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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가, 눈에 스치는 하얀 꽃의 광경, 거의 황홀할 지경의 하얀 꽃들의 향연이 펼쳐지기 시작했습니다.
섬진강가, 눈에 스치는 하얀 꽃의 광경, 거의 황홀할 지경의 하얀 꽃들의 향연이 펼쳐지기 시작했습니다. ⓒ 서종규
비가 많이 내리는 4월 11일(화) 아침 9시에 광주에서 관광버스를 타고 출발하였습니다. 우리의 여행은 섬진강 하동에서 화개장터 20km까지와 쌍계사 입구에 펼쳐진 벚꽃의 장관을 찾아 떠난 것입니다. 출발하기 전 우리들은 방송을 비롯하여 곳곳에서 들려오는 벚꽃의 환상에 들떠 있었습니다.

그러한 환상이 광주에서 고속도로를 달려 하동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자꾸 깨지는 것 같았습니다.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벚나무의 꽃들이 더 떨어져 있기 시작하더니 하동 근방에서 보이는 벚꽃엔 꽃이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섬진강가, 잘 단장된 배나무 과수원마다 하얀 배꽃들이 터널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섬진강가, 잘 단장된 배나무 과수원마다 하얀 배꽃들이 터널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 서종규
그래도 설레는 마음으로 하동 다리를 건넜습니다. 그런데 우려는 사실로 변하였습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온통 하얗게 출렁거리던 벚꽃들이 쏟아지는 비바람 때문에 땅에만 하얗게 깔리어 있었던 것입니다.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안타까움이 앞을 가렸습니다.

위로가 되었던 것이 있다면 비에 젖은 섬진강이 더 가까이 다가왔다는 것입니다. 실망스러운 눈초리로 흐르는 섬진강 물만 열심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강가에 있는 버드나무들에서는 이제 연초록의 새 잎을 열심히 밀어내고 있었습니다.

이제 섬진강엔 하얀 배꽃 잔치가 펼쳐져요.
이제 섬진강엔 하얀 배꽃 잔치가 펼쳐져요. ⓒ 서종규

순백의 배꽃이 비에 젖어 있어서 그런지 더 아련한 그리움을 자아내고 있었습니다.
순백의 배꽃이 비에 젖어 있어서 그런지 더 아련한 그리움을 자아내고 있었습니다. ⓒ 서종규
아 그런데, 눈에 스치는 하얀 꽃의 광경, 거의 황홀할 지경의 하얀 꽃들의 향연이 펼쳐지기 시작했습니다. 전혀 생각하지 못하였던 배꽃들의 향연인 것입니다. 비에 젖은 배꽃들이 더 활기차게 펼쳐져 있었습니다. 잘 단장된 배나무 과수원마다 하얀 배꽃들이 터널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섬진강 양옆으로 하얀 배꽃들이 펼쳐진 장관, 섬진강을 말할 때 사람들은 매화마을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섬진강 강가에 자리잡은 수많은 배나무 과수원에서 하얗게 세상을 밝혀주는 배꽃들의 잔치가 눈에 시리도록 환하게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하동배가 섬진강가에 심어져 있어서 물이 많고 서글서글하며 단맛이 일품이어서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졌다고 합니다.
하동배가 섬진강가에 심어져 있어서 물이 많고 서글서글하며 단맛이 일품이어서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졌다고 합니다. ⓒ 서종규
사실 섬진강을 따라 배나무 과수원이 죽 이어져 있습니다. 특히 섬진강의 모래땅과 풍부한 물로 인하여 배의 특산지로 자리잡은 지 오래랍니다. 화개장터에서 11년간 개인 택시를 운전하고 있는 정한구(58세)씨는 하동배가 물이 많고 서글서글하며 단맛이 일품이어서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졌다고 합니다. 그 재배 면적도 섬진강을 따라 대단히 넓게 분포하고 있어서 나주 다음으로 넓다고 합니다.

섬진강 매화꽃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섬진강변에 늘어서 있는 배꽃의 장관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관광버스에서 내릴 수가 없었습니다. 차는 계속 화개장터를 향하여 가고 있었습니다. 마음에만 열심히 배꽃을 새기고 있었습니다. 벚꽃이 비바람으로 다 져버린 바람에 안타까웠던 마음이 위로는 받았으나 이제는 취재를 할 수 없는 조금한 심정이 앞섰습니다.

