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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 사장의 회사 부동산 등기부등본 일부
윌리 사장의 회사 부동산 등기부등본 일부 ⓒ 고기복
결국 윌리는 노동부를 통해 체불임금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지난주 법률구조공단을 통해 무료법률서비스 지원을 받아 임금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했습니다.

그런데 법률구조공단에 다녀 온 윌리는 자신이 체불임금을 받지 못하는 이유가 뭔지 설명해 달라면서 쪽지를 내밀었습니다. 그가 갖고 온 쪽지에는 해당업체의 '법인등기부등본'을 떼보라고 적혀 있었고, 인터넷을 통해 열람해 본 해당업체의 토지, 건물 등의 모든 부동산은 은행과 국민연금공단, 근로복지공단 등으로부터 압류 혹은 근저당이 설정 돼 있었습니다.

윌리에게 회사의 사정에 대해 이야기하며, "사장님 돈 없어요"라고 하자, 대뜸 하는 말이 "돈 없는 사장이 세상에 어디 있어요?"라는 것이었습니다. 월리는 사장이라는 사람은 다 돈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는지, 자신이 체불임금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이 억울했는지 믿을 수 없다는 듯 계속 하소연을 하였습니다.

"사장이 돈 없다면, 왜 지금도 회사가 일을 해요?"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 월급은 어떻게 줘요?"

윌리는 심기가 불편함을 감추지 않고 혀를 차면서 사장이 돈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이 외국인이라고 주지 않는 건 아닌지 물었습니다. 저는 달리 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친구 중 한 명이 '백만 원이라도 받지!' 하며 잊으라는 듯 등을 토닥거려 주더군요. 그 와중에 윌리의 속을 뒤집어 놓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넌, 나중에 사장하면 안 돼. 회사 망하면 돈 없어. 그거 모르면 사장 No야!"
"사장님, 에쿠스 있어. 아파트 있어. 회사 있어. 그런데 돈 없어? 거짓말이야!"

속이 상한 윌리의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사업을 하다 망하는 사람을 숱하게 보아 온 제삼자의 입장에서야 돈 없는 사장이 이해가 가지만, 자신이 받아야 할 돈을 떼인 사람의 입장에서는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입니다.

체불임금 상담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
체불임금 상담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 ⓒ 고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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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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