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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깔스럽게 익어가고 있는 돼지양념갈비
ⓒ 이종찬

돼지고기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까

이 세상에 돼지고기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까. 삼겹살, 양념갈비, 돈가스, 국밥, 비지찌개 등 조리하는 방식과 쓰이는 재료에 따라 제각각 독특한 맛을 내는 돼지고기. 돼지고기는 주머니 사정이 그리 넉넉지 않아도 불판 위에 고기 몇 점 올려 소주 한 잔 곁들이고 있으면 이 세상 시름이 몽땅 다 사라질 것만 같은 서민의 고기라고도 할 수 있다.

특히 요즈음처럼 온몸이 물 먹은 솜처럼 무겁고 쌓인 피로가 좀처럼 가시지 않는 나른한 봄철, 텃밭에서 갓 뜯어낸 연초록빛 상추 위에 살짝 구운 마늘과 함께 싸서 먹는 돼지고기는 보약 중의 보약이라 할 수 있다. 왜? 돼지고기에는 기력을 북돋워주고 피로회복에도 뛰어난 비타민B1과 단백질이 듬뿍 들어있기 때문이다.

어디 그뿐이랴. 돼지고기는 육질이 연하기 때문에 소화기능이 약한 사람들에게도 아주 좋다. 또한 돼지고기에는 불포화지방산(아라키돈산, 리놀산)이 많이 들어있어 혈관 안에 쌓이는 콜레스테롤을 막아주므로 동맥경화증이나 고혈압 등 성인병 예방에도 그만이다. 돼지고기를 즐겨 먹는 중국 사람들에게 고혈압 환자가 적은 것은 바로 이 때문.

게다가 돼지고기에 들어있는 지방은 융점이 사람 체온보다 낮고, 철이 많이 들어 있다. 그러므로 요즈음처럼 대기오염이나 술, 담배 등에 시달리는 사람들이나 빈혈 혹은 간장이 나쁜 사람들에게도 그만이다. 탄광촌이나 먼지가 많은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1주일에 한 번씩 돼지고기를 먹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 돼지양념갈비는 생고기를 쓸 때 더욱 맛나다.
ⓒ 이종찬
▲ 깨끗한 마루바닥에 앉아 먹는 양념갈비에 소주 한 잔이 있으면 부러울 게 없다
ⓒ 이종찬
돼지양념갈비는 참숯불에 구워야 제 맛이 난다

"저는 13년을 미국에서 살았어요. 그래서 가게를 처음 시작할 때는 LA갈비를 하려고 했지요. 근데, 좋은 고기를 재료로 쓰려고 하니까 고기값이 너무 비싸요. 돼지고기는 누구나 즐겨 먹는 음식인데, 값이 너무 비싸면 아무리 맛이 있다 해도 손님들이 다른 집으로 발길을 돌릴 게 불을 보듯 뻔하잖아요."

지난달 27일(월), 서녘 산으로 서서히 지는 아름다운 노을과 함께 진달래 꽃빛을 띤 어둠이 스물스물 밀려드는 봄날 저녁. 1억4천만 년 앞 원시의 신비가 고스란히 숨쉬고 있다는 창녕 우포늪에 갔다가 소주도 한 잔 먹고, 저녁 끼니도 때우기 위해 들렀던 숯불갈비 전문점 '화왕산 갈비마을'.

지난해 1월에 문을 열었다는 이 집 주인 김종환(48)씨는 "창녕에 있는 돼지 도살장이 강원도 횡성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며, "저희들은 그 도살장에서 금방 잡은 돼지 생고기만을 취급한다"고 말한다. 이어 "숯불에 구운 돼지양념갈비가 특히 맛있는 이유는 참숯불 석쇠에 굽기 때문이라고 귀띔한다.

즉, 돼지양념갈비는 참숯불 석쇠에 구워야 기름이 아래로 쫘악 빠지면서 불꽃이 올라오지 않고 쫄깃하고 맛깔스럽게 구워진다는 것. 또한 그렇게 해야 돼지갈비의 부드럽고도 구수한 맛이 숯불 특유의 맛과 한데 어우러져 아무리 많이 먹어도 질리지 않는 깊은 맛이 배어든다는 것이다.

▲ 이게 소갈비야? 돼지갈비야?
ⓒ 이종찬
▲ 나른한 봄철, 맛깔스런 돼지양념갈비 드세요
ⓒ 이종찬

양념은 즙이 아니라 생과일을 그대로

"창녕의 돼지고기가 다 같은 맛이지만 고기를 굽는 방식 때문에 맛이 달라지지요.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돼지양념갈비의 맛을 제대로 나게 하려면 양념을 아주 잘해야 합니다. 저는 양념을 할 때 생강과 마늘, 배, 사과, 다시마가루, 불고기 간장, 키위 등을 밑재료로 씁니다."

