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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본  산둠벙
멀리서본 산둠벙 ⓒ 권용숙
봄가뭄 탓인지 둠벙(웅덩이)물이 많이 줄었다. 바닥에 물이 깔려 있는 느낌이다.

둠벙 속에 초록색 파래 닮은 물풀들이 깔려 있는데, 멀리서 보니 정말 백마리는 될 것 같은 개구리들이 머리를 빼꼼히 내밀어 숨을 쉬며 봄햇살을 먹고 있었다.

성큼성큼 둠벙물로 다가간 게 실수다. 개구리들이 눈치가 얼마나 빠른지 작은 발자욱 소리만 듣고도 모두가 물 속으로 숨어들었다. 개구리가 다시 나올까 조용한 둠벙 앞에 쪼그리고 앉았지만, 다시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결국 그날은 개구리 보기를 포기하고 돌아왔다.

머리 내민 개구리들 보이나요? 더 가까이 갈 수가 없었다. 바로 물 속으로 잠수해 버리기 때문. 정말 물 반 개구리 반이었다.
머리 내민 개구리들 보이나요? 더 가까이 갈 수가 없었다. 바로 물 속으로 잠수해 버리기 때문. 정말 물 반 개구리 반이었다. ⓒ 권용숙
그리고 오늘 드디어 멀리서나마 일명 '개구리 회의'하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개구리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들리는 듯하다. 개구리들이 빼꼼히 눈을 껌뻑이며 머리만 내민 바로 그 옆에는 새까만 개구리알이 군데 군데 동그랗게 둥실 둥실 떠 있다.

"어떻게 하면 개구리알이 올챙이로 꼬물꼬물 자라고 뒷다리 앞다리가 나와 무사히 어른개구리가 될까 걱정하며 개굴개굴~"

"봄가뭄에 자꾸 줄어만가는 둠벙물이 봄비가 내려 불어났으면 좋겠다 개굴개굴~"

"이둠벙 주변엔 독사가 있다고 옆밭 아저씨 하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잡혀 먹히지 말자 개굴개굴~"


한 곳에서 이렇게 많은 개구리를 보기는 처음이다. 개구리 아들, 손자, 며느리 다 모인 듯하다.

이렇게 머리만 빼꼼히들 내밀고 있다. 산 속에 있으니 산개구리라 생각한다.
이렇게 머리만 빼꼼히들 내밀고 있다. 산 속에 있으니 산개구리라 생각한다. ⓒ 권용숙
산개구리들은 계곡 물 속 바위 밑이나 낙엽 쌓인 곳에서 겨울잠을 자다 이른 봄 깨어나 물이 고인 논 등으로 짝짓기를 하러 온다고 한다. 이곳은 논은 없지만 군데 군데 산밭이 있고 작은 둠벙들이 있어 이곳으로 내려온 것이 아닐까 싶다. 산 밑에 이런 작은 둠벙이 있는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내가 만든 둠벙도 아닌데 자랑스럽다.

그래도 이렇게 많은 개구리가 한 곳에 모여 있을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다. 그리고 내친 김에 주위에 있는 둠벙을 모조리 돌아봤다. 둠벙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적어도 지금 둠벙의 주인은 바로 개구리들이었다.

바로 옆둠벙엔 개구리알이 무더기로 부화중이다.
바로 옆둠벙엔 개구리알이 무더기로 부화중이다. ⓒ 권용숙

다른 둠벙에선 까만 개구리알에서 아주 작은 올챙이가 나오고 있었다.
다른 둠벙에선 까만 개구리알에서 아주 작은 올챙이가 나오고 있었다. ⓒ 권용숙

햇빛이 물에 얼비쳐 모자를 벗어 가려 보니 제법 큰 올챙이가 헤엄을 치고 있다.
햇빛이 물에 얼비쳐 모자를 벗어 가려 보니 제법 큰 올챙이가 헤엄을 치고 있다. ⓒ 권용숙

올챙이 잡고 싶은 아이들. 올챙이를 집에서 키우는 숙제도 가끔 내던데 벌써 숙제 냈을까?
올챙이 잡고 싶은 아이들. 올챙이를 집에서 키우는 숙제도 가끔 내던데 벌써 숙제 냈을까? ⓒ 권용숙
산 속 작은 둠벙에서 한참 내려온 졸졸 흐르는 물줄기 앞엔 아이들이 병을 들고 나와 쪼그리고 앉았다. "올챙이 잡았니?" 물어보았더니 "아니요 한 마리도 없어요" 하는 아이들에게 저 산 속 둠벙에 개구리도 많고 올챙이도 많더라고 알려줄 수 없었다.

서울 근교에서 개구리들이 회의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지켜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오래도록 둠벙 속 개구리들의 회의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다.

이상, 서울 양천구 지양산 밑 둠벙물 속의 개구리와 올챙이 소식이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2006년 3월 25일 26일에 서울 양천구 지양산 주변에서 촬영했습니다.
개인홈피 그림그리고싶은날(http://hompy.dreamwiz.com/sonamu07) 에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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