섬진강 강가에 자리잡은 수많은 배나무 과수원에서 하얗게 세상을 밝혀주는 배꽃들의 잔치가 눈에 시리도록 환하게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섬진강 강가에 자리잡은 수많은 배나무 과수원에서 하얗게 세상을 밝혀주는 배꽃들의 잔치가 눈에 시리도록 환하게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 서종규
관광버스는 화개장터를 지나 11시 30분 쌍계사 입구에 멈추었습니다. 그래도 쌍계사 입구에서 떨어진 벚꽃의 향취라도 취하기 위하여 화개장터까지 걷기로 하였기 때문입니다. 길바닥에 떨어진 벚꽃잎이 마음에 와 닿기는 하였지만 내 마음은 허공에 있었습니다.

우리들은 쌍계사 입구에서 걷기 시작하여 오후 12시30분 화개장터에 도착하였습니다. 모두 점심을 먹으려고 준비를 하였습니다. 장터에 즐비한 국밥집에 터를 잡았습니다.

아마 내일이 삼월 보름이니 달빛에 비췬다면 그 고적함이 뼈 속까지 파고들 것입니다.
아마 내일이 삼월 보름이니 달빛에 비췬다면 그 고적함이 뼈 속까지 파고들 것입니다. ⓒ 서종규
화개장터를 운행하는 개인택시를 잡아탔습니다.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다시 배나무 과수원으로 가서 배꽃을 촬영하려고 말입니다. 택시기사는 화개장터 쪽은 아직 배꽃이 덜 피어 있었지만, 하동 쪽의 배나무 과수원엔 배꽃이 만개를 하였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작년에 전남 나주의 배나무 과수원에 출렁거리는 배꽃을 취재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곳 섬진강 하구 하동의 배꽃이 더 일찍 핀 것입니다. 비가 내리는 배나무 과수원에서 비에 젖은 배꽃을 찍는 것은 큰 행운이었습니다.

아마 이 튼실한 꽃들 때문에 품질이 좋고 커다란 배들이 영글어 가는가 봅니다.
아마 이 튼실한 꽃들 때문에 품질이 좋고 커다란 배들이 영글어 가는가 봅니다. ⓒ 서종규
순백의 배꽃이 비에 젖어 있어서 그런지 더 아련한 그리움을 자아내고 있었습니다. 아마 내일이 삼월 보름이니 달빛에 비친다면 그 고적함이 뼈 속까지 파고들 것인데, 비 내리는 섬진강가에서 만난 배꽃은 마냥 흰 물결의 출렁임으로 다가왔습니다.

배나무 과수원은 정비가 잘 되어 있었습니다. 지주로 세워주는 철근을 바탕으로 수많은 배꽃터널들이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꽃들도 크고 넓었습니다. 아마 이 튼실한 꽃들 때문에 품질이 좋고 커다란 배들이 영글어 가는가 봅니다.

지주로 세워주는 철근을 바탕으로 수많은 배꽃터널들이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지주로 세워주는 철근을 바탕으로 수많은 배꽃터널들이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 서종규
섬진강가에 이렇게 좋은 배꽃들이 있다는 것이 못내 대견스러웠습니다. 전혀 생각하지 못하였던 배꽃이었기 때문에 그 기쁨은 더 컸습니다. 그리고 관광버스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안타까워했던 마음을 꽃에게 전해 주었습니다.

비에 젖은 배꽃 찍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일행이 빨리 오라고 전화를 두 번이나 하였습니다. 시켜놓은 국밥이 다 식어간다는 것입니다. 시간의 촉급함 때문에 더 좋은 사진을 찍지 못한 아쉬움을 간직한 채 개인택시에 올라타야만 했습니다. 하얀 배꽃에게 아쉬움을 몽땅 뒤집어씌우고 말입니다.

하얀 배꽃에게 그리움과 아쉬움을 몽땅 뒤집어씌우고 되돌아 섰습니다.
하얀 배꽃에게 그리움과 아쉬움을 몽땅 뒤집어씌우고 되돌아 섰습니다. ⓒ 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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