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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왕따들〉, 책 겉그림
〈아름다운 왕따들〉, 책 겉그림 ⓒ yes24
"흔히 말로만 '일당 백'이라 하지만 이들은 실제 그렇게 살았다. 의회 안에서 그들은 '완벽한 혼자'였다. 혼자 싸우고, 혼자 항의하고, 혼자 목청껏 외칠 수밖에 없었다. 참 많이 외로웠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그 외로움에 지치지 않았다. 결코 지지 않았다. 힘들다는 생각이 들수록 더욱 열심히 일했다. 이 책은 그들의 순정한 그 결전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이는 진보정치를 펼치고 있는 민주노동당의 시·도 광역의회 비례대표 의원 아홉 명의 애환과 투지를 담고 있는 권은정의 <아름다운 왕따들>(이매진·2006)에 나오는 머리말이다.

흔히 노력하고 애를 써도 안 되는 일을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일, 골리앗 앞에 맞서 싸우는 다윗으로 빗대어 말한다. 거대한 조직과 정당 속에서 오로지 홀로서 싸우는 그녀들의 몸부림 또한 그와 다르지 않았다.

서울시의회 의원 102명 가운데 오로지 홀로서 서 있는 민주노동당의 심재옥 의원, 전라남도의회 의원 51명 가운데 민주노동당 의원으로서 홀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전종덕 의원, 부산시의회 의원 44명 중 민주노동당 의원은 고작 한 명인 박주미 의원, 광주광역시의회 의원 19명 가운데 민주노동당 의원으로서 역시 혼자서 싸우고 있는 윤난실 의원….

2002년 3월 4일, 민주노동당 중앙위원회에서는 정당사상 최초로 여성비례대표 50퍼센트를 할당했다. 1, 3, 5 홀수 순위를 여성으로 배정하는 방침까지 정했다. 진보정당의 이름 값을 톡톡히 하려는 셈이었다. 그래서 바로 전국의 시·도 광역의회 비례대표 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 아홉 명의 여성 의원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그녀들은 각각의 시와 도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의정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지금은 뭔가 손에 잡혀 있는 게 많고, 만나는 사람들도 곧잘 아는 척을 한다. 싸늘하게 냉대하던 예전에 비해 지금은 따뜻한 격려도 많이 해 준다. 시민들도 그렇고 같은 의원들도 여러 가지 정보들을 건네주기도 한다. 그만큼 인정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녀들이 펼친 초기의 의정활동이 같은 의원들은 두말할 것도 없고 온 시민들을 놀라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하늘이 놀라고 땅이 흔들릴 만한 일을 해 냈던 까닭이다.

이를테면 부산시가 음식물 쓰레기 자원화 정책을 모범적으로 한다는 이유로 행자부로부터 상까지 받았다. 하지만 음식물이 사료로 전환된다는 것은 일부에 불과하고, 퇴비로 쓰인다는 것도 실은 해양투기로 방치되고 있었다. 그러나 누구도 그 사실을 알려하지 않았고 누구도 그 사실을 말하려 하지 않았는데, 유독 그와 같은 사실을 밝혀낸 의원이 있으니 바로 민주노동당의 햇병아리 의원 박주미씨다. 의회에 진출한 지 한 달도 안 돼 이뤄낸 결실이었다.

또 있다. 2002년 전까지만 해도 광주광역시는 버스회사에 시민들의 혈세를 쏟아붓고 있었다. 그런데도 '요금인상, 임금체불, 적자운영'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더욱이 버스가 시민을 위한 공공교통에 걸맞게 시민들에게 서비스 정신으로 임해야 하는데도 그렇지 못했다.

이에 관련된 모든 사항들을 지켜보고 눈여겨 보는 의원들은 한 사람도 없었다. 그러나 한 번 물면 놓지 않는 윤난실 의원은 2002년 시의회에 처음 입성한 후 곧바로 그 일에 뛰어들었고, 결국 2004년에는 '광주시 대중교통 정책에 대한 진단과 방향제시를 위한 특별위원회'와 스물 두 명의 시민 자문단까지 가동시키는 위대한 결실을 이뤄냈다.

서울시의회 민주노동당 의원인 심재옥의 의정활동도 이와 다르지 않다. 다른 곳에 비해 덩치가 큰 서울시의회이니 하는 일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다. 하지만 시의회 의정에서 다수당의 횡포에 휘둘릴 때도 많다. 그렇지만 그녀는 자신만이 찾아서 해야 될 일에는 결코 물러서는 법이 없으니, 그것이 곧 서민과 노동자들의 입과 발이 되는 일이다.

그래서 여러 가지 것에 뛰어들고 있는데, 그녀가 유독 열을 올리고 있는 일이 있다. 그것은 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 얼마의 임금을 받도록 하는 조례를 제정하는 것, 이른바 '노동자생활임금' 제정이 그것이다. 그러나 그 또한 제 홀로 하기에는 다수당에 둘러싸여 있어서 쉽지 않기에 시민단체와 연대를 꾀하고 있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힘을 만들기 어렵다면 그들을 대변할 수 있는 시민단체가 답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그렇게 하고 있다.

그런 연대에 힘입어 지금까지 이뤄낸 일만 해도 '청계천연대', '교통연대', '시청 앞 광장 대응공동모임' 등이 있고, '학교급식조례 운동본부', '전태일기념관 추진위원회', '강남순환도로' 등등이 있다. 이는 모두 심재옥 의원이 의회 안에서 치고, 또 바깥의 시민단체들이 적극적으로 협력해 줘서 이뤄낸 결실들이다.

민주노동당의 지방의회 의원들은 이렇듯 일당백의 싸움을 하고 있다. 100대 1의 싸움은 그렇듯 힘들고 고달픈 일임에 틀림없다. 때로는 '과대망상증 환자'라느니, '인기영합주의자'라느니, '튀어보려고 안달하는 의원'이라느니 별별 몹쓸 소리를 다 듣게 된다.

그래도 그 쓴 소리들이 바로 발전을 위한 약이 되고, 엔진을 가동하는 연료가 된다면 이를 악다물고 버틸 것이다. 결코 기죽지 않고, 거침없이 나아가고 또 나아갈 것이다. 비록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한이 있다 하더라도, 긍정적인 시선이 있는 한 그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험난한 길을 앞장서서 개척하고 있는 이들 민주노동당 여성의원 아홉 명의 소중한 의정활동은 분명 우리사회가 올곧게 나아가는데 튼실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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