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월정사 가는 길
월정사 가는 길 ⓒ 박영호
처녀 총각이 결혼해서 두 아일 낳았어도 나무들은 변함 없이 그 자리에 멋진 모습으로 그렇게 서 있었습니다. 도심 속엔 개나리가 활짝 피어 봄이 한창인데 이 곳은 이제 봄이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계곡의 물소리는 아직 차갑게 들려오지만 서서히 봄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하였습니다.

자연은 아들에게도 흥을 돋우는지 '크다. 와 크다'고 외치며 산책로를 지치지도 않고 내달립니다. 봄 나들이 나온 다른 집의 아이들도 신이 나서 뛰어 다닙니다. 산책로에서 만나는 다람쥐들은 어른들의 발 길도 멈추게 합니다.

흥이 난 아들
흥이 난 아들 ⓒ 박영호

와 크다.
와 크다. ⓒ 박영호
올 들어 최악의 황사가 왔다는데, 숲속에 들어서니 공기가 맑기만 합니다. 약간의 아토피 증상이 있는 아들이 이 맑은 공기로 시원스레 낳았으면 하고 바래봅니다. 인간들이 방해만 하지 않는다면, 아들이 지금의 제 나이가 되어 찾아와도 나무는 지금 저 모습으로 아들을 반겨줄 것입니다. 제발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월정사
월정사 ⓒ 박영호

배롱나무
배롱나무 ⓒ 박영호

법당의 처마
법당의 처마 ⓒ 박영호

석탑
석탑 ⓒ 박영호

처마 끝 풍경이 보이나요?
처마 끝 풍경이 보이나요? ⓒ 박영호

태어나서 처음 보는 사천왕상이 아들에겐 무척이나 무서워 보이는가 봅니다. 사천왕문 앞에서 망설입니다. 아들을 들어 올려 '나쁜 일하면 저렇게 된다'며 발에 깔린 사람을 보여주었습니다.

죄 많은 어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사천왕문을 드나들면서 거짓말 한 번 안한 세 살배기 아들에게 착하게 살라고 말하는 것이 우습기만 합니다. "너나 잘 하세요"라는 유행어가 생각납니다.

봄이 더 깊어지면 다시 들러야겠습니다. 그 때는 개나리 진달래도 피겠지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나이 든 사람에겐 편안함을, 친구에게는 믿음을, 젊은이에겐 그리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