김씨가 돼지양념갈비를 만드는 방법은 조금 특별하다. 그저 생강과 마늘, 과일 등의 즙을 내서 돼지갈비에 버무린 뒤 하루 정도 발효시키는 것이 아니다. 이 집 돼지양념갈비 양념에 들어가는 과일은 즙을 내는 것이 아니라 모두 생과일 그대로 쓴다. 또한 그래야 돼지갈비가 쫄깃쫄깃해지면서 빛깔도 고와진단다.

김씨의 음식 철학은 모든 음식을 맛있고 싸게 만드는 것이다. 김씨는 "이 집에서 나오는 모든 음식은 밑반찬에서부터 갈비까지 직접 조리한다"라고 말한다. 즉, 손님들이 먹는 음식을 남에게 맡기면 불안해서 도저히 견딜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그 때문에 이 집 주방 아주머니들은 단순히 음식을 주문받고 나르는 일만 하고 있다.

김씨는 "돼지양념갈비는 맛도 좋지만 요즈음처럼 나른한 봄철에 상추와 함께 싸먹으면 향긋한 봄맛과 함께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고 되뇐다. 이어 "저희 집에 온 손님들 대부분이 돼지양념갈비의 맛을 보고는 이게 혹시 소양념갈비가 아닌가 하고 몇 번씩 물어볼 때가 제법 있다"라고, 은근히 자랑을 늘어놓는다.

▲ 쫄깃하고도 고소하게 씹히는 감칠맛이 으뜸이다
ⓒ 이종찬
▲ 소주 한 잔 입에 털어넣고, 돼지양념갈비 한 점 깻잎에 싸서 입에 넣고
ⓒ 이종찬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그 기막힌 맛

김씨에게 돼지양념갈비(1인분 150g, 4천 원) 3인분과 소주 한 병을 시킨 뒤 실내를 쭈욱 둘러본다. 마룻바닥이 예쁘게 깔린 100여 평 남짓한 깨끗한 실내에는 주말이 아닌데도 수많은 손님으로 붐빈다. 대체 이 집 돼지양념갈비의 맛이 얼마나 뛰어나기에 저리도 많은 사람들이 즐겁게 소주잔을 주고 받으며, 양념갈비를 게걸스럽게 먹고 있단 말인가.

손님들이 숯불에 맛깔스럽게 구워 먹고 있는 돼지양념갈비를 바라보며 침을 꼴깍꼴깍 삼키고 있을 때, 5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주방 아주머니 한 분이 연분홍빛 살점 곳곳에 하얀 띠가 촘촘촘 박힌 돼지양념갈비를 내려놓는다. 이어 집에서 길렀다는 상추와 풋고추, 봄동, 마늘과 파저리, 감자, 참기름 등을 주섬주섬 내려놓는다.

이어 주방아주머니가 참숯불이 발갛게 피어오르는 석쇠 위에 돼지양념갈비를 몇 점 올리자 이내 지글지글 맛깔스런 소리가 나면서 노르스름하게 익어가기 시작한다. 잠시 뒤 소주 한 잔 입에 털어넣고 상추 위에 잘 익은 돼지양념갈비 한 점과 살짝 구운 마늘, 파저리를 올려 입에 넣자 향긋한 상추내음과 함께 구수한 맛이 끝없이 혀끝을 맴돈다.

소주 한 잔 입에 털어넣고, 돼지양념갈비 한 점 깻잎에 싸서 입에 넣고. 소주 한 잔 입에 털어넣고, 돼지양념갈비 한 점 잘 익은 감장김치에 싸서 입에 넣고. 소주 한 잔 입에 털어넣고, 돼지양념갈비 한 점 파저리에 싸서 입에 넣고. 그렇게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소주 두어 병과 돼지양념갈비 3인분이 후딱 사라진다.

▲ 밑반찬도 깔끔하다
ⓒ 이종찬
▲ 화왕산 꽃구경도 하고 양념갈비도 먹고
ⓒ 이종찬
특히 이 집 돼지양념갈비는 쫄깃하고도 고소하게 씹히는 감칠맛이 으뜸이다. 그리고 돼지양념갈비를 삼키고 난 뒤 혀끝에 은근하게 남아있는 깊은 뒷맛도 끝내준다. 아까 주인 말마따나 이게 소갈비야? 돼지갈비야?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래. 이번 주말에는 진달래,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있는 화왕산에 가서 꽃구경도 하고, 돼지양념갈비도 맘껏 즐겨보자.

덧붙이는 글 | ☞가는 길/ 서울-중앙고속도로-대구-창녕 나들목 좌회전-화왕산 들머리 오른 편-숯불갈비 전문점 '화왕산 갈비마을' 

※이 기사는 '유포터', '씨앤비', '시골아이 고향' 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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