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국민은행 강정원 행장과 론스타의 엘리스 쇼트 부회장은 23일 오전 서울 63빌딩에서 외환은행 매각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민은행이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 경영권 지분을 인수하기로 한 의향서에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국민은행 강정원 행장과 론스타의 엘리스 쇼트 부회장은 23일 오전 서울 63빌딩에서 외환은행 매각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민은행이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 경영권 지분을 인수하기로 한 의향서에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기자 "이번 매각에 정부 입김 작용한 것 아닌가."
쇼트 론스타펀드 부회장 "정부로부터 직접적인 영향은 받지 않았다."
기자 "론스타의 과세 논란이 있는데…."
쇼트 부회장 "오늘은 매각과 관련된 회견이므로 언급하기 적절하지 않다."
기자 "감사원과 검찰 등에서 외환은행 인수 과정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데."
쇼트 부회장 "언급하기 어렵다."

23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63빌딩 기자회견장. 기자들의 질문은 엘리스 쇼트 론스타펀드 부회장에 집중됐다.

외환은행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국민은행을 택한 배경부터 과세 논란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기자들의 끈질긴 질문이 이어졌다. 하지만 쇼트 부회장은 "이번 딜(deal,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된 내용이 아니어서 답하기 어렵다"는 식으로 피해갔다.

대신 론스타가 매각에 따른 수조원의 이익을 내고도 세금을 내지 않으려 한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세금을 내야한다면 낼 것"이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이 역시 "내야 한다면"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론스타는 오는 6월 말까지 외환은행 매각을 마무리지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될 경우 4조 5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매각 차익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현행법상으로는 그렇다. 국부 유출 논란이 거센 이유다.

오전 11시 30분, 쇼트 부회장은 기자회견장을 서둘러 빠져나갔다. 기자들은 매각 과정에서의 불거진 각종 의혹에 질문을 던졌지만, 제대로 된 답을 얻진 못했다.

국민의 외환 인수, 독과점-정부 외압-국부유출-노조반발 첩첩산중

론스타펀드와 국민은행은 이날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은행이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 경영권 지분을 인수하기로 한 의향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국민은행은 앞으로 외환은행에 대한 정밀 실사를 벌인다. 이후 론스타와 최종 가격 협상을 벌이고 매각 작업을 마무리한다. 이 기간은 적어도 2~3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큰 변수가 나오지 않는 한, 외환은행의 새 주인은 국민은행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될 경우 자산규모만 300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은행이 만들어지게 된다.

하지만 국민이 최종적인 승자가 될 지는 미지수다. 이미 은행산업의 독과점을 둘러싼 금융권의 논란이 거세고, 매각 과정에서의 정부 외압 의혹도 불거진 상태다. 막대한 시세 차익을 올린 론스타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도 여전히 따갑다.

론스타는 이미 지난해 부동산 매각과정에서의 탈세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게다가 감사원이 지난 2003년 외환은행이 론스타로 매각된 것에 대해 감사를 벌이고 있고, 검찰 수사도 진행 중이다. 막대한 국부유출 논란도 부담이고, 외환은행 노동조합의 반발도 거세다.

[논란 ①- 독과점] 국민+외환=공룡... 공정위가 칼을 쥐고 있다

첫번째 논란은 국민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경우 불거지는 독과점 문제다. 국민은행이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이 문제가 계속 불거졌는데, 이후 수그러들기는 커녕 더욱 확대되고 있다.

외환은행을 인수할 경우 국민은행은 자산만 270조원에 직원수 3만여명, 1400여곳의 점포를 갖는 공룡은행이 된다. 신한은행(조흥은행 인수·2위), 우리은행(3위) 등을 월등히 앞선다.

독과점의 기준은 대개 시장점유율이다. 인수 후 국민은행은 매출액을 기준으로 시장점유율 39% - 총자산 33% - 총대출금 34% 등 대부분 분야에서의 점유율이 30%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외환업무 쪽에선 57%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거래법상 독과점은 1위 업체가 50%, 상위 3개업체가 70%를 넘을 경우다. 국민은행은 해당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같은 독과점 기준 수치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수치가 여기에 미치지 못할 경우에도 시장경쟁을 저해할 요소가 있으면, 독과점 판정을 내릴수 있다.

김상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은 "금융기관의 경쟁 제한성을 따지기가 쉽지 않다"면서도 "시장점유율 이외에 독과점을 판단할 만한 근거는 여러 가지가 있다, 공정위가 시간에 얽매이지 말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이 언급한 다른 '독과점'의 근거 가운데 하나로 은행의 산업 집중도를 수치로 나타낸 '허핀달 지수'가 있다. 국민과 외환이 통합할 경우 이 지수는 1800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소장은 "이 정도의 수치는 매우 높은 수준"이라며 "미국의 기업결합심사 기준을 보면, 이 정도 수치는 합병 불가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국민은행 쪽에선 물론 시장점유율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23일 오전 서울 63빌딩에서 외환은행 매각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는 론스타의 엘리스 쇼트 부회장.
23일 오전 서울 63빌딩에서 외환은행 매각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는 론스타의 엘리스 쇼트 부회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논란 ②- 정부 특혜 의혹] 감독당국의 지지발언... 왜?

