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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태 시민기자는 지난 1월 21일 <오마이뉴스> '함께 만드는 뉴스'에 참여해 강금실 전 장관에게 보내는 고언 형식의 기사를 올렸습니다. 이번에는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출마를 선언한 오세훈 전 의원에게 보내는 글을 올렸습니다. <편집자주>
9일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한 오세훈 전 의원.
9일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한 오세훈 전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오세훈씨.

오늘(9일) 님의 서울시장 출마 소식을 들었습니다. 사실, "들었다"기 보다는 놀라움으로 접했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겁니다.

아마도 저처럼 강금실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같은 심정이었을 겁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요 며칠 동안 "오세훈씨 한 주만 조용히"하고 빌었습니다. 왜 그랬는지는 모두가 잘 아실 테니 더는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님에 대한 생각이 '강적'보다는 '좋은 후보'라는 쪽으로 바뀌더군요.

사실, 그렇습니다. 당신의 지난 행적은 소신있고 솔직하며 고뇌하는 정치가의 모습을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실례가 될 지 모르겠습니다만, 한나라당이라는 테두리만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당장 당신의 캠프에 달려가고픈 생각이 들 정도니까요(좋은 의미로 읽어주시리라 믿습니다).

솔직히, 당신이 나오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당신께서 불출마 선언(그 때도 무척 놀랐습니다만) 전후로 밝히신 고뇌, 그리고 선거법 개정에서 보여주신 마무리 자세를 보면서 '정말 아까운 사람이 사라지는구나' 했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정치판'은 당신같은 사람이 있을 곳은 아닙니다. 하지만 썩은 판을 바꾸기 위해서는 당신같은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당신의 복귀를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합니다.

만약 당신께서 다시 국회의원에 출마하시겠다면 저는 반대했을 겁니다. 당신께서 이미 밝히신 바대로 '소신이 있어도 접어야 하는 상황'이 하루 아침에 바뀌지는 않을 테니까요. 하지만 서울시장이라는 행정직은 당론에 휘둘리지 않고 당신의 소신을 펴기에 적합할 것입니다. 아마도 당신께서는 이런 점들을 염두에 두고 복귀를 결심하셨겠지요.

저는 당신께서 한나라당의 다른 후보들을 제치고 서울시장 후보로 나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대의원이나 당원 선거인단을 상대로 선거운동을 벌일 기간이 없다지요? 글쎄요, 저는 좀 다른 시각으로 봅니다.

사실 당신은 한나라당 정치가로서는 몇 안 되는 이질적인 존재입니다. 극명하게 표현하자면 한나라당으로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개혁적 정서를 갖고 있는 분이지요. 그러한 당신을 정치적 도약대인 서울시장 후보로 키우겠느냐 하는 데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만약 당신이 한나라당의 서울시장 후보가 된다면 그 까닭은 한나라당이 변했거나 "오세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 둘 중 하나입니다. 당신께서는 과연 어떻게 보시는지요?

차선한 분이 당선한 분을 보좌한다면...

강금실 후보가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까지 아우를 수 있는 후보라면, 당신 역시 개혁 성향의 유권자를 아우를 수 있는 후보입니다. 경륜과 소신 모두 믿을 수 있고요.

제 뜻대로 하자면, 이번 선거에서 차선한 분은 당선된 분을 보좌할 것을 미리 약속하고 선거에 임하라고 하겠지만, 아무래도 무리겠지요?(어린애같이 단순한 소리라고 하실 지 모르겠습니다만, 두 분이 함께 하신다면 놀라운 힘과 화합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두 분을 모두 사랑하기에 드리는 말씀으로 봐주십시오.)

두 분을 보면서, 제가 이번 지자체 선거에 거는 기대는 따로 있습니다. 지자체 선거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서울시장 선거가 달라질 것이라 보기 때문입니다.

과거와 달리, 비방과 악선전은 자리를 잡지 못하고 '정책 대 정책' '인물 대 인물'의 멋진 승부를 볼 수 있으리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서울시장 이전에 선거부터 축제가 되었으면 합니다. 하비 콕스의 말대로 현대를 대표하는 것은 정치인데, 제가 오십을 살아왔지만 선거에서 축제를 느껴본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선거의 결과에 관계없이 당신을 계속 '아름다운 오세훈'으로 볼 수 있기 바랍니다. 건투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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