 했으며 내정자들에게는 공직자로서의 정당성을 얻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사실 누가, 왜, 무슨 이유로 장관이나 총리에 임명되는지 전혀 모르고 살았던 시대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그동안 한국에서의 인사청문회가 임무수행에 관해서보다는 도덕적인 면에 치중하기는 했으나 그 결과 자신이나 자녀들의 병역을 슬쩍 빼 먹었거나 부동산 투기를 한 인사들, 세금을 포탈한 인사들을 사전에 걸러내는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 즈음의 인사청문회를 보면 정말 본연의 목적을 다 하고 있나 싶다. 청문회가 고위 공직자들이 그 직책에 알맞은 가를 검증하기보다는 온갖 과거의 사소한 일들을 들추어내서 망신주기, 아니면 말고 식의 내지르기, 당리당략에 따라 정권에 흠집 내기, 고위공직자 길들이기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그래서 장관 등 공직자들은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되어서 공직을 시작하게 되고 당연히 직무수행이나 리더십에 도움이 될 리가 없다.

이번 한명숙 총리 내정자의 청문회에는 사상 검증이 중심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벌써부터 떠돌고 있다. 이것저것 별로 흠 잡을 것이 마땅치 않으니 한 내정자와 남편의 민주화운동 전력을 따져서 한번 혼내주겠다는 계획인 듯싶다. 여성이어서 국정수행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에도 여론이 싸늘하고 당적 논란에도 무관심하자 사상 검증이라는 전가의 보도를 빼들었다. 하지만 사상 검증은 이제 약효가 다 된 무기다. 국민들은 사상 검증을 내세운 색깔론이 이제는 지겹고 재미없다.

한명숙 총리내정자의 인사청문회를 계기로 정말 제대로 된 인사 검증을 보고 싶다. 국정을 이끌어 가는 총리로서의 소신, 가치관, 직무에 대한 검증들이 이루어져 국민에게는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내정자에게는 자신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또 자신의 능력을 펼쳐 보일 기회를 제공하여 ‘아 인사청문회가 이런 것이었구나’ 하는 감동을 국민에게 주기를 주문한다. 물론 밝혀져야 할 것이 있다면 밝혀야 하지만 제발 치사하게는 하지 말자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모두 산뜻하게 사상 초유의 여성 총리의 탄생을 모두 기뻐하고 축하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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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여성신문은 1988년 국민주 모아 창간 한국 최초의 여성언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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