정부의 국민은행 특혜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지난 2003년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법 매각 의혹을 받고 있고, 최근 들어 감사원과 검찰의 조사도 진행 중이다.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원도 이에 관련돼 감사원 조사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재경부와 금감원 등의 입장에서는 되도록 빨리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가 마무리되길 바랄 것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졌다.

최근 금융감독 당국의 국민은행 인수에 힘을 실어주는 각종 발언 등이 나오면서 정부 특혜에 대한 의혹은 더욱 증폭됐다.

지난 21일 금감위 고위 관계자가 외환은행 후보군 가운데 하나인 디비에스(DBS)의 대주주 자격을 문제삼아 사실상 탈락시켰다. 국민은행의 독과점 논란에 대해서도, 공정위가 결정할 사항이라면서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을 담았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금융권에선 "사실상 게임이 끝났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하나금융지주를 지지하면서 한때 국민과 하나가 경합을 벌였지만, 감독당국의 이 날 발언은 국민은행의 손을 들어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외환은행 노동조합은 23일 ▲가장 나쁜 조건을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진 국민은행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점 ▲금감위가 법 절차와 요건을 무시하고, 공식결정도 아닌 내용을 정부입장인 것처럼 발표한 점 ▲감독당국이 국민은행을 밀어주기 위해 후보였던 디비에스(DBS)의 적격성 시비를 이용했을 가능성 등을 들면서, 정부의 특혜 의혹을 강하게 제시했다.

김보헌 노조 전문위원은 "지난 2003년 외환은행 불법 매각 의혹에 대한 감사원 등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지 않느냐"면서 "조사 당사자격인 금융감독 당국이 당황한 나머지,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을 빨리 마무리하기 위해 배후에서 교묘하게 지원하고 있지 않느냐는 의혹을 떨칠 수 없다"고 말했다.

물론 쇼트 론스타 부회장은 정부의 개입 의혹에 대해 "정부로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고, 국민은행 쪽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극구 부인했다.

[논란 ③- 국부유출] 세금 물리려면 법을 바꿔야 한다

국부 유출 논란도 거세다. 이번 매각이 성사되면, 론스타는 많게는 4조5천억의 이익을 낼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론스타는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을 수도 있다.

4조5천억원이라는 이익은 어떻게 나왔을까. 우선 지난 2003년 10월 론스타가 외환은행 주식 3억2585만주를 인수할 때 들인 돈은 1조3832억원이다. 지분으로 따지면 50.5%다. 한 주당 평균 4245원이다.

이번에 국민은행이 제시한 주당 가격은 1만5400원. 이 값에 론스타가 지분을 넘기면 모두 5조181억원을 받는다. 여기서 3조6349억원의 차익이 생긴다. 여기에 별도 옵션으로 걸려있는 코메르츠방크와 수출입은행 지분 매각 차익을 합하면, 4조2548억원의 이익이 생긴다.

최근 떨어진 원-달러 환율도 론스타에게 거액의 이익을 보장했다. 인수 당시 1170원이던 환율이 최근 970원대로 떨어진 상태. 론스타는 가만히 앉아서 2500억원의 환 차익을 얻었다. 론스타는 결국 3년 전 1조3832억원을 투자해서, 무려 4조5000억원 가량의 이익을 올린 셈이다.

문제는 이처럼 어마어마한 수익을 올리고도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외환은행 대주주는 론스타의 미국 본사가 아니라 벨기에에 있는 자회사(LSF-KEB 홀딩스)이다.

우리나라는 일본 등 13개국과는 주식 양도차익에 세금을 물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는 이같은 조항이 없다. 따라서 텍사스에 본사를 둔 론스타에 직접 과세하는 것도 어렵다. 작년에 제일은행을 스탠더드차터드은행에 팔아 1조원 이상의 차익을 남긴 미국계 펀드 뉴브리지캐피탈도 마찬가지였다.

만약 이번 매각에 세금을 물리려면 현행 관련 법을 바꿔야 한다. 바꿔도 실제 시행은 7월부터나 가능하다. 론스타가 6월 말까지 매각을 끝내면 사실상 세금을 부과하기란 어렵다.

일부에선 과세도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국세청이 론스타코리아를 외환은행 매각 작업의 주된 사업장(PE)으로 인정할 경우 현행법으로도 과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세청 고위 관계자는 최근에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차익에 대해 과세를 못할 이유도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독과점과 정부특혜 의혹, 국부유출 등 각종 논란 속에 국민은행의 외환은행 인수는 이제 막 시작됐다. 자산 300조원의 공룡은행 탄생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아직 헷갈린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