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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미술관이 있는 춘수로 서수빈관
평양미술관이 있는 춘수로 서수빈관 ⓒ 정호갑
평양미술관은 영국 사람인 닉 보너(Nick Bonner)씨 개인이 경영하는 곳이다. 그는 현재 베이징에 거주하고 있으며 외국인들에게 북한 여행을 안내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를 만나 왜 북한 미술에 관심을 가졌는지, 이곳을 찾는 사람은 누구인지, 판매량은 얼마나 되는지 등등 안내받고 싶었지만 그가 지금 영국에 있다고 한다. 다음을 기약하며 안으로 들어선다.

평양미술관의 내부
평양미술관의 내부 ⓒ 정호갑
15평 남짓한 공간에 북한의 포스터들이 어지러울 정도로 정리되지 않은 채 걸려 있다. 그리고 벽면 위로는 북한 유명 화가의 산수화가 걸려 있었고, 책장과 탁자에는 북한의 책과 달력을 비롯한 여러 북한 물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처음 들어설 때에는 화랑으로 알고 북한의 그림을 감상하고자 하는 기대감·호기심으로 들어왔지만 너무 좁은 공간에 제대로 정리되어 있지 않은 포스터와 그림들을 보니 조금 실망스러웠다.

평양미술관에 전시된 선전포스터
평양미술관에 전시된 선전포스터 ⓒ 정호갑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 많은 '더 많은 강철을 생산하자', '강성대국 건설하자', '해바라기 풍년을 마련하자', '모두가 총진군 앞으로'와 같은 구호에서부터 '그 사랑 그 믿음에 충성으로 보답하자', '미제를 몰아내고 조국 통일하자', '사회주의 강성대국을 건설하자', '자력갱생은 조선의 정신' 등과 같은 정치 이념을 그대로 드러낸 포스터들이다.

그리고 '2003년 평양축구관전', '제22차 봄 친선예술축전' 등과 같은 국가적 행사를 드러내는 포스터들도 눈에 띄고, '홍길동', '피바다', '민족과 운명', '도라지꽃'과 같은 영화 포스터도 보인다.

평양미술관에 전시된 <민족과 운명>의 영화포스터
평양미술관에 전시된 <민족과 운명>의 영화포스터 ⓒ 정호갑
이러한 포스터들은 그 목적에 맞게 주제를 뚜렷하게 드러내기 위해 간단한 문구를 넣고 색상도 단순하고 뚜렷하였다. 어릴 때 학교에서 그렸던 불조심 포스터나 반공 포스터 생각이 났다. 사회주의 정치이념을 그대로 전달하고, 그것을 대중에게 선전 고취시키기 위하여 아직도 북한에서는 포스터를 많이 이용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그림을 여기서는 선전화라고 부르고 있다.

이 곳에서 영화포스터는 한 편에 80~180달러에 판매하고 있었으며, 선전포스터는 150~200달러, 크기가 큰 포스터들은 400~1200달러로 꽤 비싸다.

이러한 선전화보다는 그래도 산수화에 정감이 더 간다. 금강산을 주제로 한 그림이 많을 뿐 산수화는 우리와 다르지 않다. 여기에 있는 그림은 북한의 유명 화가가 그린 그림인 듯 밑에는 화가의 약력이 한글로 적혀 있다. 하나하나 둘러보고 있는데 눈에 익은 이름 김기창 화백의 동생 김기만의 작품 <산딸기와 참새>라는 그림도 걸려 있다.

평양미술관에 전시된 김기만 화가의 <산딸기와 참새>
평양미술관에 전시된 김기만 화가의 <산딸기와 참새> ⓒ 정호갑
눈에 들어오는 유화 한 편이 있었는데 김유령 화가가 그린 <가을의 자작나무>이다. 이 그림은 호숫가를 둘러싸고 있는 단풍든 자작나무를 그려 놓았는데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어 가을의 쓸쓸한 분위기가 그대로 몸에 와 닿는다. 가격을 보니 550달러이다.

평양미술관에 전시된 김유령 화가의 <가을의 자작나무>
평양미술관에 전시된 김유령 화가의 <가을의 자작나무> ⓒ 정호갑
둘러보면서 감탄을 자아내는 두 편의 자수 작품이 있었는데 김청희의 <금강산의 가을>과 이명선의 <사당춤>이었다. 단풍이 예쁘게 물든 금강산의 모습을 그려놓았는데 수를 놓았다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만큼 섬세하고 화려했다.

이명선의 <사당춤>은 사당춤을 추는 여인을 그려놓았다. 춤춘 뒤의 여인이 그 부끄러움에 얼굴을 가리고 있지만 눈을 마주하지 못할 정도로 그 교태가 살아 있다. 여인의 모습도 정말이지 예쁘다. 나 개인적으로 이 미술관에서 가장 탐이 나는 작품이다.

평양미술관에 전시된 이명선이 수놓은 <사당춤>
평양미술관에 전시된 이명선이 수놓은 <사당춤> ⓒ 정호갑
그 외에도 이곳에서는 책, 엽서, 배지, 달력, 우표 등 북한 용품들을 비롯하여 담배, 인삼 진액 등도 판매하고 있었다. 배지의 경우 한 개에 30위엔(약 3600원), 두 개에 50위엔에 판매되고 있었으며, 회화 책인 <국가미술전람회화첩>은 300위엔에, 그리고 <조선관광>이라는 책은 150위엔에 판매되고 있었다. 하지만 사진이나 종이질은 우리보다 많이 떨어진다.

평양미술관에 판매되고 있는 북한의 달력과 티셔츠
평양미술관에 판매되고 있는 북한의 달력과 티셔츠 ⓒ 정호갑
이제 우리와 멀리 떨어져 있는 낯선 구호들에서 느끼는 이질감,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그들의 힘겨운 삶, 이러한 그림들이 좁은 공간에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채 단지 상품으로 진열되어 있고. 거기에 그림이지만 북한이라는 낱말에 움츠러드는 나의 소심함에 화가 나기도 한 낯선 체험을 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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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가르치는 행복에서 물러나 시골 살이하면서 자연에서 느끼고 배우며 그리고 깨닫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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